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양산, 부끄럽다고? 땡볕엔 부러울걸요!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린 6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양산을 쓴 많은 시민이 오갔다. 남성 직장인 박지학씨(35)도 검은색 양산을 펼쳤다. 따가운 햇살, 30도가 넘는 더위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양산 그늘 아래 박씨의 표정은 밝았다. 거리에는 박씨 외에도 체크무늬·연두·분홍색 등 가지각색의 양산을 쓴 남성들이 지나갔다. 박씨는 “옛날엔 레이스 달린 양산밖에 안 보였는데 요새는 남성용 양산도 잘 나와서 주변에서도 많이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점점 심해지는 폭염에 양산을 애용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여성들의 ‘여름 아이템’이란 말은 무색해졌다. 이들은 “주변 눈치가 보이긴 한다”면서도 “더위를 피하는 일에 성별은 상관없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에 ‘남성용 양산’을 검색하면 1500개가 넘는 구매 후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이들은 “이제 남자에게도 양산은 필수품” “남자도 양산을 쓰고 다니는 시대니 부끄러워 말라” 등 글을 남겼다.
최사무엘씨(45)는 “남자가 양산 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실제로 못 봤다”며 “요즘 같은 날씨에 양산이 있으면 훨씬 덜 더워서 좋다”고 했다. 3년째 양산을 쓴다는 김민규씨(26)는 “폭염이 너무 심해져 쓰기 시작했는데 체감온도가 낮아져서 좋다”고 했다.
그럼에도 ‘양산을 쓰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편견은 여전하다. 강경원씨(64)는 “양산은 여자들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남자가 쓰긴 낯부끄럽다”고 했다. 정연진씨(66)도 “모자나 선글라스는 괜찮지만 양산은 남자가 쓰기 좀 그렇다”고 했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엔 “남잔데 양산 쓰니까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다” “양산 쓰면 하남자라는데 그냥 하남자 하고 싶다” 등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중국인 강지량(41)은 “중국이나 일본에선 양산 쓰는 남자가 많은데 한국은 남성주의가 강해서 그런지 잘 안 보이는 것 같다”며 “햇빛을 피하는데 성별을 따지는 건 웃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학생 줄리안(19)도 “남자는 양산을 쓰면 안 된다는 말을 듣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타인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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