[사건수첩] 동료 '성범죄 누명' 씌워 15억 갈취…공무원, 징역 6년 선고

김국 PD 2025. 7. 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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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변호사 [사진 = 경인방송]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굿모닝 인천> (FM 90.7MHz 오전 7~9시 방송)  

■ 진행 : 이도형 앵커

■ 인터뷰 :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사건수첩 방송다시듣기 ▶ 클릭]

*인터뷰 저작권은 경인방송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 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도형 : 경인방송 FM 90.7MHz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주요 사건, 사고를 분석해 보는 <사건수첩> 시간인데요. 오늘도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 이도형 : 최근 항소심 법원에서, 술자리에 직장 동료를 불러낸 뒤, 성폭행 누명을 씌워 6년간 무려 15억 원을 편취한 공무원과 그 공범에게 각각 징역 6년과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에게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지, 정말 이게 실화인가 싶은데요. 변호사님, 이 사건 정리 부탁드립니다.

◇ 이승기 : 먼저 피해자는 구청 공무원으로 해당 지역에서 오래 산 토박이기도 한데, 같은 구청 청원경찰이자 직장 동료인 A씨와 사석에서 서로 형·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평소 술을 좋아하고, 특히 여성과 어울리는 자리를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술을 좋아하지만 정말 술에 약해서, 술을 마시면 블랙아웃, 즉 필름이 끊긴다는 겁니다.

◆ 이도형 : 술을 마시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한다는 건데, 그 정도면 술을 끊거나 줄여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주위에 폐만 안 끼치면 되지, 기억 못하는 게 무슨 문제냐 이렇게 생각해선 안 되는 게, 바로 그렇게 술에 블랙아웃이 되는 분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가해자는 바로 동료인 A씨였습니다. A씨는 피해자의 이런 술자리 성향,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점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먼저 A씨는 공범인 B씨를 포섭하는데요. B씨는 여성으로,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 소개해 줄 여성을 포섭해 술자리를 주선하고 모텔로 가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다른 여성을 소개해주고 분위기를 띄우는 게, 상대의 경계심을 낮출 수 있고 정말 순수한 술자리라고 믿게 만들 수도 있으니, 그 점을 악용한 겁니다.

그렇게 A씨와 B씨는 지난 2012년 3월경 경기 수원시의 한 고깃집에서 피해자와 이미 섭외된 다른 여성과의 술자리를 주선합니다.

◆ 이도형 : 덫을 치고 피해자를 끌어들인 거네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그리고 A씨와 B씨는 술자리가 진행되며 피해자가 만취하자, 섭외된 여성과 피해자를 모텔에 투숙하게 합니다. 그러곤 다음 날이 되자, 이들은 필름이 끊겨 기억이 없는 피해자에게 "여자가 강간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다. 유부녀이고 임신 중인데 합의해야 한다"고 협박합니다. 

특히 동료인 A씨는 피해자에게 "형님 지금 공무원이고, 지역에서 한참 사시던 분인데 빨리 처리 안 하면 지역에 소문나고 공무원 생활도 끝난다"며 "지역사회에서도 매장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합의금을 전달해야 한다"고도 합의를 종용하기도 합니다.

◆ 이도형 : 피해자 입장에서는 겁도 나고 정말 공포스러웠을 거예요.

◇ 이승기 : 상식적으로, 아무리 기억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말을 믿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당사자의 입장이 돼버리면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삼인성호'라고 해서, 세 사람이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술자리를 했던 여성 B씨에, 평소 친하게 지낸 동생인 A씨까지 성폭행 사실이 있다고 말하니까, "정말 그런가" 하고 믿게 된 겁니다. 

그리고 만약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하면 경찰 수사도 받아야겠지만, 주변에 소문도 날 텐데, 그럼 손가락질도 당하고 공무원도 불명예 퇴직한다는 불안감이 컸을 겁니다.

