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40인분의 만두를 빚으며 [6411의 목소리]

한겨레 2025. 7. 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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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서울 성북구 자신의 만둣집에서 만두와 술빵을 찌고 있다. 필자 제공

송정현 | 만둣집 운영

2016년 11월에 낳은 늦둥이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막내에게 방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2023년 3월 만둣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늦둥이 위로 딸 둘이 더 있습니다. 큰딸이 대학교 4학년이고 둘째가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만둣집을 하기 전에는 외국계 보험사에서 근무했는데, 2019년 8월에 오른쪽 폐 완전 절제 수술을 했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유지하기 힘들어 휴직하고 2023년 초까지 건강 관리를 위해 쉬었습니다. 수술 이후 극도로 냄새에 예민해져서 연기가 나는 곳은 아예 가지 못했고 말을 조금만 해도 숨이 가빠서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회사에 복직하지 않고 만둣집을 열었어요.

사실 음식 일은 보험 일을 하기 전에 몇년 했었어요. 1992년에 중국대사관 근처 중국집 주방장님께 중식을 좀 배웠습니다. 양파 껍질 까고, 양배추 다듬고, 춘장 볶는 일을 1년 남짓 했어요. 그러곤 한 카레전문점 체인점에서 1년 정도 주방장을 맡아 일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식 일을 하고 싶어서 2000년에 유명 호텔의 요리사 아카데미 전문가 양성 코스를 수료해서 요리사 자격증을 땄고, 바로 이탈리아식당에서 보조 셰프로 일했습니다. 그즈음 제 친구가 과로사로 죽었고, 그 뒤로 좁은 주방 공간에 갇혀 일하는 것에 회의가 들어 음식 일을 그만두고 보험회사에 입사했어요. 그렇게 폐 수술을 하기 전까지 18년 동안 보험 일을 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돌고 돌아 결국 음식 일을 하네”라고 말합니다. 보험 일을 10년쯤 하면서 일에 지쳐 있던 때였는데 마침 비슷한 처지에 있던 외사촌 형과 둘이 만두 장사나 해볼 요량으로 함께 레시피를 개발했어요. 그때 만두를 만들어 가족과 친지들에게 맛보였는데 반응이 좋았지요. 그래서 2023년에는 겁내지 않고 만두 장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 2월과 올해 5월에는 장사를 접을까 고민했었어요. 하루 기본 15시간을 서서 만두를 만드는 일을 하니 몸이 힘든 게 가장 큰 이유예요. 그렇게 하는데도 돈이 잘 벌리지 않으니 아주 힘듭니다. 첫해인 2023년은 아주 잘됐어요. 한달 순수익이 500만~60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2023년 12월부터 물가가 오르면서 원재료비가 상승하더니 지난해 2월에는 경기가 곤두박질쳤어요. 그래도 좀 버텨보자 싶었는데 12월3일 계엄령 사태 이후로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계속 이렇게 안 좋을 것 같아요. 혼자 하니까 인건비 나갈 일은 없으니 버텨보고 있어요. 제 가게처럼 작은 가게는 혼자 하니까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왕만두를 고기와 김치 각 20인분, 교자도 고기와 김치 각 20인분, 술빵도 대략 20인분 정도만 만들어요. 옥수수랑 고구마는 10봉지 정도만 찝니다. 더 만들어도 다 팔기 힘들고, 혼자서 만들기 때문에 그 정도 양이 최대치예요. 만든 걸 다 팔았을 때 하루 50만원 정도를 법니다. 재료비, 월세, 세금, 기름값, 공과금과 유지비를 빼면 남는 건 10여만원 정도예요. 재료비가 많이 올라서 매출의 반 이상이 재료비로 나가요. 시간당 7천원 정도 버는 거니 최저시급보다 못 버는 거죠.

만두 만드는 제 비법은,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을 더 많이 들이는 겁니다.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어요. 몸이 축나서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하루 쉽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다른 추가 메뉴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몸이 안 좋아지니 그것조차 힘듭니다. 최근에 시장조사를 하다가 한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파는 만두와 술빵, 옥수수를 보고 너무 놀랐어요. 너무 비싸고 크기도 작더군요. 그걸 보는 순간 허탈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만두 만드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아직 막내 방 하나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앞으로 1년 더 노력해서 약속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빨리 물가가 안정돼서 재료비가 내려가고, 경기가 회복돼서 찾아오시는 손님이 많아지면 제일 좋겠습니다. 그리고 임대료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치인들이 제발 저 같은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강명효 6411의 목소리 편집자문위원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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