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尹, 경호처에 ‘경찰 들어오면 총 보여줘라’ 지시”

김희래 기자 2025. 7. 7.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지, 특검이 청구한 尹구속영장 입수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11시 54분쯤 ‘내란 특검’ 조사를 마치고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쯤 출석한 지 약 15시간 만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뉴스1

6일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외환 혐의’를 제외한 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뒤 외환 혐의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 구속 영장을 청구하며, 그가 불구속 상태로 있을 경우 추가 혐의들에 대한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픽=송윤혜

◇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 등 적시

본지는 이날 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입수했다. 이 영장을 보면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특수 공무 집행 방해 등 혐의가 적시됐다. 직권남용 혐의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9명만을 불러,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나머지 국무위원 9명의 심의권을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충분한 논의 없이 5분 만에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도 방해했다고 특검은 봤다.

특검은 계엄 선포 후 대통령실 공보 담당 직원들이 ‘비상계엄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국내외 언론에 공보한 것도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했다.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계엄 이틀 후인 12월 5일 계엄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對)언론 입장문을 AP통신·CNN·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배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특검은 본 것이다.

특검은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하는 데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등이 관여했다고 보고, 허위 공문서 작성·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손상 혐의도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와 계엄 직후 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교사) 등도 영장에 포함했다. 구속 필요 사유로는 △증거인멸 △재범 위험성 △도망의 염려 △범죄 중대성 등이 기재됐다.

특검은 영장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1일 당시 김성훈 차장 등 경호처 간부들과 오찬을 하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총은 경호관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경호관)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라며 이른바 ‘위력 경호’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尹 “범죄 성립 안 돼”... 혐의 부인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은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한 바 없다”며 “관련자들 진술에 따르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있었던 2차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 방해’에 대해선 “공수처가 군사 시설인 대통령 관저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예상도 못 했기 때문에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고,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도 “김성훈 전 차장에게 보안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사후 계엄 선포문’에 대해선 “강 전 실장이 임의로 만든 것일 뿐,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계엄 전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부른 것에 대해선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국무위원을 무작위로 부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작년 10월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특검은 최근 현역 장교로 추정되는 인물이 “평양 무인기 침투를 윤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이 무인기 침투 소식을 듣고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고 말한 녹취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은 “무인기 침투 지시도 없었고, 보고도 안 받았는데 어떻게 좋아했겠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신병 확보 후 외환 혐의 규명에 집중

특검팀은 향후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미 ‘무인기 침투 의혹’과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수석연구원 A씨와 녹취 제보자 B씨를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특검보는 “외환 혐의는 아직 수사할 양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