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을 하루 만에 보려면…타랑기레로 가라 [세계의 국립공원]

한국 사람들은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야생을 공부하며 자랐다. 특히 수천 마리의 누우Gnu(아프리카 영양의 한 종류)가 강을 건너 대이동을 하고, 물속에 숨어 있던 악어가 도약하며 누우를 쓰러뜨리는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그런 영상의 대부분은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에 걸쳐 있는 세렝게티 초원에서 찍었다.
세렝게티는 서울 면적의 50배에 이르는 약 3만 ㎢의 풀밭이다. 이 지역의 일부를 탄자니아에서는 세렝게티국립공원으로, 케냐에서는 마사이마라 국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세렝게티에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비행기를 두세 번 갈아타고 인근 도시에 도착한 뒤, 거기서 하루 종일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세렝게티 언저리에 도착할 수 있다. TV에서 본 것과 달리 현실은 어렵다. 너무 광활하고 햇볕이 뜨겁고 모기가 많아서 원했던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 "헉! 이렇게 비싼가!"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파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에, 최소 비용으로, 원하는 풍경과 동물 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바로 '작은 세렝게티'라고 불리는 타랑기레국립공원이다.
타랑기레국립공원은 지리산 면적의 6배(2,850㎢)에 이르는 드넓은 초원과 덤불숲으로 이뤄져 있다. 세렝게티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이 살고 있는 '야생동물 낙원'이다. 이곳에 야생동물이 많은 이유는 1년 내내 물이 풍족하기 때문이다. 공원을 중심으로 타랑기레강이 흐르고, 강 주변에 커다란 저지대가 있어 많은 물이 고인다. 강과 저지대의 물은 건기에 야생동물들의 생명수다. 건기(4~6월)가 되면 주변에 멀리 퍼져 있던 동물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 이곳에 모여든다.

타랑기레국립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코끼리, 기린, 물소, 얼룩말, 영양, 임팔라, 가젤, 누우, 몽구스, 타조, 각종 원숭이 등이다. 그리고 호시탐탐 이들을 노리는 사자, 표범, 치타, 카라칼(스라소니 일종), 오소리, 야생들개가 서식하고 있다. 이런 맹수들에게 이 공원은 음식이 잘 차려진 뷔페와 같다. 550종 이상의 텃새가 살고 있어 탐조探鳥여행의 천국이기도 하다.
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카의 심장
타랑기레국립공원을 가기 위해 탄자니아 북부에 위치한 아루샤로 간다. 태국 방콕과 케냐 나이로비에서 환승해,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타고 킬리만자로 공항에 근접하면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킬리만자로산 아래로 드넓은 초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공항에 내려 '풀 냄새와 먼지 냄새가 반반인' 공기를 들이마시고 검은 피부에 컬러풀한 복장을 한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이곳이 아프리카임을 실감한다. 이곳저곳에서 "점보!(안녕하세요)", "하쿠나 마타타(아무 문제없어요)~"라는 인사말이 오고 간다.

탄자니아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부르는 인류의 조상이 다른 동물들과 함께 생존경쟁을 펼쳤던 열대초원이다. 인류의 조상은 이곳에서 세계로 퍼져나갔고, 북아프리카에 정착한 아프리카인들은 이집트 문명을 열어 인류의 발전을 도모했다. 그러나 현재의 아프리카는 정치·경제적으로, 그리고 기후·생태적으로 어려운 고난을 겪고 있다. 잦은 전쟁과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의 황폐화로 사람은 물론 야생동물도 간신히 살아가는 실정이다. 그나마 자연이 잘 보호되고 있는 국립공원에서만 관광수입으로 사람도 동물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존하고 있다.
타랑기레국립공원은 물론 세렝게티, 마냐라호수 국립공원,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 킬리만자로를 다녀오는 여행은 대부분 아루샤에서 출발한다. 인구 약 30만 명의 아루샤는 해발 1,350m의 고원에 위치해 기온이 선선하다. 아루샤에서 타랑기레국립공원까지 2시간 동안 차에서 바라본 탄자니아 풍경은 이렇다. 곧 무너질 집, 맨땅에 주저앉아 물건을 파는 아낙네들, 그 옆에서 하염없이 멍 때리는 남자들, 염소를 몰고 가는 맨발의 아이들, 매연과 먼지 가득한 도로, 곳곳에서 차량과 사람을 세워 시비를 거는(?) 경찰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주인공이 "아프리카는 신이 창조한 천국이야"라고 말했던 대사와는 정반대다. 남녀 구분 없이 머리카락이 짧은 사람들이 많은데,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머리카락이 길면 부자로 본다.

야생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곳
타랑기레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탄자니아에서는 국립공원마다 입장료가 다르고, 외국인에게는 내국인의 30배 되는 입장료를 부과한다. 일종의 관세인가? 이 공원에서 외국인 입장료는 약 10만 원, 차량 입장료는 5만 원이다. 도보 탐방이 허용되는 다른 공원에서는 탐방객 1팀당 가이드와 레인저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거기에 해설자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이 슬쩍 끼어서 따라오기도 한다.
이들 모두에게 2만~5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들은 모두 초록색 군복을 입었고, 레인저는 커다란 총을 둘러메고 다니는데 거기에는 정말 실탄이 들어 있다. 맹수가 공격하면 주변을 향해 공포탄을 쏘고, 밀렵꾼이 공격하면 그를 향해 실탄을 쏜다.

