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에 숨진 '생후 사흘' 딸…쓰레기봉투 유기→시신도 못 찾았다[뉴스속오늘]

2023년 7월 7일 한 여성이 긴급체포됐다. 5년 전 자신이 낳은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한 혐의였다.
흰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30대 여성 A씨가 손에 종량제 봉투를 들고 아파트를 빠져나온다. 근처 쓰레기장으로 가더니 가지고 온 봉투를 버린다. 5년 전인 2018년 자신의 딸 시신을 버렸던 상황을 경찰 앞에서 재연한 것이다.
A씨의 범행은 출생 미신고 영아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광주시 광산구는 출산 기록를 토대로 A씨에게 아이의 소재를 물었지만 A씨로부터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A씨는 첫 통화 후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경찰이 직접 아이 소재 파악에 나섰고, 압박을 느낀 A씨는 결국 자수했다. A씨는 "출산 전후 집에만 있어 답답했다"며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이를 발견한 당시 딸이 쓰고 있던 겉싸개 모자가 코를 덮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혼모라 막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체를 유기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5년 전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 등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A씨는 결국 구속됐다.

구속된 후 이어진 보강 조사에서 이 사건의 반전이 드러났다. 아이가 숨진 게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A씨는 줄곧 "'출산·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외출 후 귀가해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었는데, 경찰의 추궁 끝에 살해를 자백했다.
당초 출산 후 아이를 집으로 데려갔다는 진술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출산 후 이틀 뒤 아이를 집이 아닌 모텔로 데려갔고, 침대에 눕혀둔 아이가 울자 아이를 뒤집어둔 채로 방치했다. 숨을 쉬지 못한 아이는 태어난지 사흘 만에 숨졌다.
A씨는 딸의 시신을 가방에 담아 집으로 옮겨 냉동실 등에 보관하다 수일 뒤 종량제 봉투에 넣어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아이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기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살인 혐의로 바꿔 A씨를 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침대에 엎어져 있던 아이가 미동이 없었을 때 응급 조치를 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 홀로 출산과 육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한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 낮았다.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아동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 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모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을 저버린 채 태어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피해자를 살해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에 대한 가족들의 선처 탄원이 이어지지만 법원에서 유사 사건들에 동일형이 내려지고 있어 선처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출산 후 미등록 영아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된 뒤, 이같은 사건이 뒤늦게 다수 발견됐다. 이에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국회는 출생통보제 시행 등의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부터는 '출생통보제'가 실제 시행되고 있다. 당초 부모 등 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해야 등록되는 방식이었다. 아이가 태어났더라도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태어난 아이의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전달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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