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자연이 가장 큰 공감대…1억4000만년 보르네오 열대우림서 펼쳐지는 음악축제 가보니

홍지연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ong.jiyeon@mkai.ai) 2025. 7. 6.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무대 ‘사라왁 문화 마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팬데믹 이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에 집중한다. ‘선물’ 같은 오늘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못 올 순간이라는 것을 처절하게 학습한 효과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나를 드러내기 위해 주저 없이 떠난다. 사람들은 점점 그 어떤 바이브를 찾아 여행하는 것 같다.

음악과 어우러지는 그 날의 분위기를 느끼러 가는 여행. 음악은 가장 강력하고 직관적인 매개체다. 동시에 여행의 감성을 더 푹신하게 적셔주는 묘약이기도 하고.

지난 6월 20~22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서 열린 RWMF 2025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페스티벌을 따라가는 여행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유효하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열대우림에서 벌어지는 음악축제였다.

유일한 변수는 날씨였다. 머무는 내내 쿠칭의 일기예보는 계속 비 아니면 벼락을 동반한 비. 새로고침을 아무리 해봐도 변하지 않는 예보에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 맞으면서 그저 아무 걱정 없이 즐기다 오면 되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더 많은 것을 채워올 수 있었던 사라왁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RWMF 2025)이었다.

# 장소가 다했다…이국적인 풍경 펼쳐지는 사라왁 문화 마을

사라왁 문화 마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지난 달 20일 개회식에 앞서 조금 일찍 축제장을 찾았다. 공연 준비를 위해 모여있는 음악가, 페스티벌 복장을 차려입은 젊은 관광객까지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가장 좋은 것은 장소였다. 1998년 첫해부터 줄곧 RWMF의 무대였다는 사라왁 문화마을은 쿠칭 시내에서 약 35㎞ 떨어져 있다. 차로 걸리는 시간은 45분에서 1시간 정도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WMF 2025 현장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호수를 중심으로 원주민 전통 집이 쭉 늘어서 있고 그 뒤로 산투봉 산(Mount Santubong)이 버티고 있다. 마을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곧장 바다다.

날이 무척 더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찍으며 곳곳을 둘러봤다. 제단 같은 것도 보이고 우리나라 장승과 비슷한 조형물도 곳곳에 보였다.

RWMF 축제장에서 각종 체험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사라왁 문화마을은 약 6만8790㎡ 규모로 지은 박물관이다. 비다유족, 이반족, 오랑울루족, 페난족, 말레이족 등 보르네오 사라왁에 터전을 잡은 다양한 부족, 민족의 전통 집을 재현하고 그들이 사용하던 농기구와 생활 도구를 전시하고 있다. 참고로 사라왁에는 27개 부족민이 살아가고 있다.

축제는 오전 11시부터 시작이다. 낮엔 이곳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워크숍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체험을 위한 워크숍 △아티스트 워크숍 △시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시간이다. 전통 건물마다 부스를 마련해 마을 구석구석을 구경하면서 체험도 즐길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졌다.

사라왁 문화 마을에서 만난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부족민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저녁 메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멋있었지만 오후 중간중간 관객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는 아티스트 워크숍도 좋았다. 그날그날 무대에 오르는 밴드들이 합도 맞출 겸 맛보기로 공연을 선보였다.
쿠칭 열대우림에서 펼쳐진 RWFM 2025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워터폴 테라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열대우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야외무대에 아름다운 어쿠스틱 음악 선율이 울려 퍼질 때면 마치 숲의 정령이라도 만나는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날씨 걱정을 했는데, 정작 현지에선 일기예보가 의미가 없었다. 쿠칭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곳으로 연평균 247일 비가 내린다.

사라왁 문화마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열대우림. 말 그대로 비가 많이 오는 숲이다.” 현지인 가이드 자가라이가 말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축제 일정 중 대부분 비를 맞지 않았다. 비가 아예 안 온 것은 아니다. 비 예보가 있던 날은 안 오고 쨍하게 맑다고 한 날에 잠깐 소낙비가 내렸다.

특히 마지막 날 오후 9시가 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보에 없는 비였다. 쿠칭에서는 예보와 상관없이 항시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게 제일 안전하다.

# 1998년부터 28회째 이어지는 열대우림 음악 축제

사라왁 문화 마을. 호수 반영이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RWFM 축제 첫날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원 어스 원 러브(One Earth, One Love), 레인 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슬로건이다. 열대우림이라는 무대에 맞춰 친환경을 강조하는 페스티벌로 꾸몄다.

일단 플라스틱병 반입이 안 된다. 입장할 때 가방 검사를 하는데, 첫날은 플라스틱병 라벨만 찢어서 주더니 두 번째 날에는 아예 뺏어갔다.

쿠칭 열대우림에서 펼쳐진 RWFM 2025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대신 곳곳에 정수기를 설치하고 텀블러도 판매했다. 정수기는 국내 업체 ‘쿠쿠’에서 협찬했다. 곳곳에 있는 쿠쿠 정수기를 보니 괜히 더 반가웠다.

축제장 근처까지 일반 차량 접근을 막고 쿠칭 시내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그리고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할인해주면서 방문객들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힘썼다.

축제장에 차려진 각종 먹거리 부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본격적인 음악공연은 오후 6시부터 시작한다. 여느 음악축제가 그렇듯 스탠딩을 하든 잔디에 드러눕든 아무 상관없다.

술과 음식을 마음껏 사 들고 와서 먹고 마시며 음악에 젖어 든다. 축제장 안에는 쿠칭 시내에 있는 다양한 업체가 부스를 차리고 먹을거리를 팔았다.

첫날 축제의 장은 이반족의 ‘미링 세레모니’로 시작했다. 이반족은 보르네오섬 원주민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 지역을 근거지로 한다.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 2025 현장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반족은 사라왁 전체 인구의 28%를 차지한다. 미링은 조상신과 영혼을 기리고 축복을 비는 이반 부족의 의식 문화다.

보통 축제나 명절에 미링 의식을 거행한다. 제물로는 쌀이나 달걀 그리고 돼지 혹은 닭의 피를 올린다. 이번 축제가 무탈하게 성황리에 진행하길 비는 것으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RWMF는 첫해 관객이 300명이었다. 매년 관객 수를 늘려나갔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2년, 2023년에도 쉬지 않고 축제를 계속했다.

RWMF는 말레이시아 특히 보르네오 섬의 전통 음악을 기본으로 하고 제3세계 음악을 두루 소개한다.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 2025 현장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올해 공연을 펼친 가수들의 국적은 태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모로코, 쿠바, 스페인, 러시아, 미국,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중국, 인도, 콜롬비아, 영국 등 20개국에 달했다.

각 나라와 민족을 대표하는 밴드들은 정체성이 드러나는 의상을 차려입고 전통 악기를 연주했다.

익숙하지 않은 선율과 낯선 이름 투성이였지만 다행히 아는 음악도 있었다.

어스, 윈드&파이어 익스피리언스 바이 알 맥케이(Earth, Wind&Fire Experience By Al McKay)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미국 밴드 ‘어스, 윈드&파이어’의 기타리스트 알 맥케이가 결성한 퍼포먼스 그룹 ‘어스, 윈드&파이어 익스피리언스 바이 알 맥케이(Earth, Wind&Fire Experience By Al McKay)는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축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샤이닝 스타(Shining Star)’ ‘애프터 더 러브 해즈 곤(After the Love Has Gone)’ ‘셉템버(September)’ 등 어스, 윈드&파이어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취재 협조=에어아시아,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쿠칭(말레이시아)=홍지연 여행+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