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의전쟁이야기] 게티즈버그, 기억의 전장과 국가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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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은 주로 노예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되었지만, 곧 국가의 정체성과 미래를 놓고 싸우는 전쟁이 되었다.
1861년 링컨의 대통령 당선에 반발한 남부 주들이 연방을 이탈하면서 전쟁이 시작됐고, 남군은 우수한 장교진과 뛰어난 전술로 전쟁 초반 북군을 압도했다.
그렇게 남군과 북군의 주력은 1863년 7월 1일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게티즈버그에서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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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군과 북군의 주력은 1863년 7월 1일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게티즈버그에서 조우한다. 누구도 이곳에서 결전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전투는 3일간 이어지며 5만여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북군은 고지를 따라 낚싯바늘 모양의 방어선을 구축했고, 남군은 이를 돌파하고자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마지막 날에는 ‘피켓의 돌격’으로 대표되는 총공세까지 감행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이 전투로 리의 북진은 좌절됐고 남군은 다시는 북부를 위협하지 못했다.
게티즈버그는 북군이 천하무적이라 여겨지던 리 장군의 군대를 처음으로 꺾은 전투라는 점에서 군사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남군 주력이 궤멸한 것은 아니었고 전쟁도 이후 2년 넘게 이어졌다. 오히려 같은 시기 벌어진 빅스버그 전투를 전략적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게티즈버그가 남북전쟁의 전환점으로 각인된 데에는 이 전투에 링컨의 연설이 부여한 정치적 의미가 결정적이었다.
전투 넉 달 뒤, 링컨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헌납식에서 연설에 나섰다. 단 2분, 272 단어로 이뤄진 짧은 연설이었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장으로 대표되듯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천명했다. 이 연설은 왜 이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를 분명히 했을 뿐 아니라 미국을 단순한 주의 연합이 아닌 하나의 국민국가로 이끄는 정치적 전환점이 되었다.
오늘날 게티즈버그는 단순한 전적지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기념하고 시민정신을 되새기는 장소이자 분열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가치를 일깨우는 공간이다. 어린아이들이 링컨의 연설문을 읊조리며 걷고, 3대가 함께한 가족이 자신이 속한 주의 기념비 앞에서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은 이곳을 찾은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쟁을 기념하는 일은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게티즈버그처럼 전투의 의미가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내일의 세대에 가치를 전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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