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영화 '그를 찾아서'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AI가 만든 시나리오로 영화 제작
세계관·캐릭터 등 인간 개입 無
2025 BIFAN 개막작 선정 영광
“환상적 기대했지만 너무나 평범
영화는 산업…기술 혁신은 필요”


"4500년 후에도 컴퓨터는 내 영화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2025 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의 '그를 찾아서'는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인공지능(AI) 기술보다 인간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과 기술에 대한 공포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누구보다 신뢰감 가는 목소리로 던진 호언장담에 그는 생각했다. "우리가 신뢰하는 목소리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를 찾아서'는 독일의 한 가상 도시에서 발생한 공장 노동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헤어조크 감독의 작품들을 학습한 AI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최소한의 장면 배치와 각색을 제외하고는 AI가 만든 세계관과 캐릭터, 대사 한 줄 모두 인간의 개입 없이 창작됐다.
지난 4일 부천에서 만난 비니에비츠 감독은 "처음 AI가 뽑은 영화의 제목은 '놀랍게도 평범한 꿈을 꾸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게 AI에게서 나온 (AI)영화에 대한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뭔가 AI를 쓰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엄청난 환상적인 현실이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너무나 놀랍지 않은 이야기를 꺼낸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결국 우리가 완전히 생각할 수 없거나 뭔가를 뛰어넘은 그런 것들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선 현실이지만 가상인 듯한 공간들과 실제 배우의 연기, AI가 생성한 장면들이 경계 없이 혼재되며 장르의 경계를 해체한다. 동시에 AI 창작물의 한계를 끊임없이 실험하며 예술 창작에서 AI의 의미와 인간 고유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계의 AI기술 활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우리는 항상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그 이전 산업을 죽인다고 말한다. 신을 그릴 수 있는 건 영감을 가진 화가들만의 것이라 생각해 사진을 신성모독이라 여기던 시대도 있었다"며 "그러나 기술은 결국 도구이고, 영화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산업이기에 산업화에서 기술의 도움은 받아야 한다.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BIFAN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 "영화제는 다양한 논쟁과 담론을 촉진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제에서 오프닝작으로 선정된 건 굉장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작품은 테크놀로지 자체에 대한 영화라기보단 기술과 우리와의 '관계'에 집중한 영화"라며 "AI영화라기 보단 에세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나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는 영화이며, 사유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