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여름 휴가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2025. 7.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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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는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 성취다."(천상병 시 '날개' 중에서)

천상병은 "하느님이 왜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고 원망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날개가 재앙이란 걸 하느님도 알고, 그도 알았을 것이다. 이카루스의 후예, 인간에게 무한 자유는 파멸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날개를 달지 못한 휴가객들이 쇠날개를 찾아 공항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시인 정호승은 기차여행을 권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너에게 가는 길이다"(시 '수선화' 중에서)

스페인과 프랑스에 걸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순교자 야고보 성인이 묻힌 무덤 성당, '데 콤포스텔라'가 최종 목적지다. 길면 40일 이상 걷고 또 걷는다. 휴가철을 맞아 이곳을 찾는 한국인도 많다. 매년 3000명을 넘어 아시아권 국가 중 최고다. 파울로 코엘료는 수많은 사람들이 왜 고난의 순례길에 기어이 나서는지 책 '순례자'에서 답을 일러준다. "그 길이 내 안의 침묵을 깨우고, 삶의 진실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이 달 빛 서러운 공동묘지를 힘겹게 넘는다. "아부지 그림자가 내 그림자 보다 더 커요'/ '근심이 크면 그림자도 큰 법이지"(김재진 시 '달빛 가난' 중에서)

떠나는 계절이다. 큰 그림자로부터, 나 자신으로부터 또 타인으로부터. 하지만 돌아와야 한다.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된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휴가는 돌아오라고 주는 거니까. "나에게도 한 번쯤 여름휴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번쯤은 너에게서 물러나/ 내가 진정으로 쉬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정호승 시 '여름휴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