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25년 마임 외길…“상상력의 예술, 그 매력을 알리고파”
- 韓마임협의회 부울경 유일 회원
- 2000년부터 쉼 없이 무대 올라
- 9, 10일 부산예술회관 기념공연
- “장르간 협업으로 외연 넓히고
- 젊은 마임이스트 발굴 계기로”
“마임을 시작한 지 벌써 25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에서는 낯선 장르로 여겨져 아쉽죠. 영화나 연극처럼 시민이 자연스럽게 마임 공연을 찾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공연을 할 겁니다.”
하얀 분칠에 빨간 코를 한 광대, 보이지 않는 벽을 짚는 익살스러운 동작. 많은 이가 ‘마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마임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몸짓과 표정을 중심으로 펼치는 하나의 공연예술 장르다. 대사 없이 서사를 풀어가는 ‘팬터마임’, 광대 분장을 하고 무대를 누비는 ‘클라운마임’, 정지된 조각상을 연기하는 ‘스태츄마임’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마임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정형화된 대본이 거의 없어 창작 연출 연기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인지도도 낮아 무대 기회도 적다. 1990년 발족한 국내 유일 마임 관련 협회 ‘한국마임협의회’ 회원은 현재 70여 명 남짓. 부산 울산 경남에서 활동 중인 회원은 극단 세진의 김세진(51) 대표가 유일하다.
김 대표는 2000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25년간 부산에서 마임 외길을 걸어왔다. 2003년 마임 전문 극단 ‘세진’을 창단하고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꾸준히 무대에 섰다. 그런 그가 본인의 마임 인생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연을 연다. 오는 9, 10일 부산예술회관(남구 대연동)에서 열리는 ‘부산마임 25th: 부산한몸’이다. 지난 3일 부산 수영구의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이번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임은 연극과 무용의 장점을 모두 갖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보다 관념적인 표현에 강하면서도, 무용보다 서사를 전달하기에 유리하거든요.”
김 대표가 처음 마임을 접한 것은 1992년. 배우를 꿈꾸던 그는 연기 공부를 위해 ‘춘천마임축제’를 찾았다가 마임 특유의 신체 언어에 매료됐다. 이후 몇 년간 독학으로 마임을 익힌 뒤, 단편 습작을 모아 옴니버스 공연으로 구성해 2000년 부산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는 마임의 가장 큰 매력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을 꼽았다. 대표작 ‘바퀴벌레’에서 김 대표는 바닥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를 손으로 잡아 객석으로 던지는 연기를 한다. 실제 벌레가 없지만 관객 대부분은 놀라며 몸을 피한다. 이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나 상황을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장르 특성상, 관객이 상상력으로 그 공백을 메워야 하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임은 표정과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동시에 음악 미디어아트 전시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이 쉬워 공연예술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김 대표는 마임 문화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2013년부터 9회에 걸쳐 부산 유일의 마임 축제 ‘MAMA 마임페스티벌’을 지역 곳곳에서 열었고, 2017년 원도심 일대에서 ‘거리예술대첩’을 열고 시민에게 마임 공연을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은 신진 마임이스트 발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마임이스트 윤한욱, 지역 청년 극단 ‘극예술실험집단 초’, 현대무용가 장이숙이 함께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윤한욱의 마임이스트 데뷔 무대인 ‘바퀴벌레’이다. 김 대표의 동명 원작을 토대로 윤한욱이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바퀴벌레 퇴치 소동을 신체 언어로 풀어낸다.
김 대표는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젊은 마임이스트를 발굴하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해 마임의 외연을 넓히는 공연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제 25년 마임 인생을 되돌아보는 무대이자, 앞으로 부산에서 마임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시민이 자연스럽게 마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예매 인터파크·무대공감, 균일 2만 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