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명이란 거대 서사 뒤집어 보기
하나로 이어진 문명 계보에 의구심
당대 비주류였던 14인의 철학 통해
정치적 필요에 전통·문화 취사선택
‘절대권위’ 서양史 허구 낱낱이 지적
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이재훈 옮김/ 열린책들/ 3만3000원


“알킨디의 삶과 저작은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 서사가 거짓되었음을 드러낸다. 중세기는 사그라진 고대 그리스·로마라는 횃불을 유럽에서 조심스럽게 보존하여 후대에 다시 빛을 발하기를 기다린 암흑기가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별개의 존재로 생각되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유산을 차지하고 있었다.”(110∼111쪽)
책은 홍콩의 ‘일국양제’ 지위를 사실상 종식시킨 캐리 람 전 행정장관에 대한 장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홍콩의 현실에 대해, 원래 중국의 땅이었지만 문화·정치·사회·경제 등 각 분야에서 서양의 전통이 덧씌워지면서 ‘동서양의 조화’를 보여줬던 공간이 더는 그 특수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서양 위주로 써내려간 역사에 대한 고민은 현재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 중심의 세계가 흔들리면서 패권 다툼이 심화하고, 그 밑바탕에는 다양성과 복합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어느 한 쪽만 옳다는 독선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뿐 아니라 철학, 예술, 과학, 제도 등이 누군가의 권력과 이익을 좇아 만들어진 잣대가 된다면 후손들은 부정확한 역사를 배울 수밖에 없게 된다.
서양사를 과감히 뒤집는 내용이 주축인 만큼 책 발간 이후 서양 문화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의 서평 매체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는 “서구라는 개념을 비판하려는 열정 때문에 때때로 과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은 “책 내용이 학술적인 부분이 많아서 일반 독자에게는 쉽지 않고 해석의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신선하고 깊이 있는 역사 해석을 제공하는 동시에 서양 문명의 본질을 재고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높이 사며 저자의 시도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특히 역사에 관심이 있고 서양 위주의 역사 서술의 한계를 느꼈던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서양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이 서양과 그 근본적 원칙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동성, 혁신, 과거에 대한 창조적인 재상상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알킨디의 철학, 툴리아 다라고나의 시, 조지프 워런의 연성 등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며 주어진 지혜를 논박하는 것보다 더 서양다운 것이 있을까? 대화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서양다운 것이 있을까? 역사를 다시 형성하기 위해 재상상해 보는 것보다 더 서양다운 것이 있을까?”(458∼459쪽)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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