내가 정말 범죄를 저질렀나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에 앞서, 앞으로 터질 일들이 감당이 안 되니까, 그냥 이걸 믿고 합의하기로 마음먹게 된 겁니다. 무엇보다 중간에서 친한 동생인 A씨가 합의를 위해 나서주겠다고 하니까,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는 합의라는 길을 택하게 된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피해자는 같은 해 4월 용인시의 한 카페에서 A씨에게 1천900만 원을 직접 건넨 것을 비롯해 이듬해 12월까지 약 8개월간 무려 9억여 원을 합의금으로 줍니다.

◆ 이도형 : 9억 원이요? 합의금 치고는 너무 액수가 큰 것 같은데, 피해자가 재산이 많았나 봐요.

◇ 이승기 : 9억 원이라는 게, 아무리 성폭행 범죄라 해도 합의금으로는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부친으로부터 상가 건물을 물려받은 재력가였다고 합니다. 아마 A씨와 B씨도 피해자의 재산 규모를 미리 파악해서 합의금을 요구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면 특이한 게, 9억 원을 한 번에 받은 게 아니라 8개월간에 걸쳐 받습니다. "공무원 생활도 끝장나고, 지역 사회에서도 매장당한다" 이렇게 협박해서 돈을 받은 후에도, 추가적으로 계속 같은 협박을 하면서 수시로 돈을 뜯어간 겁니다. 

이 돈만 주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 이렇게 해서 합의금을 뜯어낸 후에, 시간이 지나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되니 추가 합의금을 달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계속 합의와 갈취, 그리고 또 추가 합의와 갈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걸로 보이는데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피해자가 합의금을 요구하는 건 절대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당연히 자기가 피해를 입었다면, 가해자에게 형사고소 대신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통의 경우, 합의를 하지 않으면 아예 안 했지, 만약 한다면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의금을 제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9억 원은 정말 과도한 액수라 볼 수 있고요. 

그리고 보통 합의할 때 합의금 총액을 얼마라고 해서 특정하고, 대부분 한꺼번에 지급받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얼른 합의 끝내고 이 사건을 최대한 잊고 일상생활을 하고 싶으니까, 굳이 수시로 합의금을 요구해 장기간에 걸쳐 받을 이유도 없는 겁니다.

◆ 이도형 : 일반적인 합의 과정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 이승기 :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피해자 신분이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 법에 정해진 급여만 받는 빠듯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지금 9억 원이라는 사회 통념상 과도한 합의금, 거의 아파트 한두채 살 돈을 가져간 걸 보면, 이건 피해자의 재산 사정을 잘 아는 자의 소행인 겁니다.

그런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처음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으로, 이 여성이 피해자가 공무원인 건 알아도, 그 재산상태를 알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건 피해자에 대해 잘 아는 누군가가 중간에서 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 겁니다.

◆ 이도형 : 그 정도면 의심할 만도 한데, 피해자가 그대로 이걸 믿고 돈을 건네줬단 말이에요. 이유가 뭘까요.

◇ 이승기 : 일단 피해자가 자신이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게 알려질 경우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까, 일단 달라는 대로 돈을 줬던 걸로 보입니다. 물론 형사처벌도 두려웠을 거고요. 그리고 마음 한 켠에서는 자신의 지인인 A씨가 중간에서 합의를 잘 조율해 주고 있다고 믿는 측면도 있었을 겁니다.

◆ 이도형 :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닌 게, 또다시 같은 수법으로 이번엔 6억 원 넘는 돈을 갈취했다고 해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사건 이후 5년이 지난 2017년경에 A씨와 B씨가 똑같은 수법으로, 이번에도 여성을 섭외해 피해자와 술자리를 갖게 하고 모텔에 투숙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번엔 이 여성이 미성년자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가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고 몰아붙인 겁니다. 

피해자는 블랙아웃으로 기억이 없다 보니 그 말을 믿은 거고요. 이렇게 이들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피해자에게 "미성년자 부모에게 연락이 와서 자녀가 성폭행당했다고 말하더라. 10억 원을 요구하는데 안 해주면 감옥에 가는 수밖에 없다"고 협박해 무려 6억 6천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 이도형 :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떻게 발각된 건가요.

