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 '제2의 주민규' 있을 것"… 끝나지 않은 '축구 미생'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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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던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
리프팅(공 띄우기) 연습을 하던 선수가 실수로 공을 떨어트리자, 왕선재(66) 서울라이즈FC 감독이 칼같이 잡아내곤 벌칙을 내렸다.
축구인 노조로부터 '서울라이즈FC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한 이유다.
이처럼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는 선수들이 적지 않기에, 이들이 계속 운동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왕 감독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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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 거친 선수들 초심으로 '똘똘' 뭉쳐
훈련비 유니폼 등 전액 무상 제공 '구슬땀'
왕선재 감독 "프로 직행 자원 길러낼 것"

"공 떨어트렸네, 푸시업(팔굽혀펴기) 시작! 항상 100프로(%)로 하라고. 몇 프로?"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던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 리프팅(공 띄우기) 연습을 하던 선수가 실수로 공을 떨어트리자, 왕선재(66) 서울라이즈FC 감독이 칼같이 잡아내곤 벌칙을 내렸다. 이날은 한 달째 이어진 고강도 체력 훈련을 마친 뒤 처음 갖는 레크리에이션 시간. 리프팅하면서 걷거나 머리로 공을 안 떨어트리고 골대까지 가기 등 가벼운 훈련을 소화했지만 왕 감독과 선수들 표정엔 진지함이 묻어났다.
서울라이즈FC는 서울시축구협회 후원으로 한국 축구인 노동조합(지도자 노조)이 지난달 만든 신생 독립구단이다. 독립구단은 K리그 등 프로 소속이 아닌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축구를 그만뒀거나 프로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이 다시 꿈을 키워나가는, '축구 미생'들의 보금자리인 셈이다.
"보석 될 원석들, 너무 아까워"

축구로 돈을 버는 프로선수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고교 축구선수는 3,749명. 그러나 이번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K리그 소속 클럽(2부 포함)의 부름을 받아 곧장 입단하는 고교 선수는 단 8명이다. 나머지는 대학 축구부에 체육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거나, 외국인·베테랑 선수들이 즐비한 세미프로 리그(K3·K4 리그)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마저 실패하면 '인생의 전부'를 쏟아부은 축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교 축구부터 프로구단까지 수십 년 동안 선수들을 지도해온 왕 감독은 현장에서 늘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럴 때마다 축구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축구인 노조로부터 '서울라이즈FC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한 이유다. "우리 축구계의 원석들이 모두 버려지고 있는 거잖아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왕 감독은 주민규(35·대전하나시티즌)와 제이미 바디(38·레스터 시티)를 언급했다. 주민규는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연습생 신분'으로 2부 리그 팀에 입단해 결국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제이미 바디는 공장 일을 병행하며 잉글랜드 8부 리그부터 경력을 쌓았고, 27세에 프리미어리그(1부)에 입성해 2019~20시즌 '역대 최고령 득점왕'을 차지한 '늦깎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처럼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는 선수들이 적지 않기에, 이들이 계속 운동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왕 감독은 강조한다. 그는 "프로로 직행할 만한 선수들을 매년 배출하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할 수 있다"... 초심으로 뭉치다

서울라이즈FC에 모인 30여 명의 선수들은 살아온 길과 경력이 다양하다. 국내 리그 출신은 물론 말레이시아, 몽골 등 해외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뛸 구단을 찾지 못해 축구를 한동안 쉬었다는 점. 이 공백기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세미프로 리그에서 뛰다 군 복무를 마치고 입단한 정선홍(24)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다지고 있다"며 "훈련에 늦지 않으려고 운동장 근처에 자취방도 계약했다"고 미소 지었다.
국내에 독립구단이 서너 군데 더 있지만 서울라이즈FC는 훈련과 유니폼 등을 '전액 무상' 제공한다. 적잖은 선수가 당장 수입이 없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큰 도움이 된다. 주장 유종우(27)는 "입단 테스트 비용 등이 10만~20만 원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전부 무료로 지원해 줘서 좋다"고 했다. 유종우는 K리그1(1부) 소속인 FC안양에서 뛰었지만, 군 복무 후 2년간 공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그는 서울라이즈FC에서 주어진 '마지막 기회'에 모든 걸 걸겠다고 다짐했다. "평생의 꿈이었던 축구를 이대로 포기해도 될까, 계속 아쉬움이 남아 있었어요. 그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도록 되는 데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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