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김태균·박용택, 그리고 이종범…그들은 왜 현장을 떠났을까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5. 7.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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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순위 경쟁 펼치는 kt 떠나 《최강야구》 출연하면서 ‘이종범 논란’ 가열
“코치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필요” 동정론도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이종범 kt 위즈 코치가 6월말 팀을 떠났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합류를 위해서다. 《최강야구》는 방송사(JTBC)와 제작사(C1 스튜디오)의 갈등 속에 현재 원제작사가 《불꽃야구》를 새롭게 론칭했고, JTBC는 《최강야구》 간판을 유지하면서 9월 첫 방송을 목표로 선수단을 구성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종범 코치가 최강 몬스터즈 감독으로 최종 낙점됐다. 20명 안팎의 선수단이 구성됐고 곧 촬영에 돌입한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이종범을 향한 비난이 거세다. 프로야구 현직 코치가 시즌 중 TV 예능 출연을 위해 스스로 코치직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지난해 10월 kt 구단에 합류해 외야 및 주루 코치를 맡아왔고, 5월부터는 타격 코치로 보직을 변경했었다. kt에는 유한준·김강 타격코치가 있는데 이종범 코치는 총괄 코치 성격이 짙었다. 이 코치는 원래 팀 상황 등을 고려해 올스타 브레이크 때 이직을 생각했지만 이강철 감독 등과 상의해 조금 일찍 팀을 떠나게 됐다.  

5월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이종범 전 kt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이종범 "은퇴한 후배들 위해 욕먹을 각오"

TV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위해 프로 코치가 시즌 도중 팀을 떠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종범 코치 또한 "욕먹을 것을 각오했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래는 계속 고사했다. 그런데 후배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면서 "은퇴한 후배들의 처우가 열악하다. 야구 콘텐츠를 통해 한국 야구 붐을 더욱 일으켜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최강야구》 같은 야구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코치나 방송해설위원, 그리고 야구 아카데미 개원 등에 한정돼 있던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가 조금 늘어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강야구》가 국내 프로야구 인기를 견인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022년 6월 처음 시작된 《최강야구》는 프로야구 현역 선수가 아닌 은퇴한 프로 선수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고교·대학 출신 선수들, 그리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등장해 현역 못잖은 실력을 보여주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야구는 규칙 등이 복잡해 타 스포츠와 비교해 팬 진입 장벽이 꽤 높은데 《최강야구》는 '야구'라는 스포츠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면서 청소년, 2030 여성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2021년 도쿄올림픽 4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등 국제대회 성적이 계속 좋지 않았는데도 프로야구에 신규 팬이 대거 유입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황영묵(한화 이글스), 정현수(롯데 자이언츠), 고영우(키움 히어로즈) 등 《최강야구》에서 눈도장을 받은 이들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야구 무대에 서면서 스토리는 더욱 풍부해졌다. 《최강야구》에 대한 관심이 프로야구로 이어졌다는 점은 야구 예능 프로그램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 《최강야구》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단독 유튜브 채널 개설에 눈독을 들이면서 정작 프로야구는 코치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 비수도권 구단의 단장은 "은퇴 선수들이 방송 쪽으로 가거나 아마추어 야구 선수를 가르치는 개인 레슨장을 차리면서 코치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일례로 이대호나 김태균, 박용택, 정근우, 홍성흔 등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이바지했던 은퇴 선수들은 지금 프로 현장에 없다. 방송해설위원을 하면서 《최강야구》 등 예능에 출연한다. 윤석민, 이대형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은 있다. 현장 코치 연봉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 코치의 초봉은 50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코치 연봉이 4000만원 정도였는데, 선수 평균 연봉이 3배 오르는 동안 코치 초봉은 25% 정도만 상승했다. 그만큼 대우가 열악하다. 일부 구단의 경우 코치 다년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주는 식으로 이를 보전해 주지만 극히 일부의 예일 뿐이다.

가족이 있는 경우 선수들의 은퇴 시기는 자녀 입학 등으로 지출이 가장 많아질 때인데 소득은 선수 시절과 비교해 급격히 줄어들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프로 코치는 선수와 마찬가지로 비활동 기간(12~1월)에 월급이 전혀 나오지 않고, 4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일부 고등학교 감독의 연봉보다 처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 선수들이 현장이 아닌 방송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강야구》의 경우 한 시즌 출연료가 최소 1억원에 이른다는 말이 있었다. 방송해설을 겸하는 한 은퇴 선수는 "최강야구에서 받는 출연료 비중이 현 수입 중에서 제일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범 전 kt 코치 ⓒ뉴시스

묵묵히 현장 지키는 지도자 보다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 높인 야구인 더 우대받아

오랜 코치 생활이 감독 자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코치 생활 7년 만에 프로 사령탑에 선임된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2~3년 더 코치 생활이 이어졌다면 방송 쪽으로 진출하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강 몬스터즈 감독이 지도자 경력의 전부였던 이승엽이 프로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두산 사령탑으로 임명됐던 것도 현장의 코치들을 좌절시켰던 대목이다.

이종범 코치의 이직만 크게 이슈화됐으나 사실 이 코치에 앞서 한 수도권 구단 퓨처스(2군)리그 코치 등도 6월초 일신상의 이유로 팀을 떠나 《최강야구》 합류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었다. "돈만 좇는다"는 비난이 따르지만 이들을 막을 명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묵묵히 현장을 지킨 이들보다 방송 출연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인 야구인에게 감독 혹은 단장을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9월 첫 방송을 준비 중인 《최강야구》는 이종범 감독을 필두로 이름값 있는 은퇴 선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고 이대호·박용택·정근우 등이 축을 이루는 《불꽃야구》와 제대로 맞붙을 심산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에 대해 "야구를 예능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바로 알아본다"고 말했다. 

'현실'의 프로야구와 '이상'의 예능 야구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예능 야구는 '편집'이라는 가위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구에 대한 진심은 비슷할 터. 은퇴 야구 선수들의 향후 진로 선택지가 더 풍부해졌다는 점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서로 예의는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 현장에서 전쟁과도 같은 순위 경쟁을 치를 때 현역 코치 빼가기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최강야구》 제작사 측이 이종범 코치를 섭외하면서 kt 구단 측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프로야구에서 코치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적정한 선을 지키면서 서로의 '야구'를 존중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야 프로야구도, 야구 예능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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