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존 국가산단 그린벨트 해제 면적 1193만㎡인데, 尹정부 때 신규 해제 면적은 1258만㎡”[시사저널 연중기획│지방소멸에 산소호흡기를①]

김현지·이태준·정윤경 기자 2025. 7. 7. 10: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경실련 공동기획] 尹 정부 국가산단 관련 공문·제안서 전수 조사
尹정부 출범 3개월 뒤부터 국가산단 계획 시작…그린벨트 해제 ‘단기간’에 ‘더 넓게’ 결정
원희룡 국토장관, ‘그린벨트 이슈’ 창원·광주 등에 “국가산단 추진” 속도전

(시사저널=김현지·이태준·정윤경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3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가첨단산업벨트 추진계획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저성장·저출생의 늪에 빠졌다. 인구소멸은 곧 지방소멸을 말하고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머리만 크고 몸체는 흐물거리는 괴물 나라를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소멸과 집중의 속도를 늦추고 균형을 찾는데 전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신규 국가산업단지 추진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윤 정부는 정부 지정으로는 14년 만인 2023년에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개발제한구역인 이른바 그린벨트(GB) 지역의 대폭 해제 조치도 내놓았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도 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지역 경제에 숨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거란 경제적 효과에도 심각한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국가산업단지가 경제 발전과 지방 활성화라는 당초의 취지에 과연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그 현장을 시사저널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전국 35곳의 국가산업단지를 모두 되짚어봤다.

윤석열 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해제는 '단기간에' '더 넓게' 결정됐다. 윤 정부가 지난 2023년 3월 발표한 신규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 후보지의 전체 면적 중 31%에 해당하는 1258만㎡가 그린벨트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기존 국가산단 개발 과정에서 해제된 1193만㎡보다 넓다. 과거 지어진 35곳 국가산단의 전체 면적(2억3237만㎡)이 새로 들어서게 될 15곳(4095만㎡)보다 1억9142만㎡ 넓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대대적인 규제 해제 분위기 속에서 신규 국가산단이 추진됐지만,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정부는 출범 3개월 만인 2022년 8월부터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국가산단 후보지 추천을 요청했다. 이후 일 년도 되지 않아 각 시·도의 제안을 전면 수용해 국가 정책을 결정했다. 급속도로 지정된15곳의 국가산단 후보지 중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지역은 경기도 용인시(첨단반도체 클러스터)가 유일하다.

시사저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윤 정부 및 각 지자체의 제안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등을 전수 조사했다. 또 국토부와 경기 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을 대상으로 한 취재를 거쳐 윤 정부에서 진행된 신규 국가산단 추진 과정을 보도한다.

尹, 창원 등 지자체 건의 83% 수용

정부 주도의 국가산단은 막대한 예산을 수반한다.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 사업 적합성과 부지 개발 문제 등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35조원이 투입된 기존 국가산단 35곳 중 축구장(7140㎡) 882개에 해당하는 땅이 미분양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실만으로 경제적 효과를 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 국가산단의 경우 입주 업체와 가동 업체 비율, 고용 인원, 생산 및 수출액 등 경제 지표만 보면 그 효과가 수도권에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자체가 국가산단 입주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지방법인세 역시 울산·경남 등 이른바 '앵커 기업(지역 경제를 선도하는 주요 기업)'을 유치한 극소수 지역 외에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시사저널 7월3일자 「[단독] 35조원 들인 '국가산업단지', 지방에선 "수출액 0원" '애물단지'로」, 7월4일자 「[단독] 국가산단 입주 법인수 약 3200개 늘었지만...지방세는 21% 덜 걷혔다」 기사 참조).

기존 국가산업단지 35곳 및 신규 국가산업단지 관련 현황 ⓒ시사저널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3월15일 신규 국가산단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전국 4095만㎡ 규모 부지에 국가산단을 조성해 첨단산업 생산거점을 전국적으로 고르게 확보하겠다는 게 목표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도 강조했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인허가 신속 처리와 기반시설 구축, 세액 공제 등 전방위적 혜택이 주어진다. 기존 국가산단은 중앙정부가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각 지자체가 후보지를 제안한 게 특징이다. 신규 국가산단 15곳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12조4296억원으로 추정됐다.

물밑 작업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각 지자체에 후보지를 제안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 게 시작이다. 각 지자체는 지난 2022년 12월 차례로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를 국토부에 제안했다. 경상남도 창원시의 경우 2023년 2월, 즉 윤 정부의 발표 직전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제안서를 내지 않은 지역은 경기·부산·서울·세종·울산·인천·제주 등이다. 이 중 최종 선정된 곳은 경기 용인시가 유일하다. 정부에 신규 국가산단 지정을 건의하지 않고도 반도체에 초점을 둔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것이다. 국토부는 용인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단축, 그린벨트 해제 등과 관련한 사전협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자체의 제안 내용은 대부분 수용됐다. 경남은 당초 창원뿐 아니라 지능형기계, 로봇, 바이오헬스 등을 핵심으로 하는 '김해 지능기계 국가산단'도 제안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김해 대신 창원만 신규 후보지로 지정했다. 김해의 경우 중점육성산업의 기능 연계성 부족, 핵심업종 중심의 입주수요나 토지이용규제 관련 관계부처 협의 등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이유다. 전남은 무안과 고흥을 제안했지만 고흥만 선정됐다. 무안의 경우 김해처럼 토지이용규제 관련 관계부처 협의 난항, 입주수요 확보 가능성 부족 등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로 꼽혔다.

