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으로 읽는 문명의 기원…김호석·김진혁, 몽골 알타이로 간다

곽성일 기자 2025. 7. 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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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따라 4천km 여정…한민족 미의식의 뿌리를 유목문화에서 탐색
수묵화·설치미술·학술교류 아우른 복합 프로젝트, 다큐로도 제작 예정
차강살라 바가오이구르 암각화
수묵 현대미술의 경계를 확장해온 작가 김진혁, 김호석이 오는 7월 8일부터 17일까지 몽골 서북지역 알타이 산악지대에서 '우리는 알타이로 간다'라는 이름의 특별 미술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몽골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왕복 4000km에 달하는 바양울기 아이막의 차강살라, 바가오이구르, 타왕복드 차강골 등지를 순회하며 야외답사, 학술교류, 다큐멘터리 촬영 등을 병행하는 예술·문화 복합 행사로 기획됐다.

행사는 몽골 문화부와 칭기즈칸 박물관의 협조, 유네스코 몽골지부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며, 두 작가는 유네스코 산하 연구원들과 함께 알타이 지역 암각화와 고대 유물 현장을 직접 답사할 예정이다. '빛은 알타이로부터'라는 부제를 단 이번 여정은 한반도 문화의 기원을 대륙의 유목문화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로, 미술을 매개로 한 문명학적 접근이 주목된다.

김진혁,김호석 알타이지역에서
△'암각화에서 수묵으로'

김호석 작가는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지에서 70여 차례의 현장 탐사를 통해 유라시아 암각화를 연구해왔으며, 이러한 연구는 그의 수묵작업에서 철학적 토대로 작용해왔다. 동국대에서 암각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국제전에서 한국 수묵화의 독창적 화풍을 선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승들의 초상 작업에서도 그만의 정신성과 묵향이 드러난다.

김진혁 작가는 서예와 설치미술을 접목한 수묵 퍼포먼스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일본·유럽 등지에서 수십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그는 현재 근대 수묵화의 거장 서병오를 기리는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한국 수묵 전통의 현대적 계승에 힘쓰고 있다.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한반도의 암각화와 선사문화에 큰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번 알타이 여정은 신석기·청동기를 거쳐 삼국과 고려, 조선을 잇는 미술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 '정주문화와 유목문화의 경계'에 선 문화원형을 찾아가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김호석 작가는 "암각화는 단지 옛 그림이 아닌, 인간의 가장 본원적인 시각 언어"라며 "그 언어를 따라 한민족의 정서와 미의식을 되짚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알타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예술여행이 아닌, 아직 정립되지 않은 한국 미술의 원형에 대한 진지한 탐사이자 문화적 복원을 향한 '예술인들의 실천'으로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향후 이 여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