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튀기면 주방은 사우나"…'무료급식소 34년' 지키는 천사들

[빛,나눔] 1991년부터 밥 한 끼 기적 실천…하루 350명 이용
"봉사도 중독" 광주 '개미꽃동산 사랑의식당'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말 그대로 구슬땀이다. 뜨거운 여름 햇볕이 내리쬐는대도 음식 350인분이 만들어지는 대형 솥단지는 펄펄 끓어 올랐다.

누구 하나 시키는 이 없지만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찜통 더위도, 34년 세월도 막지 못한 '개미꽃동산 사랑의식당' 이야기다.

1991년 문을 연 이곳은 광주·전남 최초의 상시 무료급식소다. 하루 평균 3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한다.

무더운 날이면 땀이 줄줄 흐르고 주방 안은 아예 찜통이다. 그러나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밥을 받는 어르신들만이 아니라 밥을 짓는 '밥 천사'들도 마찬가지다.

30년차 봉사자 신명희 씨(67·여)는 사직동 부녀회장이자 이곳 사랑의 식당 봉사자 중 가장 오래된 인물이다.

신 씨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주위에서는 건강을 걱정하며 봉사를 말렸지만 그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신 씨는 "요즘처럼 더운 날은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돈까스 튀길 때가 제일 고역이다"며 "에어컨은 한 대뿐인데 온도계를 보니까 32도까지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땀범벅이 된 채 봉사를 마치고 나면 낮 12시 반. 그제야 그는 충장로 구두닦이 노점으로 향한다. 하루 두 가지 일을 병행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식판 받고 '잘 먹었습니다' 한 마디 들으면 그게 참 고맙다"고 했다.

식사를 받으러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이 있으면 도시락을 싸 들고 직접 집까지 배달에 나선다. 봉사를 마친 직후 땀에 젖은 얼굴로 밥을 싸 들고 동네 골목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노란 봉사조끼에 '봉사왕' 뱃지가 5개나 달린 황대복 씨(83)는 남구자원봉사센터 소속이다. 이곳에서만 30년째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봉사를 이어왔다.

황 씨는 "이젠 몸이 그냥 안다. 하루라도 안 나오면 허전하고 내 몫을 누가 대신할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땡볕에서 어르신들에게 하는 줄 안내부터 식판 나르기까지 오전 내내 움직이다 보면 몸에는 땀띠가 가득하다.

하지만 황 씨는 웃으며 "어르신들이 '아이고 오늘도 오셨네요' 하시면 땀도 피로도 다 녹는다"며 "그냥 그게 사는 맛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김남연 씨(70·여)는 올해로 봉사 15년 차. 그는 친정엄마 돌아가신 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자 처음 이곳을 찾았다.

김 씨는 수백 개의 식판을 닦고 또 닦는다. 허리가 아파질 틈도 없이 손이 먼저 움직인다.

김 씨는 "솔직히 여름에는 정말 힘들다. 식판 헹굴 때마다 땀으로 샤워하는 느낌이다"며 "그래도 이젠 익숙해졌다. 봉사도 중독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봉사 조용히 식당 한쪽에 걸터앉아 찬밥 한 공기로 끼니를 때운 후 그는 다시 고무장갑을 들고 설거지대 앞으로 간다. 그는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고 했다.

조영도 개미꽃동산 총무이사는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이 따뜻한 식사 한 끼로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면 모든 수고가 보람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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