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이준도 2025. 7. 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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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공연 모습. 사진=평택시문화재단

진실한 사랑을 위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4인 4색 청춘들의 뜨겁고 찬란한 이야기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가 평택을 찾았다.

평택시문화재단은 4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국립극단 낭만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개최했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프랑스의 에드몽 로스탕이 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국립극단이 청소년극으로 재탄생시켜 올해 10주년을 맞은 작품이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1897년 파리의 포르트 생마르탱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프랑스 영화 '시라노'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으로 재탄생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0주년을 맞아 한 층 더 완성도 높은 연출을 구현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낭만활극'이라는 장르에 맞게 배우들의 움직임과 동선을 크게 가져가는 한편 청소년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대사와 유머코드를 삽입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4명으로 록산느를 두고 시라노, 크리스티앙, 드 기슈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인 시라노는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검객으로 오랜 친구인 록산느를 마음에 품고 있지만 유난히 거대한 코가 콤플렉스라 자신의 마음을 록산느에게 전하지 못한다.

크리스티앙은 외모는 눈부시지만, 철도 없고 눈치도 없어 어딘가 부족한 인상을 준다. 드 기슈는 잘 나가는 집안의 자제로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상관인 인물로 완벽한 조건을 갖췄지만 좋아하는 록산느의 마음을 얻지 못해 마음 고생한다.

록산느는 시라노의 부대에 전입해 온 크리스티앙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시라노의 마음도 모른 채 크리스티앙을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한다.
낭만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공연 모습. 사진=평택시문화재단

시라노는 어딘가 부족한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자신의 마음이 담긴 말과 편지를 전하고 덕분에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은 사랑의 결실을 거둔다.

그러던 중 이를 질투한 드 기슈가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전쟁터 최전선으로 발령하는 명령을 내리고,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록산느에게 매일 같이 편지를 보낸다.

훗날 크리스티앙은 록산느가 진정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외모가 아닌 영혼이 담긴 편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닌 시라노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고 시라노에게 용기 낼 것을 조언한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연극의 형태를 띠지만 관객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극이 시작하며 배우들이 객석에서 등장하는 것부터 작품 도중 관객에게 질문을 건네기도 하고, 아예 극의 대사 개입을 유도하는 등 관객을 활용한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극답게 최신 '밈'을 적절히 섞어 유머코드를 철저하게 청소년에게 맞춘 것도 인상적이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왔던 유행 요소가 아닌 정말 최신의 '밈'으로 업데이트해 반영한 것에서는 진부하고 뻔한 교훈을 주는 청소년극에서 벗어나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 의지가 엿보인다.

또 악단을 활용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과 극 전반에 걸쳐 소통하고, 때로는 대사도 처리하며 극에 재미 요소를 가져다 준다.

아울러 주인공인 시라노가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설정답게 시라노의 대사는 낭만이 넘친다. 언젠가부터 감성 가득한 표현을 "오글거린다"고 치부해 버리는 시대지만, 작품의 대사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결국 감정의 전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며 낭만의 가치를 재확인시킨다.

최하윤(록산느), 장석환(시라노), 안창현(크리스티앙), 도준영(드 기슈) 등이 출연하는 낭만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오는 5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이어진다.

이준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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