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군만두도 구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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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수수료에 유독 인색하다.
중국집 군만두는 서비스, 서비스는 곧 공짜라는 등식이 은연중 성립되어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외국에서는 수수료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 보험 연계 상품, 맞춤형 컨설팅 등이 활성화돼 있다.
이런 서비스는 '공짜'가 아닌 '내가 구독해서 쓰는 것'으로 진화할 여지가 상당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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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수수료에 유독 인색하다. 중국집 군만두는 서비스, 서비스는 곧 공짜라는 등식이 은연중 성립되어 있다. 이런 정서는 금융에서도 작동한다. 은행이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든, 소비자는 일단 한마디 한다. "이런 건 은행이 당연히 해줘야지. 수수료를 왜 붙여?" 결국 은행의 수익 구조는 자연스럽게 이자 중심이 된다. 고객 예금을 받아 대출로 굴리는, '예대마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예대 업무 외에는 돈을 벌 수단도 마땅치 않다. 수수료에 대한 집단적 거부감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외국에서는 수수료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 보험 연계 상품, 맞춤형 컨설팅 등이 활성화돼 있다. 비이자수익 비중이 높은 이유다. 하나 한국에선 그게 쉽지 않다. 2017년 정부가 도입한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도 수수료를 개인으로부터만 받아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정착되지 못했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전문가의 독립적인 투자·재무 조언을 받게 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고객이 수수료를 기꺼이 내고 자문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좀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를 억지로 바꾸기도 어렵다. "수수료 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라고 외친들, 사람들 귀에는 '군만두 유료화 선언'쯤으로 들릴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 구독형 금융 모델이다. 이제는 음악도 구독, 영화도 구독, 요즘은 고깃집 고기 살도 구독한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내고 편하게 이용하는 데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뭘 받는지 보이느냐'는 것이다.
금융도 예외일 수 없다. '돈을 낼 만한 서비스'가 보이면 사람들은 돈을 낸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들은 신용점수 분석 리포트를 매달 자동으로 보내주거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이번달 당신의 씀씀이는 어떤 수준'인지 알려주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 보험 가입 내역을 한눈에 정리해주고, 가입한 상품이 적정한지 '체크리스트'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는 '공짜'가 아닌 '내가 구독해서 쓰는 것'으로 진화할 여지가 상당히 있다.
귀찮고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는 소비자의 니즈는 분명히 있다. 잘만 하면 이자비용이나 지출을 매월 수십만 원 아낄 수도 있다. 사용자들이 "이건 내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면 '수수료'보다는 '정기 결제'에 훨씬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군만두는 공짜가 좋지만, 매달 바삭하게 튀겨서 정성껏 주는 거라면 구독할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다.
핀테크 기업은 이런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고객 접점이 모바일에 있는 만큼 작고 세밀한 기능으로 '유료화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통 금융권이 여전히 "서비스는 은행 창구에서 받아야"라는 관성에 갇혀 있는 사이 '작지만 유료인 금융 서비스'의 시장은 조용히 커지고 있다.
결국 미래의 금융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예대금리차만 따지던 시대에서 "나는 어떤 금융을 구독하고 있는가"를 묻는 시대로.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서비스는 더 정교해지고, 금융은 더 인간다워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 집 군만두, 구독할 만하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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