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인류 일자리 첫 소멸 사례'… '서프라이즈' AI 재연 영상 도입 그 이후

김태현 기자 2025. 7. 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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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재연 배우로 촉발된 일자리 대체 논란
방송가부터 각종 산업까지, 생성형 AI가 바꾸는 직업 지형도

[우먼센스] 일요일 오전을 책임져온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최근 특집 코너 'Project AI'를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재연 영상을 선보였다. 6월 22일 방영된 서프라이즈는 1965년 소련 우주인 알렉세이 레오노프의 우주 유영과 1911년 모나리자 도난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외국인 배우들 대신 AI가 생성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국민 프로그램 <서프라이즈> AI 영상 도입을 계기로, AI가 문화콘텐츠 업계 전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서프라이즈 재연 영상은 평범한 건물 로비 공간을 촬영하면서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자막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는 뻔뻔함이 매력이자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AI 영상은 AI 특유 느낌은 있지만 실제 루브르 박물관처럼 정교하고 사실적인 배경을 구현해 시각적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AI 영상으로 기존 재연 영상을 대체해 화제가 됐다. 사진=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캡처

시청자들 반응은 엇갈렸다. "우주 배경이 정말 생생하다", "기술력에 놀랐다", "나만 더 좋아보이나? 몇 년 뒤엔 이게 자연스러운 일이 될 듯"이라는 호평과 함께 "감정 이입이 안 된다",  "특유의 B급 감성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쏟아졌다.

재연배우부터 시작된 AI 물결

특히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공식적으로 인류 일자리 분야 중 사라진 첫 번째 사례"라는 극단적 표현부터 "영상 퀄리티를 떠나서 사람들이 AI를 싫어하는 이유는 일자리를 잃을까 봐서"라는 현실적 걱정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배우만 문제가 아니다. 스태프, 카메라 감독, 작가도 이제 일자리를 잃게 됐다", "현장 스탭들이 모두 사라지겠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실제로 한 회차 재연 영상을 AI로 제작하면서 사라진 일자리가 상당해 보인다. 시청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재연 배우는 물론이고 분장팀, 의상팀, 소품팀, 촬영 스태프, 조명 기사까지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한 시청자가 "재연배우들 분장/메이크업팀 카메라 감독 오디오 감독 그 외 스태프들... 이 하나에 잃은 일자리가 몇 명인지 가늠도 안 된다"고 토로한 것처럼, AI 도입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위는 기존 재연 배우를 통한 과거 영상. 아래는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 같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표현했지만 퀄리티가 크게 차이 난다. 사진=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캡처

서프라이즈만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방송사의 '심야괴담회'는 2024년 7월 이미 재연 장면에 AI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바 있다. 당시에는 AI 기술이 현재만큼 발전하지 않아 '불쾌한 골짜기'(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것을 닮지 않은 것보다 더 싫어한다는 이론) 현상이 두드러졌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AI 이미지를 본 시청자들은 "기괴하다", "몰입이 안 된다"며 반발했지만, 제작진은 여전히 AI 활용을 지속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 같은 AI 영상 도입을 "제작비 절감과 마감기한 준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들의 AI 도입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SBS 'TV 동물농장'은 인공지능 기술로 제작한 단편 영상을 선보였는데, 강아지가 사무실 회의에 참석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KBS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올해 신입사원 모집 홍보 영상을 제작하면서 실제 배우 대신 생성형 AI가 만든 가상 인물들만을 출연시킨 것이다. MBN 역시 신규 예능 프로그램 '무명전설' 예고편을 인공지능으로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다.

성우 업계 AI 위협 현실화, 국내 첫 음성 복제 소송

방송계 변화는 성우 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타입캐스트, 네오사피엔스 등 AI 성우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성우 영역이 위협받고 있다. 600개 이상 AI 목소리로 감정 연기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AI 성우가 필수 도구로 자리잡았다. 한 시청자가 "상위 1% 성우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처럼, 업계 전체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2025년 4월, 실제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다. 티니핑, 헬로카봇 등 유명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른 가수 겸 성우 이정은 씨가 AI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 발단은 지난해 이씨가 자신의 노래 50곡을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면서다. 당시 이 씨는 "AI 프로그램 특성상 변형과 왜곡이 있을 것이고, 제 목소리와 똑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발성법과 음색, 바이브레이션까지 완벽하게 복제된 결과물이 나왔다.