공원 입구의 첫 번째 경고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존경하는 방문객 여러분, 모든 부상과 사망, 분실은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출발에 앞서 가이드가 사파리 차량의 천장 뚜껑을 열어젖히며 세 가지 주의사항을 강조한다.
"차에서 내리지 말 것, 소리를 크게 지르지 말 것, 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말 것!"
어떤 책에서 "아프리카에서는 철창에 갇힌 사람들이 바깥의 자유로운 동물들을 관찰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식으로 차 안에서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관광을 '사파리Safari'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 동물 추적(사냥)을 일종의 오락으로 여긴 관습에서 나온 단어다.

비포장도로에서 각 차량의 가이드들은 서로 어디에 어떤 동물들이 있다고 알리는 무전을 하면서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차량은 먼저 멀리까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선다. 우기에는 빛나는 초록, 건기에는 메마른 갈색 풀밭이 수평선 가득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로 반짝이는 강이 구불구불 흐르고 있다. 초원에는 아카시아와 버드나무 덤불들이 듬성듬성하고, 바오밥나무가 드문드문 장승처럼 서 있다. 그 위로 한 점의 공해도 없이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풍경 사이사이에서 작게 어른거리는 것이 야생동물이다.

너무 많아서 질릴 정도의 야생동물들
탐방객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짐승을 가이드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알려준다.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초원의 지배자 사자다. 큰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있는 사자의 실루엣이 늠름하다. 커다란 나뭇가지에 축 늘어져 있거나 땅바닥에 벌렁 누워 낮잠에 빠진 녀석들도 있다.
코끼리 가족은 차량이 가까이 가도 눈길 주지 않고 자기들 갈 길을 간다. 어미 옆에 바싹 붙어 걷는 아기코끼리가 이따금 고개를 돌려 귀를 팔락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커다란 나무줄기를 뚝뚝 꺾거나 훑어서 잎사귀를 먹고, 바오밥나무의 껍질을 벗기거나 엉덩이를 긁어대는 코끼리들의 일상을 잘 관찰할 수 있다.

높다란 가시나무의 잎을 훑어 먹으며 탐방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기린, 귀를 쫑긋쫑긋 재빨리 움직이며 경계하는 임팔라 가족, 그들의 주변을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는 자칼, 밀착해서 서로 털을 골라 주는 원숭이 가족, 성큼성큼 걸어가는 타조, 고사목 꼭대기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독수리 등 영상으로만 보아왔던 야생동물들이 눈앞에 하나씩 나타난다. 사파리에서 꼭 보아야 할 '빅Big 5'는 사자, 표범, 코끼리, 물소, 코뿔소인데, 가장 보기 어려운 동물은 코뿔소다. 밀렵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정해진 장소에 차량들이 집결한다. 간단히 설치된 벤치와 식탁에서 샌드위치와 과일이 담긴 도시락을 여는데, 이곳은 원숭이들의 식당이기도 하다. 난간에 앉아 있다가 재빨리 음식을 낚아채는 녀석도 있고, 아기원숭이를 안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기부해 달라는 엄마원숭이도 있다. 가이드가 "지갑을 조심하라"고 농담하며 회초리를 휘둘러 내쫓지만, 원숭이들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다.

오후 일정은 사파리 차량이 각자 흩어져 오전에 공부했던 동물을 복습하는 형태다. 코끼리와 기린, 누우, 임팔라는 너무 많이 보여서 질릴 정도고, 이따금 사자나 표범이 초식동물을 뒤쫓아 한바탕 소란을 피워야 눈길이 간다.
아루샤에서 타랑기레국립공원을 다녀오는 1일 여행상품은 40만 원 내외이고, 타랑기레-응고롱고로 국가자연보호구-세렝게티를 다녀오는 5일 여행상품은 300만 원이 넘는다. 이 비용은 최소한의 가격이고, 차량과 숙소의 종류, 운전자와 가이드의 경력, 선택 관광에 따라 상당한 돈이 추가된다. 탄자니아 물가를 고려했을 때 엄청난 비용인데, 그 돈이 잘 사용되어 공원의 자연이 잘 보호되고, 주민들의 고달픈 삶에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고독한 킬리만자로
아루샤에서 국경을 넘어 케냐의 나이로비로 가면서 멀리 우뚝 선 킬리만자로산을 바라본다. "뜨거운 아프리카에 눈 덮인 산이 있다니 사실인가? 더위를 먹어 헛것을 본 게 아닌가?"라며 19세기의 유럽 사람들은 설산雪山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과 빙하는 기후변화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어 19세기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광활한 평원 위에 홀로 솟아 아프리카를 내려다보는 킬리만자로산의 모습은 고독하기 이를 데 없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