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불청객’ 족저근막염] 걷는 足足 통증 콕콕 ...휴식이 필요해
조깅·여행 등 활동 많아 발바닥 부담 커지는 계절
반복되는 긴장·미세 손상 원인으로 찌릿한 통증
쿠션 있는 신발·스트레칭으로 빠른 회복 유도를
기온이 오르고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여름철 및 초가을에는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등산, 조깅, 여행, 맨발 걷기, 하이힐이나 샌들 착용 등으로 발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면서, 발바닥에 미세 손상이 누적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러닝 열풍까지 더해지며, 족저근막염은 성인 발바닥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활동량이 많아지는 시기일수록 원인과 예방법을 알고 미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은 발뒤꿈치에서 발바닥 중앙까지 이어지는 두껍고 질긴 섬유띠로,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반복적인 긴장과 미세 손상이 가해지면 점차 유연성을 잃고 약해지면서 통증이 생긴다. 특히, 밤사이 수축돼 있던 근막이 아침 첫발을 디딜 때 갑자기 당겨지며 뒤꿈치 안쪽에 찌릿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족저근막염은 이름 때문에 염증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복된 사용으로 인한 퇴행성 변화에 더 가깝다. 새 고무줄은 잘 늘어나지만, 오래된 고무줄은 탄력을 잃고 딱딱해서 쉽게 끊어지듯, 족저근막도 점차 경직되어 제 기능을 잃게 된다.
◇발 구조와 보행= 발의 구조와 걸음 습관은 족저근막염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평발처럼 발 아치가 낮은 사람은 걸을 때 발바닥이 넓게 퍼지면서 족저근막이 과도하게 늘어나기 쉽다. 또 발이 안쪽으로 많이 기울어 체중이 집중되는 ‘과도한 내전’ 걸음걸이를 한다면, 발 아치가 눌리면서 족저근막에 반복적인 부담이 쌓인다. 만약, 신발 밑창의 안쪽이 먼저 닳는다면, 족저근막염 예방을 위해 자신의 발 구조와 걸음 습관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뒤꿈치를 들고 걷는 첨족 보행(까치발 보행), 선천성 또는 신경근육 질환으로 인한 요족(오목발), 달릴 때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는 습관 또한 족저근막에 과도한 긴장을 주어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발 내측 아치 구조를 지키기 위해 충격 흡수 기능이 지나치게 작동하면서 족저근막뿐 아니라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근육도 함께 더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진단과 치료= 족저근막염은 주로 아침에 첫 발을 디딜 때 뒤꿈치 안쪽에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리고, 발가락을 몸쪽으로 당겼을 때 발바닥 아래쪽이 당기면서 통증이 유발된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오랜 기간 계속되거나, 밤에도 아프거나, 저린 느낌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단순한 족저근막염이 아닐 수 있다. 임상 증상과 함께 엑스레이, 초음파 등을 통해 피로골절, 지방패드 위축, 요추 디스크에 의한 신경 압박, 족근관 증후군 등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걷거나 뛰는 활동량을 줄이고, 얼음찜질이나 소염제를 통해 통증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발바닥과 종아리를 함께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하루 2~3회, 30초씩 반복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는 온찜질로 근막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활동 후에는 냉찜질로 열감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 얇고 바닥이 딱딱한 샌들이나 구두 착용, 맨발 걷기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뒤꿈치 패드나 깔창을 사용하면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으며, 실내에서는 쿠션감 있는 실내화를 신고, 테니스공이나 얼음캔 굴리기,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는 운동을 병행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만성 족저근막염 환자의 경우 체외충격파 치료가 도움이 된다. 발바닥에 미세한 충격을 주어 혈류를 개선하고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특히 오래된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일시적으로 주사 치료가 시행되기도 하나 지방패드 위축 및 족저근막 파열 같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식단 조절과 함께 평지 위주의 걷기, 수영, 실내 자전거, 아쿠아로빅, 요가 같은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도 족저근막염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으며, 수술까지 받았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은퇴했다. 발에 부담이 계속되면 족저근막염이 만성으로 진행되기 쉽고, 적절한 안정이 부족하면 회복이 느리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양상이 달라진다면 빠른 시일 내 전문가와 상담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회복을 앞당기는 길이다. 걷는 행위가 병이 되지 않도록, 평소 발 건강에 꾸준한 관심과 적절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희연재활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이상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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