◇ 이승기 : 피해자가 2번이나 성폭행범으로 몰리면서 15억 원의 합의금을 건네주다 보니, 심정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요. 그래서 정년을 2~3년 앞둔 2023년 2월경 미리 퇴직해 버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직장에서 퇴직을 하면서 사건의 원흉인 A씨와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서, 냉정하게 이 사건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여기서 피해자가 뭔가 이 사건이 이상하다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퇴직 후인 같은 해 5월에 사건을 경찰에 고소하게 된 겁니다. 

특히 이런 류의 사건은 A씨와 B씨, 섭외된 여성까지 관련자가 존재하고, 15억 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건네졌기 때문에, 통화 내역과 계좌 내역만 수사해 봐도 어느 정도 사건의 내막이 확인됩니다. 그리고 실제 성폭행 사실이 있었는지 및 특히 형사고소를 하려고 했었는지도 당연히 당시 섭외된 여성을 조사하면 답이 나오는 거고요. 그러면서 이들이 저지른 범죄의 실체가 드러난 겁니다.

◆ 이도형 :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 이승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혐의가 인정돼서, 1심에서 A씨에게는 징역 6년, B씨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는데요. B씨가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이유는 바로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갈취 금액인 15억 원 중 일부인 7천500만 원을 변제하면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 즉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그리고 B씨의 경우 여성을 섭외해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이다 보니, 배분받은 액수가 적었을 겁니다. 그 부분까지 반영해서 형량이 정해진 걸로 볼 수 있고요. 항소심에서 B씨가 추가로 6천200만 원을 추가 변제했지만, 법원은 2년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주범이자 피해자의 동료인 A씨는 피해 변제는커녕,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합니다.

◆ 이도형 : 피해자로서는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가질 일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성폭행 누명을 씌워 돈을 갈취하는 사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요.

◇ 이승기 : 아무래도 성폭행이라는 범죄 자체가 다른 범죄와 달리, 단 한 번만으로도 사회에서 매장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보니, 그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걸로 보입니다. 특히 내가 맨정신이었다고 하면, 당연히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할 텐데, 술에 만취한 상태라고 하면, 그때는 '혹시 내가 정말 그랬나'라는 생각에 겁부터 먹고 달라는 대로 합의금을 건네주는 경우가 있는 겁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가까운 지인이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경남 거제시에서도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번 가해자는 피해자의 30년 지기 친구였습니다.

◆ 이도형 : 30년 지기면 거의 가족 아닌가요?

◇ 이승기 : 그렇죠. 이 사건은 지난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먼저 범행을 계획하는 무리들이 C씨에게 현재 계획 중인 범행에 가담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내용을 보면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남성에게 여성을 접근시켜 성관계를 유도한 뒤,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뜯어내자는 겁니다. 그러면서 C씨의 무려 30년 지기 친구인 피해자를 먹잇감으로 하자고 제안하는데, 놀랍게도 C씨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범행이 시작되는데요. 그해 9월 20일 C씨는 친구인 피해자에게 "술이나 한잔하자"며 근처 주점으로 불러냅니다. 잠시 후 공범 여성 2명이 옆 테이블에 앉았는데, 이때 C씨가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이 여성 중 한 명의 핸드폰을 밟아 액정을 깨뜨립니다. 그리고는 "미안하다", "보상해 주겠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합석을 합니다.

◆ 이도형 : 우연을 가장한 합석이지만, 알고 보니 이게 함정이었던 거네요.

◇ 이승기 : 예. 그렇게 술자리를 갖다가 여성이 술에 취한 척 연기하며 쓰러집니다. 그러자 피해자가 이 여성을 근처 모텔로 부축해 데려다주고, 거기서 성관계를 갖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여성이 마치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모텔에서 도망친 겁니다.

분명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입니다. 먼저 모텔방 안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 안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외부에선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모텔 건물 내 CCTV에 확실하게 증거로 남아 있는 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여성을 부축해서 모텔방까지 들어간 장면이랑,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모텔방에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는 이 정도 장면일 겁니다.

