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투증권 벨기에 펀드, 출시 6개월 만에 ‘70% 손실’, 왜?

이석 기자 2025. 7. 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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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강조했지만, 투자자 900억 손실…초기부터 위험 신호
한투 “시장 탓” vs 피해자 “설명조차 없었다”…금감원 조사 착수

(시사저널=이석 기자)

순이익 기준으로 국내 1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전액을 날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펀드는 한국투자증권과 계열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하 한투증권 측)이 2019년 6월 판매·운용한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이하 벨기에 펀드)다. 한투증권 측은 당시 "벨기에 정부기관이 입주한 빌딩에 투자한 만큼 연 6.9%의 배당과 함께 건물 매각을 통해 7.7%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고수익에 매료된 투자자 2500명이 이 펀드에 900억원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한투증권 측이 영국계 보험회사인 로스시라이프(Rothesay Life)로부터 6400만 유로(1000억원 상당)를 대출받았다는 점이다. 한투증권 측은 투자한 건물 가격이 오르면 매각해 대출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0년 초 불거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금리가 급등하고, 유럽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던 한투증권 측은 만기인 2024년 6월까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선순위 대주인 로스시 라이프는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건물을 강제 처분했다. 펀드 계좌는 깡통이 됐고, 후순위였던 개인은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은 "상품 자체나 운용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벨기에 펀드 출시 후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가 급등했다. 투자손실은 상품 구조나 운용상의 문제라기보다 공실률 등 시장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컸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별도의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6월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한투증권의 부실한 펀드 운용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벨기에펀드 투자 피해자모임 제공

'대박'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쪽박'

하지만 보상금이 투자원금의 20~40% 수준이다. 그나마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이 만난 한 투자자는 "정부기관이 입주하고 있어 안전하고 배당도 은행이자보다 높다고 해서 퇴직금 1억원을 전부 투자했는데 원금은커녕 6.9%의 목표 배당도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이 위험한 펀드의 장점만 부각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과 같은 리스크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벨기에 펀드 투자자들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과 한투증권 본사에서 잇달아 항의시위를 벌였다. 국내 대표 증권사가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하고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들은 한투증권의 부실한 펀드 운용과 투자자 기만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민원도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2019년 6월 펀드 출시 이후 한투증권 측이 작성한 운용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 펀드는 출시 반년 만에 이미 69.46%의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측의 한 관계자는 "유럽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2022년 0%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4.5%까지 인상됐다"면서 "1000원이었던 기준가격이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내리면서 270원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손실률 책정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투증권 측은 2023년까지도 투자자들에게 "임대율 100%로 자산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거나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자산 매각을 준비 중"이라고 안심시켜왔다. 그러는 사이 투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갔다. 2022년 12월 배당률이 1.4%로 떨어졌다. 2023년 6월에는 분배금 전액을 유보하기도 했다.

2024년 6월 있었던 펀드 만기 연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만난 투자자들은 "지금 해지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2029년까지 5년간 만기 연장을 유도했다"면서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선순위 대주가 자산을 매각하고 빠져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어 "한투증권 역시 만기를 연장한 뒤 기습적으로 기준가격을 낮춰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면서 "선순위 대주인 영국계 보험사가 엑시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한투증권 측의 수상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일한 운용보고서의 페이지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말이 달라졌다. 일례로 2023년 6월 발행한 보고서의 2페이지에는 '2023년 하반기 자산 매각 절차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돼 있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 4페이지의 매각 계획에는 '2024년 1분기에 자산 매각을 완료하고, 6월14일 펀드 청산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고 표시돼 있었다.

'유보된 분배금은 펀드 청산 시 각종 비용 정산 후 자산 매각대금과 함께 지급 예정'이라고 했다가, 얼마 안 있어 '8기(2023년 6월)부터 유보한 현금은 선순위 대출원금 상환재원으로 쓰였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유보된 분배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적시했는데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이 됐다"면서 "그럼에도 한투증권 경영진은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다. 합의금을 제시하고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은 결국 금감원에 돌아갔다. 금감원은 최근 분쟁조정3국에 사건을 배당한 뒤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투증권을 포함해 펀드를 판매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고객 가입 서류 등을 제출받았다"면서 "조만간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한투증권이 올해에만 벌써 세 차례나 불완전판매 등으로 기관경고나 기관주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한투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5종의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 조치를 다수 위반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사옥 ⓒ시사저널 박정훈

올해에만 세 차례 기관경고로 '뒷말' 

두 달 전인 지난 2월에도 한투증권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채권형 랩·신탁 상품에서 고금리를 미끼로 사실상 원금 보장을 약속하면서 법인 자금을 유치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우량 고객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고객 계좌에 부담을 전가했고, 손실을 회사 자금으로 우회 보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외환거래 수익을 과대 계상해 최근 5년간 5조원이 넘는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 3월 한국금융지주와 함께 2019~23년 사업보고서를 일제히 정정해 공시했다. "내부 부서 간 거래를 수익으로 인식해 발생한 단순한 회계 실수"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투증권의 정정공시 직후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측은 "과대 계상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감리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벨기에 펀드 불완전판매 의혹을 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True Friend'가 아니라 'True Risk'가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항의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지난해 한투증권은 증권 업계 최초로 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렇게 돈을 벌면서 정작 손실은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재계 신사'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아래서 경영수업을 받은 김남구 회장이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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