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동원, 한일 넘어선 국제 인권 문제로 풀어야 설득력 있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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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현장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한일 간 문제로만 다루는 건 일본 전략에 빠지는 겁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은 지난 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산업유산 중 나가사키 조선소와 야하타 제철소에는 조선인뿐 아니라 연합군 포로들까지 강제동원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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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 한일 양자 문제 국한해선 안 돼"
강제동원사 연구 및 사료 관리 전담기구 부활 절실
구로베댐 등재 추진... 직접 증거 없어 대응 어려워

"강제동원 현장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한일 간 문제로만 다루는 건 일본 전략에 빠지는 겁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은 지난 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산업유산 중 나가사키 조선소와 야하타 제철소에는 조선인뿐 아니라 연합군 포로들까지 강제동원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가 강제동원과 관련한 일본의 세계유산과 관련해 군함도에만 집착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정 위원은 2004년부터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강제동원위)에서 11년간 근무했다. 1995년부터 3,000여 명의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가족을 만나 기록으로 남기는 등 강제동원 역사 문제의 권위자다.
정 위원은 강제동원 문제를 "한일 양자 현안이 아니라 '국제 인권'이란 보편적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홍보관에 다를 바 없는 도쿄정보센터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메이지 산업유산 주변에 조선인뿐 아니라 연합군 포로의 강제노역 관련 정보센터가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 사회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사회운동식 접근보다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역사학자들이 서한을 보내야 유네스코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국제 네트워크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메이지 산업유산 시설과 사도광산은 2007, 2008년 일본 경제산업성이 선정한 66개 근대산업화유산군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이 중 40%가 조선인 강제동원과 연관돼 있었지만, 정부 대응은 충분치 않았다. 정 위원은 진상 규명부터 외교적 대응까지 강제동원 전담기구의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 우리나라에 강제동원을 연구하는 학자는 1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정 위원은 "이스라엘은 독일 나치에 의한 희생자들의 명예와 보상을 위해 1953년부터 국립기념관 '야드바셈'을 설립하고 증거와 자료를 모았다"며 "우리는 2015년 강제동원위를 없앤 뒤 관련 자료들도 곳곳에 흩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조차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자료 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건 결국 정부가 총알 없이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제3자 변제안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5% 수준에 해당하는 소송 참여자를 위한 지원책"이라며 "정부의 방식은 피해자 100%를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규모를 파악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보훈과 복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정부에 과거사 조사 기능을 구축해 실태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구로베댐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강제동원 현장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다만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군함도 등에 비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정 위원은 "공식 명부 자체가 없다. 일본 기자들이 과거 산사태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를 확인하면서 30여 명의 조선인이 언급됐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객관적 연구를 토대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최소한 유엔이 인정한 4개 언어(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로 강제동원 실태를 알리는 아카이브를 구축해 구체적 사실과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일본을 설득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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