◆ 이도형 : 그건 누가 봐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모습 아닌가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 C씨가 피해자에게 전화해 "어제 그 여자애들이 강간당했다고 난리가 났다. 산부인과 진단서까지 끊었다더라"며 거짓말을 한 후, 실제로 가짜 산부인과 진단서를 보여줍니다.

앞서 다룬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의 피해자는 만취하거나 기억을 잃지는 않았지만, 상황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 보니 아마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겁니다.

C씨는 피해자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서, "내가 아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있다"며 공범 D씨를 사무장으로 소개해 줍니다.

◆ 이도형 : 사건 해결을 위해 소개해준 사무장도 공범이었다는 거예요? 물론 그것도 진짜 사무장은 아닐 거 아니에요. 정말 황당하네요.

◇ 이승기 : 예. 변호사의 경우, 인터넷 검색만 해도 어디의 누구 변호사인지가 다 나오니까, 아마 변호사 사칭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를 그냥 뒀다가 피해자가 진짜 변호사와 만나 상담해서 대응을 해버리면 범행이 탄로 날 수도 있으니, 공범을 사무장으로 사칭시켜 소개해준 겁니다.

그리고 이 사무장 행세를 한 D씨는 피해자에게 마치 변호사와도 상의한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이런 경우 무조건 구속됩니다. 변호사비 3천만 원, 합의금 2천만 원인데 그냥 그 돈 주고 합의하세요"라며 합의를 종용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피해 여성의 오빠 역할을 맡은 공범이 나타나서는 "오늘까지 5천만 원을 입금하면 조용히 넘어가주겠다"고 합니다.

◆ 이도형 : 이건 뭐, 돈을 안 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 이승기 : 예. 그렇게 피해자가 친구인 C씨와 사무장인 D씨에게 5천만 원을 보냅니다.

◆ 이도형 :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 이승기 : 아마 피해자가 30년 지기 친구인 C씨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총 피해금액이 5천만 원인데, C씨가 2천500만 원을 먼저 변제하고 나머지 2천500만 원을 월 100만 원씩 분할 지급하기로 형사합의를 하면서, 가해자들에게 집행유예 형량이 내려졌습니다. 보통 실무에서 이런 걸 외상합의라고 하는데, 외상합의는 잘 인정을 안 해줍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합의해주고 선처해주면 법원이 이를 받아준 걸로 보입니다.

◆ 이도형 : 오늘 사건들을 보면,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승기 : 지극히 일부의 사례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사건이 터지면 정말 씁쓸합니다. 한 가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간혹 사람들이 고소를 당한다고 하면 겁부터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성폭행 고소라고 하면 더욱 그렇고요. 그런데 내가 하지 않은 건 하지 않은 겁니다. 기억이 명확치 않다고 해도 무작정 합의하지 말고, 당시 상황이나 이런 부분을 제대로 확인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물론 내가 나쁜 짓을 한 게 맞다면 고개 숙이고 반성하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때는 무작정 끌려다니지 말고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합의 과정에서 이상한 점, 예를 들어 앞서 말했지만, 성폭행 고소를 이유로 수시로 돈을 요구하고, 결국 이걸 다 합쳐보면 그 액수가 비상식적으로 높을 때에는, 뭔가 뒷배경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는 오히려 역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적이 없는데, 주변 지인들이 오히려 더 이걸 두고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난리를 치며 문제삼을 때도 뭔가 의심할 부분이 있는 거고요. 물론 이건 모두 내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게 어느정도 확인됐을 때를 전제로 한 겁니다. 잘못한 게 맞다고 하면, 바짝 엎드려 빌어야죠.

그리고 성범죄로 고소당했다고, 경찰이 무작정 가해자 취급하는게 아입니다. 면밀하게 수사해서 억울한 부분이 있는지  밝혀주고 누명을 벗겨줍니다. 그러니, 고소당했다고 겁부터 먹지 말고, 아니면 아니라고 당당하게 수사받고,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지 말고, 꼭 법률전문가와 상의하셔야 됩니다. 

◆ 이도형 :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변호사님 감사합니다.지금까지 <사건수첩>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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