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사장님이 도망갔어요
김유수 2025. 7. 7. 09:02

은행을 털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문득 자문할 수 있었다 누가 이랬나 터진 머리통을 문득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 골똘히 무언가 지켜보는 동안에는 할 일이 있어서 할 일을 한다 혼자 시간이 멈춘 듯 그는 서 있다 우리가 해낼 것이란 예감이 든다
사장님이 도망갔어요
쪽지 한 장 남기고 갔어요
많은 돈은 더 많은 것을 감추네
돈은 쓰면 쓸수록 더 모르게 되네
건물을 짓다 말고 도망갔어요
땅을 파헤쳐 놓고 갔어요
땅 파서 돈 나오네 더 많이 파면
더 많이 나오네
터진 머리통 중에는 복면을 쓴 것도 있었다 복면을 쓰고 나면 뵈는 것이 없었다 혼자 시간이 다 된 듯 그는 복면을 벗는다 누군가 불현듯 무언가 알아보게 되고 알아보는 것이 죽음인 동안에는 인질 중 하나가 눈을 감는 동안에는 둘이 눈을 감고 셋이 눈을 감고 인질 중 하나가 총을 향해 달려드는 동안에는
돈을 아끼고 돈을 모으고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돈을 받거나 돈을 주거나
돈이 돈다고 생각하면 정말 돌아요
돈을 놓고 돈을 먹긴 쉬워요
돈을 세기는 정말 쉬워요
돈을 없앤 사람들이 많아요
돈을 주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모두가 골똘히 하나를 쳐다보는 동안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생겨 그곳을 빠져나간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우리의 꽁무니였다 그의 짧았던 생애는 우리의 길잡이였다 총을 정확히 겨누면 다음이 따라오듯이 그는 우리를 따라오는 사람이었다 문득 포승줄에 끌려가고 있으면 하루를 또 먹고살았네 그런 생각이 들고
김유수
● 1998년 경기 안성 출생
● 202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김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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