서프라이즈가 공개한 또 다른 AI 재연 영상은 우주 관련 영상이었다. 위는 기존 우주 관련 스토리 재연 영상, 아래는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이다. 사진=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이 씨는 "AI가 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어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AI 프로그램 판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업체 측은 "결과물의 유사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고, AI는 다채로운 표현에 기술적 한계가 있어 생계 침해는 무리"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신중히 판단 중이며, 오픈AI-스칼렛 요한슨 논란처럼 예술계 전반으로 유사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AI 활용은 더욱 광범위하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가 개발한 '더 파이널스'는 캐릭터 음성에 TTS(Text to Speech) 기술을 전면 도입했고, 사이버펑크 2077에서는 사망한 성우 목소리를 AI로 복원해 새로운 대사를 제작했다. 심지어 포트나이트는 다스베이더 캐릭터에 AI 음성을 사용해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언론재단이 2023년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챗GPT 현안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0.9%가 번역가와 통역사를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AI 번역 서비스 정확도는 웬만한 번역가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번역이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상황 맥락과 문화적 뉘앙스, 창작적 번역은 여전히 인간 고유 영역이라는 것이다. 대신 AI가 초벌 번역을 담당하고 인간이 이를 다듬는 형태로 역할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할리우드의 AI 혁명으로 창작자 파업 나서기도 

창작 분야에서도 AI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미국 작가조합(WGA)과 배우노조(SAG-AFTRA) 파업이 각각 148일, 118일 동안 이어진 배경에는 AI와 OTT 문제가 있었다. 결국 파업 끝에 배우들은 임금 7% 인상과 함께 스트리밍 수익 분배 방식을 새롭게 확보했고, 작가들은 해외 재상영분배금이 76%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AI 활용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와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작가들의 기존 시나리오를 AI가 임의로 편집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보호 장치도 마련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작가 파업 이후 기존 작가가 이미 작성한 시나리오를 AI가 편집할 수 없게 됐고, 작가가 AI 결과물을 각색하더라도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간주될 수 있도록 했다.

할리우드에는 AI를 활용한 독립 스튜디오가 100여 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우주편 영상 캡처

하지만 이런 장벽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뉴욕매거진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업계에서 AI 동영상 생성 도구 사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대부분 영화사들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관객들이 더 많은 블록버스터를 원한다면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AI 도입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영화사들이 AI 사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2023년 작가·배우 노조 파업 이후 체결된 계약에 따르면, 스튜디오는 명시적 동의와 보상 없이 AI를 사용할 수 없으며 노조와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사들은 인간 전문가를 고용해 AI 사용 흔적을 지우는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할리우드에는 AI를 활용한 독립 스튜디오가 100여 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손가락도 제대로 못 만들던' AI가 만든 뮤직 비디오가 충격줬다

흑인 홍길동 얘기를 다룬 '미스터 홍'이 큰 화제를 낳았다. 손가락도 제대로 못 만들던 AI가 이제 할리우드급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사진=미스터홍 MV 캡처

2025년 4월 19일 유튜브 채널 '심통봇'에 업로드된 '미스터 홍' 뮤비가 118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흑인 홍길동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연기와 제스처를 펼치는 이 영상은  등장인물부터 배경, 연출까지 모든 것이 AI로 구현된 완전한 뮤비였다. 대기업이 아닌 개인 유튜버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퀄리티 영상은 AI 기술의 접근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뮤비 산업과 음악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시켰다. 전문 제작진과 막대한 예산 없이도 할리우드급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현실은 'AI 특이점'이 이미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하며, 창작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의료·법무까지 확산되는 AI

AI 영향은 창작 분야를 넘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국내 직업종사자 61.3%가 AI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재무 분석가, 대출 처리원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대량 숫자 처리와 데이터 분석이 주요 업무인 만큼 AI가 인간보다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원과 증권사 직원들도 상당 부분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AI는 이미 영상 판독, 병리 진단, 약물 상호작용 분석 등에서 인간 의사 수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계약서 검토, 판례 검색, 법률 자료 분석 등 변호사 기본 업무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현서 리바이어던 변호사는 변호사도 긴 시간으로 보면 결국 대체될 것이라고 봤다. 임 변호사는 "결국 '인간의 판단'이 업무의 핵심인 직종들은 당분간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복잡한 상황 분석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전문직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AI 발전 속도다. 단순히 인간의 판단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결국에는 인간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2년 전만 해도 지금의 AI 수준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경고다. 이제는 동영상 생성부터 음성 복제까지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속도라면 판단 중심의 전문직들도 '늦게 대체되는 직업'일 뿐, 결국 그 큰 흐름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대, 적응이 생존의 열쇠

MBC 서프라이즈 AI 재연 영상을 시작으로 확인된 것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더 이상 미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연배우에서 시작된 변화는 성우, 번역가, 사무직, 심지어 의사와 변호사까지 거의 모든 직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청자들 반응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드러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AI가 발전할수록 이런 영상이 지상파 방송에서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변화를 수용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영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삽니까"라는 절실한 우려도 공존한다. "지금이야 살짝 어색하고 AI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겠지만 몇 년 뒤엔 자연스러운 일이 될 듯"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연배우들이 겪고 있는 변화가 모든 직업인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명확하다고 말한다. AI 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이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이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국내 IT 대기업 직장인 A 씨는 최근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사무직의 미래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A 씨는 "AI 발전 속도를 보면 사무직  종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건 피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곰을 만났을 때 살아남는 방법을 떠올린다. 시속 40km로 뛰는 곰보다 빠를 수는 없지만, 주변 사람보다 빠르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대체될 때까지 남보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변화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활용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AI 시대 도래는 선택이 아닌 현실이 됐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느냐다. 서프라이의 AI 재연 영상이 던진 화두는 이제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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