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50만→200만원 줄었지만…"배달일? 투잡 꿈도 못 꿔" [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 7. 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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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19주차 > 육아휴직 4개월차, 줄어든 급여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육아류직 4개월차의 급여. 전달보다 50만원이 줄어 타격감이 크다. /사진=최우영 기자
월급쟁이에게 급여가 줄어든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은 월수입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에 매인 직장인들은 그렇지 않다. 급여가 갑자기 오르지도 않지만, 또 급하게 내려가지도 않는다. 월급이 대폭 줄어드는 경우는 '회사가 망할 징조'이거나 본인이 감봉 징계를 받는 정도다.
안정적인 월급에 길들여진 직장인에게 월수입의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다. 육아휴직 이후 첫 3달간 매달 250만원씩 들어오던 휴직급여가 지난달부터 200만원으로 줄었다. 무려 20% 삭감이다. 월 50만원의 급여 감소는 예상보다 강력하게 생활을 위축시킨다.
올해 최저임금 월 209만6270원, 4개월차 육아휴직급여 월 200만원
기저귓값 버느라 회사에 다닌다던 육아 선배들의 말이 과장인 줄로만 알았던 때가 있었다. /사진=최우영 기자
휴직 첫 3달은 월 250만원으로 어찌어찌 버텼다. 여기에 더해 매달 100만원씩 나오는 부모급여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달부터 아이가 만 1세로 진입하면서 부모급여는 50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시기에 육아휴직급여도 50만원 깎이며 '수입 크레바스'가 다가왔다.

올해 최저시급은 1만30원으로, 하루에 8시간 근무하고 주휴수당까지 챙겨 받을 경우 월 209만6270원이 된다. 육아휴직급여 자체는 최저임금보다 적지만 부모급여, 그리고 매달 10만원씩 나오는 아동수당을 더하면 그럭저럭 애 키우며 살 수는 있다.

벌써 휴직 7개월 차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휴직 4~6개월 차까지 월 200만원을 유지하는 육아휴직급여는 7~12개월 차에는 매달 160만원으로 줄어든다. 수입이 줄어든다면 방법은 지출 역시 맞춰서 줄이는 수밖에 없다.
나랏돈은 천천히 갚기, 휴직 전 '지출 다이어트' 필수
육아휴직도 엄연히 디딤돌대출 원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조건이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디딤돌대출 FAQ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을 줄여놓는 게 필수적이다. 가장 쉬운 건 정책자금 상환 유예다. 디딤돌 대출이나 보금자리론은 육아휴직 중에 원금 대신 이자만 갚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분명히 대출받을 때 설명서에 들어갔을 내용인데 당사자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생활 전반에서 나가는 돈도 줄이려 노력한다. 몸이 피곤할 때 타던 택시도 안 잡아본 지 오래다. OTT, 휴대폰 등 요금제도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돈이 제법 들어가던 취미 활동들도 반강제로 접었다. 어차피 아이 보느라 시간이 없으니 억울함은 덜 하다. 밖에서 사 먹던 커피도 가끔은 사치재로 느껴진다.

부모가 쓰는 돈을 줄여도 살림살이가 극적으로 개선되진 않는다. 그동안 애 키우는 선배들이 "기저귓값 벌어야 한다"거나 "분윳값 대야 한다"던 게 너스레가 아니었다. 그나마 기저귀가 젖어도 무던하게 노는 아이인데도, 기저귀 92개들이 박스를 2주면 다 쓴다. 분윳값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유식값은 점점 더 든다. 부모는 미국산 소고기 먹어도 애는 한우 1+ 이상을 먹여야 한다. 동네 소아청소년과 원장님은 소고기에 철분이 많기에 매일 꼭 한 번 이상 먹이라고 권고한다. 아내가 한우에 각종 채소와 곡물, 육수까지 더해 정성껏 만드는 이유식 값이 만만치 않은데 알 길 없는 아이는 꼭 이유식 먹다가 난장을 부리고 입 안의 내용물을 다 흩뿌린다. 아내가 가끔 이유식 먹이다 욱하는 게 일견 이해가 간다.
조삼모사·동족 방뇨…뭐라도 다 해봐야
배달 라이더로 육아휴직기간 중 돈을 버는 친구들도 있다. 다만 젊고 건강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사진=뉴시스
아쉬운 경제 상황은 다른 돈벌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다만 육아휴직 기간에는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갓난아이 보느라 지친 심신으로 일하는 것도 무리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마침 집에서 쓰던 인터넷 회선이 3년을 넘어섰다. 보조금을 80만원 준다는 업자를 찾았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보조금 규모를 넘어선다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휴대폰도 현금 페이백을 제법 많이 주는 기종과 통신사로 갈아탔다. 물론 제법 비싼 요금제를 한동안 써야 하지만, 한 번에 들어오는 목돈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묵혀뒀던 3년치 병원 진료 내역도 다시 들여다본다. 청구 금액이 1만~2만원이라 귀찮아서 놔뒀던 진료 내역도 다 모아서 실손 보험으로 받으니 제법 쏠쏠하다. 최근 진료는 실손24 앱으로 무척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데, 과거 내역은 병원에 다시 들러 서류를 따로 받아야 하는 게 번거로울 뿐이다.

한 친구는 육아휴직 기간 중 아이가 잠들면 나가서 배달 라이더로 가계부 구멍을 메웠다며 넌지시 소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밤일'을 권했다. 그런데 그것도 20~30대 몸 건강한 아빠들이나 가능한 얘기다. 아이가 밤에 한 번만 깨서 오열해도 다음 날 온종일 컨디션이 안 풀리는데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몇시간씩 다닐 자신이 도저히 없다. 고정 지출은 늘어났는데 들어오는 돈은 확 줄어들고, 체력은 비루해 젊은 아빠들처럼 투잡도 뛰기 힘든 40대의 육아는 이래저래 힘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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