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은 예능행, 이정후는 침묵…흔들리는 '바람의 가문'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KBO리그 44년 역사 속 수많은 야구 부자(父子) 중 '최고의 계보'로 손꼽히는 인물은 단연 이종범과 이정후다. 이종범은 1994년, 이정후는 2022년 KBO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한·미·일 통틀어 최초의 부자 MVP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여기에 전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이종범의 사위로 인연을 맺으며 '바람의 가문'은 KBO를 대표하는 명문 가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이 가문을 둘러싼 위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종범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시즌 중 팀을 떠났고, 아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 현직 코치가 시즌 중 야구 예능 감독으로
지난달 27일, kt wiz는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이종범 코치를 코칭스태프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유는 뜻밖이었다. 성적 부진도, 건강 문제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직 수락 때문이었다.
2022년 시작한 최강야구는 지난 3년간 한국 예능 및 야구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정현수, 황영묵, 원성준 등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고 프로야구 인기 상승에도 기여했다. 그동안 침체한 아마추어 야구도 다시 흥행하는 등 최근 몇 년간 한국 프로야구계의 효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최강야구는 2024년 방송사인 JTBC와 제작사인 스튜디오 C1 사이의 법적 분쟁으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결국 스튜디오 C1이 기존 최강야구 멤버와 함께 '불꽃야구'라는 이름으로, JTBC는 최강야구를 이어받으며 갈라섰다.
이미 팬층이 탄탄한 불꽃야구와 달리 JTBC의 최강야구는 화젯거리가 필요했다. 결국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감독으로 선임하며 화제성 몰이에는 성공했다.
문제는 이 코치의 퇴단이 프로야구계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팀은 한 시즌을 생각하며 코치진을 꾸린다. 그렇기에 시즌 중 코치 한 명의 이탈은 팀에게 큰 손실이다. 각 구단도 이를 알기에 시즌 중 타 팀의 코치를 영입하지 않는다. 설령 감독으로 영전한다고 해도 원소속팀에 큰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만큼 코치의 타 팀 이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종범은 프로야구가 아닌 예능 감독 자리를 위해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이는 전례를 찾기도 어렵다. 이종범의 행보는 소속팀 kt wiz는 물론, 직접 영입했던 이강철 감독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비판 여론에도 이종범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며 공식적으로 '최강야구' 합류를 발표했다. 그러나 시즌 도중 팀을 떠난 전직 스타의 행보에 대해 야구계와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6월 타율 0.143, 멈춰버린 '바람의 손자'의 질주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첫 풀시즌을 소화 중이다. 시즌 초반인 4월까지 타율 0.319 OPS(출루율+장타율) 0.911 3홈런 18타점으로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아쉬움을 털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이정후의 타격감이 차갑게 식었다. 5월 월간 타율 0.231, 6월 월간 타율 0.143까지 추락했고, 3할 중반까지 치솟았던 타율은 1일 기준 0.240이 하락했다.
메이저리그의 무서움 중 하나는 바로 현미경 분석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고작 37경기 소화에 그쳤고 타율도 0.262로 높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경계 대상이 아니었다.
이정후의 부진 원인으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본격적인 분석이 꼽힌다. 시즌 초 활약으로 주목도가 높아지자 상대 투수들은 그의 약점인 바깥쪽 공략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배트 스피드(시속 68.5마일)가 리그 하위 8% 수준인 점,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긴 스윙 길이는 바깥쪽 대처를 더욱 어렵게 했다.
지난달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이 현재 이정후의 상황을 명확히 보여준 하루였다. 당시 화이트삭스 3루수는 잔디까지 내려오는 극단적인 전진수비를 펼쳐 이정후를 1루에서 잡았다. 이는 그가 바깥쪽 타구를 강하게 때리지 못한다는 판단에 근거한 수비였다.
이처럼 부진이 계속되면서 1일 기준 이정후의 wRC+(조정득점생산력)는 99가 됐다. wRC+의 평균은 100이다. 이는 곧 이정후의 현 타격 성적이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라는 뜻이다. 샌프란시스코 팀 내 평균 연봉 5위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다.
▶흔들리는 바람의 가문…반등 가능할까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에서 예능 감독으로 변신한 아버지,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의 벽에 부딪힌 아들. '바람의 아들'과 '바람의 손자'로 불리며 한국 야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이종범과 이정후는 지금 전례 없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이종범의 선택은 한국 야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남겼고, 이정후의 침묵은 팬들에게 낯선 걱정을 안기고 있다. 강력했던 '바람의 가문'의 계보는 이제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수십 년 간 야구 팬들의 마음속에 존재했던 '믿음'은 과연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위기를 기회로 바꿀지, 전설의 가문이 흔들린 채 멈춰설지는 오롯이 두 사람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다.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imtong96@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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