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 ‘추경 찬스’… 지역구 예산 2조원 챙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국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2조원에 달하는 이른바 ‘지역구 예산’이 포함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진과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 돈 12조100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돈 1조7000억원을 들여 전 국민에게 ‘민생 회복 소비 쿠폰’으로 13조8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머지 추경 지출 일부가 취지와는 달리 지역구에 돈을 쓰는 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주로 정부·여당이 건설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이번 추경에 특정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 예산을 1조4000억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철도·도로 사업에 약 7300억원, 철도 구조물 개선에 약 1600억원, 하천 정비와 농촌 수리 시설 보수에 약 3500억원 등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첫번째 추경으로 호남 등 여당 의원들 지역구 상당수가 수혜를 봤다”고 했다. 실제 전북(4787억원)과 전남(2042억원), 광주(994억원) 등은 추경 처리 후 보도 자료를 내고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에는 1000억원이 책정됐다. 이 사업은 처음에는 광주에서 전남 목포시까지 최단 거리에 가깝게 고속철도 전용 선로를 조성하는 사업이었으나, 중간에 무안국제공항을 거쳐가도록 노선이 변경되면서 운행 시간은 5분도 채 단축되지 않는데 총사업비가 3조원 가까이 들어가는 사업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업 일정을 앞당기겠다며 올해 투입 금액을 늘렸다.
경부고속철도 경기 평택~충북 청주 오송 구간을 기존 왕복 2개 선로에서 2배인 4개 선로로 늘리는 데에도 1000억원이 투입된다. 대전과 광주, 부산의 도시철도 사업에도 각각 1259억원, 715억원, 100억원이 들어간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과 중앙선 철도 충북 단양군 도담리에서 경남 영천시 구간 공사에도 각각 3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정부는 국도 신설·확장 사업에도 2건을 추가했다. 충남 태안군 고남리에서 창기리까지, 전남 신안군 압해읍에서 해남군 화원면까지 이어지는 국도를 만드는 데 각각 500억원과 3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속도로와 관련해선 서부내륙고속국도 충남 부여군에서 전북 익산시 구간에 120억원, 함양(경남)~울산 고속도로 사업에 80억원이 추가됐다.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8곳의 진입로를 넓히는 데에는 올해 345억원이 책정돼 있었는데 정부는 이 예산도 150억원 늘리기로 했다. 항구 공사 사업은 전남에만 2곳이 추가됐는데, 신안군 가거도항에 80억원, 흑산도항에 73억원이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는 활주로를 연장하는 사업 예산 29억원이 투입된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에 없던 사업 예산도 추가됐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나들목 구간을 넓히는 사업은 광주시가 사업비 절반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나오자 정부가 이번 추경을 통해 정부 부담분 366억원을 전액 삭감하려고 했는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절반인 183억원이 되살아났다. 한편 추경에서 약 300억원이 추가된 지역 하수도 사업은 전남 보성·경남 밀양 등 25개 지자체에 돌아갔다. 공공 청사와 국립대 건물, 병영 시설을 개·보수하는 사업은 ‘지역 경기 활성화 도모’ 명목으로 약 4600억원이 들어갔다.
정부가 1조5000억원을 책정한 신산업 투자 촉진 분야 등 건설 이외 분야에도 지역구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에는 정부가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고, 전남 지역의 김 가공 공장 20곳의 시설을 개선하는 데에도 정부가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로봇 등 물리적 실체가 있는 장치에 인공지능(AI)를 탑재하는 기술인 ‘피지컬AI’ 관련 예산은 올해 정부 예산에는 없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관련 시범 사업 예산을 전북이 229억원, 경남이 197억원 가져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울산 울주군 등 올해 초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에는 ‘지역 청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이 배정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을 통해 국방 예산은 905억원가량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최전방 GOP(일반전초)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등 과학화 경계 시스템의 성능을 개량하는 사업(300억원), 120mm 자주 박격포를 획득하는 사업(200억원), 특수작전용 권총 도입 사업(136억원),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 사업 등 군 장비 도입 사업(119억원), 적이 보낸 소형 무인기(드론)를 막는 체계를 개발하는 사업 예산(12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삭감 예산의 대부분이 계약 지연·미이행 상황과 낙찰 차액을 반영한 불용 예산”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과 민생을 챙기겠다고 해놓고, 이재명 정부의 특수활동비 부활과 지역 예산 챙기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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