지난 2023년 2월 국토교통부에 제출된 창원 신규 국가산업단지 제안서 일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확보 자료

충남은 천안, 예산, 홍성 등 세 곳을 제안했다. 민간 전문가 평가위원회는 앵커기업 및 입주수요 확보 전략 보완 필요, 농지 관련 관계부처 협의 문제 등을 이유로 예산을 선정하지 않았다. 전북 전주도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국토부는 지난 2023년 3월15일 선정된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문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알렸다. 이 밖에 용인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의 제안은 그대로 수용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7월1일 "지자체가 먼저 건의하거나 기업의 제안으로 국가산단이 지정된다"며 "(용인)시의 경우 기업(삼성)이 국가산단 건을 제안하면서 신규 후보지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건의' 용인...발표 전날 국토부 긴급 논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표한 15곳 중 추진 속도가 빠른 건 용인 국가산단이다. 국토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윤 전 대통령 발표 전날인 2023년 3월14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용인 지역 후보지 관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건이다. 당시 비공개 회의에서는 "민감하고 긴급한 사안이라서 화요일(회의 날짜)인데도 불구하고 안건을 긴급 상정했다"는 위원장의 설명도 나왔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운영세칙(국토부훈령) 등에 근거해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 등 국토부 장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심의하고, 관련 회의는 비공개되고 있다.

당시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용인 글로벌 첨단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안건과 관련해 지정 기간을 통상적으로 지정하는 2년에서 3년으로 수정했다. 신규 국가산단 지정 이후 지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 위원들은 "상당히 민감한 지역이라 3년으로 해도 무리가 없다"고 의견을 냈다. 용인시는 이후 2023년 3월17일 이러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건을 발표했다.

범정부 추진지원단이 특정 지역을 논의한 사례는 용인(2023년 6월27일)이 유일하기도 하다. 용인 산업단지계획 승인 절차는 이듬해인 2024년부터 본격화했다. 이와 관련한 절차는 탄핵 정국에서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지난 2024년 12월26일 용인에 대해서만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완료했다. 본격적인 공사 절차는 이후 시작된다.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부터 지정 과정은 통상 4년 이상 소요된다. 이번에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및 각종 영향 평가 등 인허가 패스트트랙(신속추진절차)을 통해 1년9개월로 단축됐다.

창원·광주·대전 "그린벨트 80% 이상"

윤석열 정부의 '통 큰' 지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표적인 게 그린벨트 해제다. 윤 전 대통령은 그린벨트 등의 각종 규제를 해제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 입장에서는 이런 윤 전 대통령의 약속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구체적으로 각 지자체의 제안서를 분석한 결과, 15곳 중 광주·대구·대전·창원에서는 그린벨트가 해제돼야 국가산단이 조성될 수 있다. 해제 면적은 신규 국가산단 부지 전체 면적 4095만㎡ 중 31%에 해당하는 1258만㎡이다.

구체적으로 광주 광산 국가산단 내 그린벨트 면적은 320만㎡로 해당 부지 면적의 95%를 차지했다. 대전 유성 신규 국가산단은 427만㎡(81%), 대구 달성은 184만㎡(56%)의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포함한다. 창원의 경우 327만㎡(96%)다. 흥미로운 지점은 나머지 지자체와 달리 창원은 국토부 제출용 제안서에 그린벨트 해제 면적 등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존 국가산단은 전체 면적(5억9815만㎡) 중 2%인 1193만㎡만 그린벨트 지역이다. 2000년 시화(933만㎡)와 창원(227만㎡), 2014년에는 울산 미포에서 33만㎡ 해제된 땅이다. 비율로 따지면 신규 국가산단의 경우가 기존 국가산단 대비 15배 가량 높다.

창원 국가산업단지 전경.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지정된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아직 사업 절차 진행 중에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윤 정부는 이후 정부가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 15곳을 조성하기 위해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17년 만에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 면적을 늘린 것이다. 또 환경평가 1·2등급지까지 풀기로 했다. 당시 경남에서 창원 신규 국가산단을 포함해 4곳이 선정됐다. 그러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창원 국가산단 지정 개입 의혹이 불거진 후 관련 계획은 보류됐다. 검찰은 명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당사자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최초 입지를 제안하고, 부지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보고 기소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명 씨 측은 지난 6월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씨는 창원 국가산단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 그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한 적도 없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바가 없어 혐의를 부인한다"고 전했다. 창원 국가산단과 관련한 구상을 제공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김 전 의원의 가족들이 (산단 관련해) 재산을 취득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 연관기사

[단독] 35조원 들인 국가산업단지, 지방에선 "수출액 0원" '애물단지'로

[르포] "라면 공장만 있는 '나노산업' 국가산단…'나노전문' 학생들은 떠납니다"

[단독] 국가산단 입주 법인수 3200개 늘었지만...지방세는 21% 덜 걷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