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당신을 기다리며 [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한겨레 2025. 7. 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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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저녁 자리에서 들은 얘기.

이재명 정부에서 기후에너지부가 논의되니,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어느 부처를 가고 싶은지 벌써 얘기가 나온단다.

2년 전 연재를 시작하며 '기후 대응'을 파도에 비유했다.

결국에 기후 대응을 완성시킬 파도 속에서, 여전히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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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해 지난 6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주최로 ‘기후·에너지 거버넌스 개편 방향성’ 토론회가 열렸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

얼마 전 지인이 저녁 자리에서 들은 얘기. 이재명 정부에서 기후에너지부가 논의되니,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어느 부처를 가고 싶은지 벌써 얘기가 나온단다. 젊은 사무관인 본인은 앞으로 커리어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은 기후에너지부로 가고 싶은데 현재 부서가 관련이 크지 않아 고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후문이었다. 기후에너지 의제가 부처 관료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다.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고 2년이 지났다. 요즘 들어서는 나도 모르는 새 ‘기후 에너지 의제’의 파도가 조금씩 들어차는 게 문득문득 느껴진다. 정부 부처의 조직 개편에 기후에너지부가 논의된다. 탈석탄 시점을 2040년까지 앞당기겠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얘기한다. 액화천연가스(LNG) 또한 점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우리는 뉴스에서 부정적인 얘기를 더 자주 접한 것도 같다. 역대급 폭염이 또 닥쳐왔다든지, 기록적 홍수로 몇명이 목숨을 잃었다든지, 이미 국제사회가 합의한 1.5도 목표는 물 건너갔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복귀로 대표되는 기후 정치의 후퇴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무섭기도 하고, 우릴 체념하게도 만드는 그런 뉴스들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이야기 또한 무수히 많다. 석탄 발전을 가장 먼저 운영했던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은 얼마 전 석탄발전을 모두 폐쇄했다. 제주도는 4시간뿐이지만, 재생에너지로만 전력 공급 100%를 달성했다. 노르웨이, 브라질에선 환경단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신규 유전-가스전 사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우리가 들으면 아는 유럽의 거대 은행들은 이제 대부분 신규 화석연료 자원개발 사업에 금융을 제공하지 않는다. 산업정책으로 탈바꿈에 성공한 유럽, 일본, 캐나다, 중국의 기후 정책은 경쟁적인 시장 선점에 나섰다. 세계 최대 화석연료 수출국이었던 호주는 화석연료 사업자 규제를 새롭게 도입하고, 화석연료 다음으로 재생에너지-그린수소-녹색철강을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시작했다. 트럼프가 집권 중인 미국에서도, 이번 1분기 신규 발전 용량에서 태양광 발전이 70%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다시금 만들어지는 기후 정책의 모멘텀을 앞두고, 이 작은 변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기억한다. 기후대응과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 정부와 국회를 압박했던 시민사회 활동가와 청년, 어려운 시기에서도 탈탄소 산업 전환을 주창한 기업인, 조금이라도 진전을 만들려 했던 정부 관료와 국회 보좌진 등 모든 시민들 말이다.

이 파도는 이번에는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까. 2025년 한국엔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40년 탈석탄 의제를 막아내기 위한 발전업계의 석탄발전 수명 고착화 시도, 엘엔지를 앞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하게 충남에서 엘엔지 인프라를 알박기하려는 한국가스공사의 ‘당진 엘엔지 터미널 2단계 사업’ 같은 것들 말이다. 한국 산업의 국외 화석연료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공적금융의 투자 관행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기후 악당’으로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태동 중인 한국의 탈탄소 산업의 성장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것은 덤이다.

2년 전 연재를 시작하며 ‘기후 대응’을 파도에 비유했다. 지금도 유효하다. 기후위기를 악화시켜나가는 화석연료 산업의 관성은 여전하다. 그 관성은 바위처럼 단단해서 깨질 수 있는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관성은 깨트리고 답을 찾을 수 있다. 응집할수록 커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 같은 힘이 있을 때 말이다. 그 힘은 당신이 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 결국에 기후 대응을 완성시킬 파도 속에서, 여전히 당신을 기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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