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일교포에서 1순위, 신인상 그리고 국가대표 홍유순이 되기까지

[점프볼=홍성한 기자] 드래프트 장에서 1순위로 선발된 후 "국가대표가 꿈이에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던 재일교포 홍유순(20, 179cm). 목표를 이루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단 1년에 불과했다.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다음 단계를 향해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재일교포에서 1순위, 신인상, 그리고 국가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여다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첫 시즌이 끝났습니다. 돌아보면 어땠나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처음이다 보니 경기에 많이 못 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나갔죠. 기록도 이 정도면 기대한 것보다 더 잘 나온 것 같습니다(웃음).
어린 나이에 낯선 곳으로 와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신한은행 팀 언니들이 워낙 잘 챙겨주셨어요. 부모님과도 자주 전화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쉬는 날에는 (고)나연 언니와도 같이 있고 동갑인 (허)유정이랑도 놀았죠. 숙소에서 같이 재밌는 영화 보거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카페도 많이 갔어요.
한국 카페는 어떤가요(웃음)?
한국에 이쁜 카페가 너무 많아요. 나름대로 카페를 좋아해서 일본에 있을 때 친구들과 많이 간편이었는데 오히려 한국 와서 더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진짜 잘되어 있더라고요.
달콤한 휴가를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고 일본에서 다니던 고등학교, 대학교에도 인사드리기 위해 찾아갔어요. 부모님과 시간도 많이 보내는 등 그동안 못 봤던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한국 생활 어떤지 많이 궁금해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특히 숙소 생활이 어떤지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일단 제일 강조한 건 밥이었어요(웃음). 또 많이 궁금해 한 건 문화? 일본 프로팀에 간 친구들도 있거든요. 가장 듣고 놀라 했던 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선후배가 확실하다는 점이었어요.

시계를 조금 돌려서 WKBL 무대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보러온 적 있어요. 이런 길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죠. 이후 학교 다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적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더 경쟁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말이죠.
도전한 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어요.
제가 한국에 있는데도 핸드폰에서 연락이 멈추지 않았어요(웃음). 사실 주변에 도전한다고 말을 하지 않고 왔거든요. 타이밍이 애매해서요. 1순위로 뽑혔다고 뉴스에 딱 뜨니까 다들 알게 됐어요. 축하한다고 열심히 잘하라고 응원 메시지 많이 보내줬어요.
많은 사람이 놀랐던 부분 중 하나가 리바운드 능력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센터를 보긴 했는데…. 특별한 비결은 없는 것 같아요. 당시 구나단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공 잘 보고 리바운드 신경 많이 쓰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리바운드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본과 다른 훈련 스타일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좀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일본에서 하던 습관이 나왔던 적 있거든요. 시즌 때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지금도 조금….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았어요. 어머니랑 오빠가 취미로 농구했는데 그게 재밌어 보였나 봐요. 그렇게 선수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지수를 넘어선 기록이었는데 좀 알고 있었나요?
그전에는 이름만 알고 있었어요(웃음). 대표팀 와서 처음 만나게 됐는데 생각보다 더 키가 크셨어요. 성격도 너무 밝으셔서 운동 중에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가르쳐주셨죠. 너무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리그에서 상대 팀으로 만나야 하는데?) 그러니까요. 많이 걱정이에요(눈물).
올 시즌 팀에 변화가 있어요. 최윤아 감독님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팀 훈련을 얼마 하지 못하고 대표팀으로 와버려서 아직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어요. 제 목표를 물어보셨어요. 또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세심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맏언니였던 이경은 선수는 코치가 됐고, 아베 마유미 수석코치도 새로 왔어요.
이경은 코치님은 오히려 코치가 되시고 제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서로 농담도 하고 운동도 해요. 휴일에는 어떻게 지내냐고도 물어봐 주세요. 아베 코치님은 센터를 가르칠 때가 있는데 이때면 옛날 기억이 나요. 일본에서 배운 훈련을 그대로 할 때가 있거든요. 외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이렇게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데 어떤가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요. 신인 때는 언니들 따라 열심히만 하자는 생각이었죠. 지금은 상대 팀에서도 나를 잘 알아요. 똑같이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리 없어요. 이 걱정으로 가득해 깊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3점슛 장착에도 많은 힘을 들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윤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슛 폼을 5번 정도 바꾼 것 같아요. 지금은 정해졌어요. 새로운 슛 폼으로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학창 시절에 3점슛 시도는 조금이라도 했었나요?) 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쐈으니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노력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신인들이 들어와 막내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기대하고 있는 점이 있나요?
조금 있어요. (김)채은이랑 저랑 막내였는데 일이 좀 많거든요. 빨리 와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20살 홍유순, 농구 제외 취미가 있다면요?
최근에는 먹방 유튜브 보는 거에 빠져있어요. 또 짱구 피규어를 모으는 것도 좋아해요. 나름 많이 모았답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짱구를 좋아했거든요. 이걸 알아서 언니들도 짱구 피규어를 가져다줘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일단 놀고 싶어요(웃음). 근데 그런 건 있어요. 농구를 안 했다면 트레이너 선생님처럼 누군가를 치료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이유는요?) 일본에서 병원 몇 군데를 가봤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문득 이렇게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국가대표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정말 기뻤어요. 그런데 그 감정도 잠시, 걱정과 불안한 마음도 확 들더라고요. 당연히 기쁜 감정이 제일 앞섰습니다.
진천선수촌 생활은요?
선수촌이 너무 커요(웃음). 특히 음식이 진짜 맛있어요.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론 신한은행 밥도 최고입니다. 언니들도 너무 잘 챙겨줘요. 어디 갈 때마다 데리고 가주거든요. 불편함 없이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만나보고 싶었던 선수가 있다면요?
박지수 언니랑 박지현 언니요! 한국에서 유명한 건 알고 있었어요. 이름 들어봤고 또 유튜브 영상으로만 보고 있었죠. 실제로 봤는데 두 언니 모두 텐션이 높아서 운동할 때 말을 많이 걸어줘서 좋아요.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하라고 해서 정말 든든해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한 자리인데요?
책임감을 느낀다 보다 그냥 제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언니들보다 한 발 더 뛰고 수비 열심히 하는 걸로 말이죠.
드래프트 지명 당시 국가대표가 꿈이라고 했습니다. 1년 만에 이뤘어요. 신인상까지 말이죠. 홍유순의 다음 목표도 궁금한데요?
확실합니다. MIP(기량발전상)을 꼭 받고 싶어요. 데뷔 시즌 때보다 확실히 나아졌다는 걸 많은 분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지금처럼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정말 많아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특히 같은 재일교포 선수 출신인 신한은행 황미우 국제협력팀장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힘들 때마다 상담도 하거든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사진_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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