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서투니 양육권 뺏겠다고? 대법원은 '외국인 엄마' 손 들어줬다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양육권 판단, 언어 아닌 복리
자녀 행복 및 안정이 최우선
다문화 부모도 양육권 보장돼

Q : 외국 국적의 여성 A(40)다. 유학 시절 만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서 거주하며 자녀를 출산·양육해 왔다. 자상한 모습이 좋아 결혼을 결심했고, 낯선 땅 한국에 와서 산다 해도 남편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와 가정폭력으로 별거에 들어갔고, 현재 이혼소송 중이다. 현재 내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있으며, 정서적 유대와 양육환경은 안정적인 상태다. 그런데, 남편은 나의 한국어 능력 부족을 이유로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 자녀가 향후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불리하므로 자신이 양육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 아이를 지킬 방법은 없을까?
A :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한국인 부모와 외국 국적의 부모가 자녀 양육권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사건에서는 A씨 사례와 같이 한국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국인 부모의 양육자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이 과연 정당한가? 또 법원이 양육권을 판단할 때 어떠한 기준을 적용할까?
일각에서는 외국인과의 혼인, 이른바 ‘다문화가정’에서 이혼율이 더 높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계는 이런 통념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부부 비율은 2014년 7.6%에서 2024년 9.3%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전체 이혼 중 다문화 부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8.4%에서 6.6%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다문화 부부의 혼인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우리 법원은 한국어 소통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부모에 대해 양육자로서의 자격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녀의 언어 습득이나 교육기관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로 위 사연 속 A씨 또한 1심과 2심에서 양육권 청구가 기각됐다.
한국인 부부의 경우, 법원은 ‘안정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양육자 자격을 부여한다. 안정의 원칙이란, 한번 정해진 양육 환경을 쉽게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가족법상 원칙이다. 아이가 현재 상황에 잘 적응해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이롭다는 것이다. 양육자를 여러 차례 변경하거나, 주거지·활동지역 등을 이리저리 이동하면 아이에게 불안감을 더할 수 있다. 이런 안정의 원칙에서 벗어나 양육자를 변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 양육자가 아이에게 폭력·폭언·유기·방임 등 아동학대 수준의 행위를 반복하는 정도여야 가능할 정도다. 그런데 A씨의 경우,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1, 2심이 안정의 원칙을 깨뜨린 점에 대해 필자는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까웠다.
대법원은 그러나 1, 2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한국의 공교육 체계는 자녀가 충분히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으며, 외국인 부모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 A씨가 자녀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양육환경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A를 친권자이자 양육자로 지정했다. 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언어 능력 부족’이 양육권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 △무엇보다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생활 환경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법원이 분명히 한 사례라고 본다.
대법원 판결로 A씨는 양육권을 확보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를 양육할 때 전 배우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법은 부모가 이혼한 후에도 자녀가 양쪽 부모와 모두 유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민법 제 909조의 2 등)
특히 양육자는 상대방의 면접교섭권을 정당하게 보장해야 한다. 아이 앞에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면접교섭권이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와 지속적으로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는 권리로, 양육권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강하게 보호받는다. 이는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발달을 위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중요한 권리로 인정된다. 그래서 면접교섭 방해 행위가 반복될 경우, 법원은 ‘양육자 변경’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 아이를 보호할 수도 있다.
결국, 양육자를 지정할 때 법원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적이나 언어 능력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다. 언어의 장벽은 사회적·제도적 지원으로 극복 가능한 문제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 관계, 안정적인 양육 환경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정 부모의 안정적인 양육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외국인 부모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 자녀 양육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부모-학교간 소통을 위해 통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문화가정의 부모가 언어적 편견 없이 자녀를 온전히 돌볼 수 있음을 법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선례라 할 수 있다.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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