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보여준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만들어지고 나서야 "왜 여지껏 이런 좋은 소재를 콘텐츠로 만들지 않았지?" 하는 놀라움을 안기는 작품들이 있다. 최근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랬다. 한국의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 영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유례없는 기록을 쓰고 있는 중이다.
개봉을 앞둔 '킹 오브 킹스'는 또 어떻고. 이 작품은 해외 출신(?) 예수의 생애를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 영화다. 무려 '기생충'을 제치고 역대 한국영화 북미 흥행 1위를 기록한 점, 종교 기반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썼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킹 오브 킹스'는 여러 모로 독특한 영화다.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로 꼽히는 베테랑 장성호 감독이 '킹 오브 킹스'의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았는데, 애니메이션 내수 시장이 약한 국내 시장 대신 애초부터 북미 지역을 타깃으로 한다는 역발상을 했다. 그 역발상으로 찾은 소재가 바로 예수의 생애다. 종교 소재인 만큼 진입장벽이 있을 수도 있는데, 발상을 전환하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예수만큼 인류 역사상 큰 영향을 끼친 존재가 또 없지 않나.

예수의 탄생과 부활까지 그야말로 전 생애를 그리는데, 그 생애를 표현하는 화자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란 점도 독특하다. 디킨스가 아서 왕에 빠져 있는 개구쟁이 막내아들 월터에게 위대한 왕, 예수의 이야기를 전하는 극중극 형식을 취한 것. 실제로 찰스 디킨스는 자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라는 글을 썼고, '킹 오브 킹스'는 이에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이 영화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디킨스와 월터 부자를 2000년 전 예수의 탄생과 고난의 현장으로 데려다 놓으며 시간여행을 떠난 듯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다. 이런 방식이 어색할 것 같지만 의외로 어색하지 않다. 어린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아빠를 떠올려보라. 부모가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지 않으면 아이의 집중력은 금방 흐트러지고 만다. 하물며 그 부모가 대문호 디킨스라면 오죽할까 하는 상상력이 통한다.
이야기 표현 방식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건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 북미 버전에서도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오스카 아이작, 포레스트 휘태커, 피어스 브로스넌, 벤 킹슬리, 마크 해밀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참여했는데, 한국어 더빙 캐스팅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어 또 목소리 연기에 나선 이병헌이 찰스 디킨스를 맡아 아들과 교감하려는 아빠의 디테일을 잘 살렸고, 이하늬가 디킨스의 아내 캐서린과 성모 마리아, 천사 역 등 다역에서 전문 성우 못지않은 매끄러운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다. 예수 역의 진선규, 베드로 역의 양동근, 본디오 빌라도 역의 차인표, 헤롯 왕 역의 권오중, 대제사장 역의 장광 등 그 외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부터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갈릴리 호수 위를 걷는 모습, 40일간 금식하며 고뇌하는 예수의 내면을 그린 광야의 40일 등 기독교인은 물론 비종교인에게도 익숙한 스토리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웅장한 화면 연출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역대 최고의 퀄리티"라고 자신한 장성호 감독의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몇몇 장면들은 실사 영화 같은 퀄리티로 K-애니메이션의 진일보한 기술을 실감하게 한다. 게임 개발에 주로 사용되는 언리얼 엔진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배우의 실사 연기를 가상 공간에 실제 촬영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게 설계한 것도 특징.
물론 여전히 진입장벽은 존재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시간여행 떠나듯 생동감 넘치게 들려주는 이야기라 한들, 비종교인의 입장에선 예수라는 특정 존재에 공감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를 '사랑'이라 강조하지만, 디킨스와 아들 월터가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사랑만큼 스스로 희생해 모든 걸 바치는 예수의 사랑의 의미가 기껍게 느껴질지는 (특히 비종교인의 입장에선) 미지수다.

그러나 '국뽕'의 시선은 거두더라도, '킹 오브 킹스'는 할리우드 글로벌 스튜디오에 비해 K-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완성도가 떨어질 거란 편견을 거두는 데 혁혁한 역할을 했다. 시장을 확대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소재를 발굴한 영리한 기획력과 뚝심 어린 도전 정신은 거듭 칭찬해도 부족하다. 영유아 타깃이 아니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K-애니메이션의 현실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도 분명하다. 이런 자극이 쌓이다 보면 척박한 K-애니메이션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유의미한 글로벌 흥행 성적 쌓고 본국으로 돌아온 '킹 오브 킹스'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이며, 러닝타임도 100분으로 짧은 편이라 집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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