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베이징 택배기사의 ‘길거리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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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책을 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해야 한다면 더더욱.
20년간 19개 직업을 거친 사람, 4분에 한 개꼴로 배달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일(택배)을 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불만과 냉소, 우울함 등이 배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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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그와는 정반대 인생을 살았다. 20년간 19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삶’이라는 횟감을 변두리 횟집 할머니의 ‘투박한 칼질’로 썰었다. ‘OO상 수상작’ ‘세계적인 석학의 날카로운 통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같은 현학적 수식어구에 혹해 책을 선택하는 우리에게 “이봐! 원래 글이란 그렇게 요란스러운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하지. 고객이 왕이라는 말도 오르나?” 나는 멈칫했다가 본능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왕이 한 명이라야 말이지요. 저는 매일 엄청 많은 왕을 섬겨야 하는 걸요.” 그러자 노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애당초 화가 난 게 아니라 화난 척하며 나를 놀렸던 것이다.’(‘정식 팀원이 되었지만’에서)
20년간 19개 직업을 거친 사람, 4분에 한 개꼴로 배달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일(택배)을 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불만과 냉소, 우울함 등이 배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편에 흐르는 저자의 감성은 긍정과 유머다. 그렇다고 대놓고 유머나 우스개를 소개하는 방식은 아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꼬시’처럼 뼈째 썰어 내놓는데, 그 안에 유머와 긍정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 자신이 본 것을 독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 정말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제목만 보면 수많은 직업을 경험한 한 노동자의 고된 일터 경험 같지만, 그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성찰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은 인생 성장기에 가깝다. 원제 ‘我在北京送快递’.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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