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한 빨대 포장비닐·커피믹스 봉지…비닐봉지로 재탄생”

강남역 등 4곳 중점관리구역
구, 전용봉투 직접 제작·보급
참여 사업소 6만485곳 달해
단속반 ‘부적합 쓰레기’ 구분
‘열분해유 가공’ 활용 계획도
서울 강남구청 소속 쓰레기무단투기 단속원이 지난 3일 밤 폐비닐전용봉투 입구를 풀자 신문지, 지관통 등 재활용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비닐쓰레기만 담도록 제작된 봉투이기 때문에 모두 투입 금지물품이다.
이날 압구정 도산공원 인근 담벼락에는 폐비닐전용봉투와 함께 각종 쓰레기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단속원 A씨는 “이렇게 비닐과 다른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재활용이 어려워 그대로 소각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닐만 담았다면 전용봉투와 함께 100%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닐 외의 쓰레기가 섞여 있는 폐비닐전용봉투는 그대로 소각장으로 가게 된다.
A씨는 공동조원인 B씨와 펼쳐놓은 쓰레기를 능숙하게 모아 전용봉투에 다시 담았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폐비닐전용봉투 단속활동을 벌인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부터 폐비닐 배출이 많은 강남역, 삼성동 음식특화거리, 압구정동 로데오, 영동시장 등 4곳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정했다. 당시 이 구역 소규모사업장 6844곳에 30ℓ짜리 폐비닐전용봉투 30만7980장을 배포했다.
10개월 사이 대상사업소가 6만485곳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종량제봉투 10장을 구매할 때 폐비닐전용봉투 3장을 무료로 지급하고 있다.
강남구가 폐비닐전용봉투를 직접 제작해 보급하는 이유는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는 비닐쓰레기만 줄여도 전체 배출 쓰레기의 20%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용봉투 앞면에는 배출 가능한 비닐종류를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픽토그램이 찍혀 있었다.
단속원 B씨는 “빨대 포장비닐부터 커피믹스, 약봉지, 라면수프, 택배송장이 붙은 비닐, 양파망, 배달음식 포장비닐, 비닐랩, 양념 등을 무칠 때 쓰는 비닐장갑 등도 이물질만 제거하면 전부 재활용 대상에 해당한다”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비닐종류는 모두 따로 배출해주면 쓰레기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속원들은 밤새 지정된 구역을 돌면서 폐비닐만 담긴 봉투와 다른 쓰레기가 섞인 봉투를 육안 등으로 확인·분류한 뒤 수거업체가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쓰레기가 섞인 전용봉투를 발견했더라도 폐비닐전용봉투 사용이 강제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 등 처분을 하지는 않는다.
강남구 관계자는 6일 “다 함께 실천하자는 의미로 제작·배포하기 때문에 자발적 동참에 좀 더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거한 폐비닐은 모두 ‘열분해유(원유)’로 만들어진다. 오염도와 관계없이 비닐만 있으면 기름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폐비닐을 원유로 재생산하는 자원재활용은 강남구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최초 시도다.
구는 지난 4월 현대백화점과 폐비닐 재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구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열분해유로 만드는 자원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열분해유로 만들어진 폐비닐은 비닐의 성상(상태)에 따라 폐비닐전용봉투로 재탄생하거나, 검은색 비닐봉지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비닐은 단 한 장도 없다. 구는 항공유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열분해유 재활용은 고부가가치 재활용방식으로, 현재 이 기술이 가능한 업체는 소수의 정유사밖에 없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강남구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자원순환 선도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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