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그림자, 선조들의 삶을 비추다

임창희 2025. 7. 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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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리 1호분 천장 벽화'. 임창희기자

"천하의 근본은 농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민족에게 농업은 곧 삶이었다. 때문에 1년 농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우리 선조들의 큰 관심이었다.

선조들은 하늘을 관찰하고, 계절의 흐름을 살피면서 이를 통해 시간을 예측하며 풍년을 기원했는데, 이러한 지혜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삶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이러한 선조들의 '시간'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을 오는 9월 14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과 계절을 통해 축적된 선조들의 철학적 지혜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농업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면서 우리의 농시(農時)를 재조명한다.

기획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반응형 미디어 영상에서는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들을 관찰할 수 있으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별무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비추고 있음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으로, 전시실을 찾는 어린 관람객들의 흥미를 한껏 유발한다.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앙부일구.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본 전시는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하늘을 바라보다'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풍년을 기원하고, 국가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 하늘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새벽을 지나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하는 붉은 색감으로 꾸며진 전시실에서는 충청북도 청원군 아득이 마을에서 발견된 '아득이 별자리 석판', '덕화리 1호분 천장 벽화',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의 유물을 통해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선조들이 오랜 시간 하늘을 바라보며 관찰하고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며 사용한 깃발 '농기'에 그려져 있는 용과 검은 구름을 통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2부 '하늘에 물어보다'는 하늘을 관찰하며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읽고 농사 시기를 가늠해 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의 푸른 하늘의 색으로 연출된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해시계 '앙부일구'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보통의 앙부일구가 4개의 용주(받침다리)를 가진 것과 달리 3개의 용주가 받치고 있는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앙부일구'와 다양한 형태의 앙부일구 12점을 통해 기능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한 선조들의 지혜를 만나볼 수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 전시실 전경. 임창희기자

또 미디어아트를 통해 앙부일구가 담고 있는 시간과 계절에 해당하는 농사 흐름을 생생하게 만나 볼 수 있으며, 하늘의 시간을 읽기 위한 동양과 서양의 '혼개통헌의', '아스트롤라베' 등의 천문 도구들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하늘을 읽다'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세운 고유한 시간과 24절기에 따른 다양한 농사 유물을 소개한다. 자연의 생명이 느껴지는 녹색을 활용해 공간을 연출했으며, 계절의 흐름에 따른 우리의 농시(農時)를 느껴볼 수 있다.

'경국대전'과 '대전통편'을 통해 조선시대 관상감의 역할을 알 수 있으며, 중국과 서양 세계의 역법을 참고해 조선의 실정에 맞는 역법으로 수정하고 보완한 '칠정산 내외편'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우리 시간과 절기에 맞게 편찬된 '농사직설', '농가집성'을 비롯해 '빈풍칠월도', '진주성도', '경작도' 등 농사와 농촌 풍경을 담은 회화작품과 계절별 농사 도구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람 후에는 디지털 체험을 통해 본인이 태어난 날과 가까운 절기를 확인하고, 그 절기에 따른 농경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스마트폰에 담아 갈 수 있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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