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속 건져 올린 언어, 자연과 사람을 어루만지다

최명진 기자 2025. 7. 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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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시인 첫 시집 ‘슬픔을 헤아리며’ 출간
가족·유년, 내면기억 투영한 시편부터
생태적 상상력 담은 사유의 여정까지
가족과 유년의 기억, 자연과 인간의 공존, 슬픔의 승화를 고스란히 담은 시집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김기완(사진) 시인이 첫 시집 ‘슬픔을 헤아리며’(시와사람刊)를 펴냈다.

시인의 내면과 시적 지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집인 만큼 이번 작품집은 가족과 유년의 기억, 자연과의 교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으며 그만의 시 세계를 정립해 나간다.

이 책에는 유년 시절과 부모의 사랑, 희생을 되새기는 사유가 중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인은 삶의 지난한 궤적을 따라가며,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감정과 부모로부터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기억을 통해 존재의 뿌리를 더듬는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슬픔은 단지 아픔에 머물지 않고, 이를 견디고 이겨내는 태도와 의지로 승화된다.

아울러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사색의 대상으로 삼는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성과 완전함은 시인에게 하나의 이상적 존재로 비춰진다.

자연의 숨결과 리듬을 따라가는 그의 시편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고, 치유와 위안의 통로로 기능한다. 자연에 대한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단지 감성적 서정에 머물지 않고, 동양적 자연관에 기반한 철학적 사유로도 이어진다.

시집의 또 다른 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인의 관심이다.

시인은 소외된 기층민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고단한 일상을 조용히 응시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그의 시는 목소리를 잃은 이들의 삶을 시어로 되살리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내는 윤리적 물음을 품고 있다.

시집 전체에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깊숙이 배어 있다. 하지만 시인은 슬픔을 부정하거나 도피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을 삶의 본질로 받아들이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성찰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슬픔을 정서적 동력으로 삼아 인간적인 성숙에 이르는 이 시집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또 이 시집은 생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한다. 가문비나무가 죽어 다시 ‘첼로’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재생 가능성을 노래하고, 목련이 지고 피는 반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긍정한다. 이러한 시적 형상화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성찰과 함께, 자연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을 담고 있다.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는 친화력을 지닌다. 일상의 언어로 쓰인 그의 시는 존재의 근원과 감정을 투명하게 직조해내며 우리 시대 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기완 시인은 나주 출신으로,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오랜 시간 교직에 몸담았다. 지난 2월 정년퇴임 후, 같은 해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하며 시인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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