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10개보다 서울대보다 5배 좋은 대학 하나 만들어야”

8월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장으로 부임하는 임우영 교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대해 “서울대 10개보다 서울대보다 5배 좋은 학교 한두 개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 최고 수준의 서울대마저 호봉제 같은 낡은 시스템에 묶여 실력 있는 교수들이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를 10개 만든들 우수한 교수와 인재를 어떻게 유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지난 5월 서울대 경제학부의 스타 교수 두 명을 홍콩과기대로 영입했다고 한다. 영입에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홍콩과기대 교수 연봉은 서울대 정교수 연봉 1억2000만원의 3배 수준이다. 서울대는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있고 교수 연봉도 연구 성과와 무관한 호봉제에 묶여 있다. 그러니 서울대가 교수 영입 시도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서울대는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고 세계 무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마당에 서울대 10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은 정곡을 찔렀다.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재정을 투입해 9개 거점 국립대의 교육 여건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해 수도권 쏠림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금 거점 국립대들은 백화점식 학과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쟁과 혁신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태에선 아무리 지원을 해도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 획일적 교육 평등화에 매달리다가 자칫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원을 해도 국립대들의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이보다 더 다급하고 절실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 연구 인프라와 첨단 기술 인재 양성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발표한 세계 연구기관 순위에서 한국의 대학·연구소 중엔 상위 50위 안에 든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지금의 서울대를 ‘10개 복제’한다고 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서울대보다 5배 좋은 학교 한두 개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을 정부와 대학들은 새겨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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