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제2의 김민석 막자”…‘출판기념회’ 신고 의무화 법안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국회의원은 특권층 아냐…‘음성적 수입’ 차단해야”
(시사저널=변문우·정윤경 기자)

"출판기념회 한 번에 1억5000만원, 그다음이 1억원 정도(수입이 있었다). 권당 5만원 정도 축하금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판기념회) 평균으로 봐서는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기념회에 모여진 액수도 사회적인 통념, 제 연배의 사회생활 또는 국회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들에 비추어 다시 확인해 본 바, 감사한 액수이기는 하지만 과하게 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발언 중).
이처럼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책값 명목의 '축하금'을 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4년이 구형된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은 2022년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3억원 현금다발'에 대해 "2020년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가능한 얘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인 등이 저서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여는 '공식 행사'다. 겉으로는 책 출간을 알리고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적 후원회'로 통한다. 참석자가 원하는 만큼 '책값'을 명목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지불할 수 있어서다. 출판기념회에서 판매되는 책값은 정가보다 저렴하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정가가 2만원이라면 10만원을 내든, 100만원을 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출판기념회가 아닌 '출금기념회'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같이 거둔 출판기념회 수입을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무는 없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수입은 정치자금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처가 자유롭다는 점에서도 후원금과 성격이 다르다.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유일한 규제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어선 안 된다'는 것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현역 의원 보좌관은 "아직도 몇몇 의원들은 직접 책을 판매하고 정가의 수십배에 달하는 돈봉투를 아무렇지 않게 챙긴다"며 "현역일 경우 출판기념회 수입은 한 회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출판기념회 개최 시 선관위 신고…판매 수입 정치자금에 포함"
정치권에서도 정치자금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출판기념회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대표적인 법안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른바 검은봉투법)이다. 출판물 판매 수입을 정치자금에 포함하고 출판기념회 개최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책을 정가 이상으로 판매하면 안 된다거나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권수를 10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주 의원은 4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제2의 김민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김 총리를 겨냥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민은 유리 지갑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국회의원은 장롱 속 현금으로 세금도, 재산 등록도 피하고 있다"며 "(검은봉투법이 통과되면) 출판기념회로 음성적 수입을 올리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주 의원과의 일문일답.
검은봉투법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2의 김민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원은 특권층이 아니다. 국민에겐 15만원의 소비 쿠폰을 나눠주면서 국회의원은 출판기념회로 현금 1억~2억원씩 걷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은 유리 지갑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일부는 장롱 속 현금으로 세금도, 재산 등록도 피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의 악용 가능성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사실상 국회의원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다. 김민석 후보자의 출판기념회에서 의료단체장과 병원장들이 5만원 이상 낸 것도 사실상 위반인데, 다들 쉬쉬할 뿐이다. 이처럼 출판기념회가 '검은돈의 통로'로 전락하는 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적해 온 바 있다. 지금이라도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 법안을 통해 정치권과 국민 관점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안에는 출판물 판매 수입을 정치자금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비롯해, 출판기념회 개최 시 선관위 신고 의무 부여, 정가 이상 판매 금지 및 1인당 10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출판기념회로 음성적 수입을 올리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검은봉투법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
정치개혁의 일환인가.
"그렇다. 국민에게 정치권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에서 진정성 있게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즉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그 취지로 이번 법안도 발의했다. 앞으로도 정치개혁 과제들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만큼 당내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민주당에도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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