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목적 뭔지 아느냐' 윤석열, 특검 시절 수사도 전에 '박근혜·이재용 구속이 목적' 발언

이상민 연구위원 “최순실 특검 때 직접 들어”…“그냥 쳐넣으면 돼”라고도 발언했다고

[우먼센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 시작 전 "수사의 목적은 박근혜와 이재용을 구속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수사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수사 결론을 정해놓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과거 최순실 특검 특검검사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일화를 공개했다.

이 연구위원은 2024년 12월 5일과 2025년 6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최순실 특검사무실에서 윤석열 당시 특검검사와 나눈 대화를 상세히 공개했다. 이어 그는 당시 대화와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 상황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계엄 선포와 그 명분이 된 야당의 예산 삭감에 대한 정치적 배경을 자세히 분석했다. "친위 쿠데타의 명분은 야당의 예산 삭감이다"라고 전제한 그는 "예산은 정치다. 그리고 예산 심의의 핵심은 바터(주고 받기) 협상이다"라며 예산 정치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 이전에는 예산안 심의에서 대략 1회독이 끝날 때쯤에는 의원들은 서로 멱살을 잡았다"며 "물론 멱살을 잡으면 예산소위는 파행된다. 언론은 보통 반말을 해서, 욕을 해서 파행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은 명분일 뿐이고 실제 이유는 파행자체가 목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명분을 쌓고 파행을 해야 비공식적인 협상테이블에서 나머지를 논의할 수 있다. 선수들은 언론 없는 비공식적 협상테이블에서 바터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파행은 논의의 끝이 아니라 비공식 정치적 논의의 시작이다"라며 정치적 협상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회선진화법 이후 달라진 현재의 예산 정치를 '치킨게임'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 이후에는 멱살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1회독이 끝나면 합의되지 못한 보류의견은 여야 간사간 협의로 넘기는데 동의하냐고 묻고 공식적으로 소소위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소소위에서 협상의 전략으로 자주 쓰이는 것은 치킨게임이다. 치킨게임의 승리 전략은 '내가 더 미친놈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라며 "벼랑끝 전략을 서로 구사하다보면, 매년 헌법에서 정한 12월 2일 넘기고 12월 31일을 향해간다. 내가 더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말은 점점 격해진다. '준예산 불사' 등등의 말이 나온다"며 정치권의 극한 대치 양상을 묘사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12월 계엄 전 예산 처리 상황에 대해 "미친놈 전략이 더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은 단독으로 예결위를 의결하고 삭감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구역의 미친놈은 나다'라는 선언이다. 치킨게임에서 이기려는 블러핑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여야 다선의원들은 상대패가 치킨게임을 위한 블러핑이라는 사실을 안다. 여야 예산안 심의는 이런 미친놈 전략과 합리적인 명분 쌓기 전략 사이에서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고도의 정치적 예술이다. 이는 매년 '극적 타결'이란 작품으로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다. 이 연구위원은 "그런데 비정치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바터 과정의 협상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다. 야당이 미친놈 전략을 택하니 그에 격분한 윤 전 대통령은 진짜 미친놈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친놈 전략의 치킨게임은 미친놈인 척을 하는 게임이지 진짜 미친놈이 게임에 참여하면 안 된다"며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노딜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지역의 진짜 미친놈과 다른 지역의 진짜 미친놈이 만나서 치킨게임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개인적 경험담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개인적 소회'라며 "윤 전 대통령을 최순실 특검사무실에서 만난 적 있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 연구이원은 "당시 최순실 예산관련 자문받을 것이 있다고 해서 특검사무실에 몇차례 출입을 했다"며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윤석열 특검검사는 우리를 앉혀놓고 쩍벌자세로 도리도리 하면서 자기얘기만 하더라"고 당시 모습을 생생히 묘사했다.

그는 "자문받을 것이 있다고 불러놓고 왜 자기얘기만 할까 의아했다"며 당시의 당황스러웠던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그 중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며 결정적 장면을 회상했다. 그 '잊을 수 없는 말'은 윤석열 당시 특검검사가 건넨 질문이었다.

"이 수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 연구위원은 이 질문 자체의 이상함에 주목했다. 그는 "'수사의 '목적'이 무엇일까?' 특히 당시는 이제 막 특검 사무실이 차려지고 아직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다. 수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의 '목적'이란 것이 존재할까?"라며 당시의 의문을 상세히 기록했다.

윤석열 당시 특검검사의 답변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수사의 목적은 박근혜와 이재용을 구속시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나는 정말 놀랐다"며 "무려 특검 검사가 수사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의 목적을 정해놓고 수사를 할 수가 있구나"라고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이 최순실 예산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자 윤석열 당시 특검검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뭐 이리 복잡해, 그냥 쳐 넣으면 돼."

이 연구위원은 이 발언에 대해 "복잡한 얘기도 할 필요 없어 보였다. 그냥 쳐 넣어야 할 사람이 누군지 분명해 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상황과 과거 경험을 직접 연결지었다. 그는 "이번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특검수사는 (과거 윤석열 당시 특검 말처럼) 복잡한 얘기도 할 필요 없어 보인다. 전국민이 라이브로 똑똑히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냥 쳐 넣어야 할 사람이 누군지 분명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2025년 6월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특검 조사를 마친 이후 모습에 대해서도 느낀 바를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윤 전 대통령의 저런 표정은 처음 본다. 윤 전 대통령은 항상 기운이 넘쳤다. 물론 가끔 술에 취한 휑한 눈빛은 예외다"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 때 강렬한 스테미너는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정치 시스템과 연결지어 분석했다. 그는 "협상의 정치를 모르는 비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정치도 나름 전문직이고 거기에는 협상의 예술(기예)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진짜 미친놈인 비정치인이 정치를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정치 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해서 협상의 예술 능력을 체득한 선수들이 서로 극단적인 미친놈 전략을 강화하는 현재 정치가 바람직하진 않다. 내가 더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더 극단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미덕이 된 현재의 양당제 정치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민주당이) 예결위를 단독 의결하고 국회 본회의를 감액안만으로 단독 의결하겠다는 블러핑도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전략도 비판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재정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예산 관련 분석 작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