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칼럼] 새벽 3시, 쇼호스트는 AI였다

새벽 3시, 쇼호스트는 지친 기색 없이 상품을 소개한다. 더 놀라운 건, 그 쇼호스트가 사람이 아니라 AI라는 사실이다.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모습이 익숙해진 지금,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AI가 진행하는 라이브 쇼핑이다. 처음엔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이 AI 쇼호스트들이 이제는 실제 매출에서 인간을 앞지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필자가 발표한 논문 결과에서, AI 쇼호스트가 진행한 방송의 결제 금액이 인간보다 2.4배나 높았다. 실제 기업들의 라이브 방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단순한 실험실 연구가 아닌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최근 중국에서는 더욱 놀라운 사례가 나타났다. 바이두의 AI 아바타가 단 7시간 만에 10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1300만 명이 시청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기존 인간 쇼호스트인 뤄융하오 본인이 출연한 방송보다도 높은 수익이었다. AI 아바타는 질문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답변을 내놓아 시청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미디어 제작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AI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핵심이다. AI는 지치지 않고, 감정의 기복 없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새벽 시간대에도 똑같은 열정으로 방송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에서도 인간이 진행하지 않는 심야 시간대에 AI가 16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경북경제진흥원(GEPA)은 이러한 추세에 주목하며 AI 기술 기반 커머스 혁신을 통해 KCI 김규식 대표와 함께 지역경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송경창 GEPA 원장은 AI 쇼호스트 기술 고도화, 다국어 기반 해외시장 확대, AI 에이전트 기술 도입, 글로벌 진출 모델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바이두 역시 10만 명이 넘는 디지털 휴먼을 운영하며, 기업들의 운영 비용을 80% 이상 절감하면서도 거래액을 평균 62% 증가시켰다. 이는 미디어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우리 미디어 제작자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콘텐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의 감성인가, 아니면 정보 전달의 정확성인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이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 따르면 시청자 수나 동시 접속자 수는 인간이 진행한 방송이 더 높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의 감성과 교감에 이끌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관심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AI 방송이 3배나 높았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감정적 교류를 원하지만, 실제 구매 결정에서는 AI의 일관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더 신뢰한다는 점이었다.
창작자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과 AI의 협업을 설계하는 '경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제품 정보를 설명한다면, 인간은 브랜드 스토리와 감성 터치를 입히는 스크립트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AI가 정보의 정확성을 높인다면, 인간은 그 정보에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데이터 기반으로 반복될 수 없는 인간적 '서사'를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경험 디자이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영역에서 이런 인간-AI 협업 모델을 보게 될 것이다.
미디어 제작자로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이다. AI는 우리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캔버스를 제공한다.
인간의 감성과 AI의 효율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미디어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 변화를 두려움보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