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훔쳐간 오구라 수집품, 시민 힘으로 환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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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한 시민운동이 시작된다.
시민단체 문화유산회복재단는 한일 수교 60주년인 올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오구라 컬렉션 환수에 동참할 시민 1만 명을 모집한다고 6일 밝혔다.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가 1910∼1950년대 한반도에서 30년간 수집한 오구라 컬렉션은 대표적인 약탈 문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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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컬렉션' 환수 1만인 동참 운동 시작
"한일 수교 60년이 적기, 이번엔 끝장 봐야"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한 시민운동이 시작된다. 특히 1,030여 점에 달하는 '오구라 컬렉션(수집품)' 환수에 적극 나선다.
시민단체 문화유산회복재단는 한일 수교 60주년인 올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오구라 컬렉션 환수에 동참할 시민 1만 명을 모집한다고 6일 밝혔다. 이 단체는 2017년 해외 약탈 문화재 환수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재단은 모집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환수위원회를 꾸려 자금을 모으고,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을 겨냥해 국내외에서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
재단 측은 "1958년 일본과 문화재 협정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반환 요구를 해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광복 80년, 일본과 문화재협정 60년이 되는 올해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각계 시민들로 이뤄진 일명 '문화의병'을 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협정 60주년...日박물관에 방치된 국보급 문화재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유산의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부를 비롯한 권력기관이 약탈하거나 도굴, 도난당한 문화재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한일수교 당시 일본이 조선에 통감부를 설치한 1905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으로 불법 반출한 문화재에 대해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정당한 수단에 의한 입수물, 혹은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환수'가 아닌 '기증'을 추진하겠다며 협상을 회피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에서 환수한 문화유산 6,600여 점 가운데 국보로 지정된 것은 2006년 북관대첩비 등 6건에 불과하다.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가 1910∼1950년대 한반도에서 30년간 수집한 오구라 컬렉션은 대표적인 약탈 문화재다. 고대 유물, 불교 유물, 서화 및 공예, 복식 등 확인된 것만 1,030여 점이지만 규모가 아직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오구라의 아들이 부친이 사망하자 1982년 박물관에 기증했으며, 공개된 문화재 가운데 39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에 걸쳐 제작된 희귀 고고 유물이 422건에 달하고, 불교 조각, 회화, 공예품은 8건이 일본 중요 미술품으로 지정되는 등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재단 관계자는 "오구라 수집품은 39점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는데, 단일 수집품으로 최대 규모"라며 "자발적으로 기증해야 할 법적, 도덕적 책임이 있지만 광복 이후 한 점도 한국에 환수는 물론 전시된 바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대신 문화의병 나서"...국제법 대응도
재단에 따르면 일본 측은 오구라 컬렉션이 불법 반출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환수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상근 재단 이사장은 "박물관 기증으로 인해 문화재가 더 이상 사유물이 아닌 만큼 기증과 관련해 한국과 논의를 해야 할 도덕적 책임과 법적 효력이 있다"며 "지난 60년간 변명과 회피로 일관해 왔다면 앞으로는 약탈 문화재 환수라는 세계적 흐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 측은 환수위원회가 꾸려지는 대로 재단의 도쿄 지부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와 박물관 측에 오구라 컬렉션 반환 청원서를 전달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국립국제박물관협의회를 통해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소장 중지를 압박하고 관련 국제법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양국의 협상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치적 변동성 때문에 지지부진해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올해가 협상을 시작할 골든 타이밍인 데다 민간의 노력으로 약탈 문화재가 돌아온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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