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해 지면 집 밖으로 안 나가요"…재개발 늦어져 '슬럼가' 된 동네
[앵커]
전국의 재개발 사업 예정지 중에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이 중단돼 수 년째 폐허로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빈집털이범부터 불법 투기 쓰레기까지 판치는 우범지대가 되어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광주 도심에 위치한 재개발 사업지입니다.
건물은 내부로 들어갈 수록 없도록 이렇게 천으로 다 막아놓은 상태인데, 사람이 살지 않는 상태가 수년째 지속이 되다보니까 거리 곳곳이 이렇게 매일같이 불법 투기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약 20년 전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이제 몇 안되는 남은 주민도, 주변을 오가는 이웃 주민도, 범죄 발생을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남아있는 주민 : 무서운 사람들도 많고 어제도 낫 하나 들고 화분 같은 거 깨고 다닌 사람도 있었어요. 절도가 많죠. 철문도 가져가고요. 화분, 대문, 그리고 수도꼭지 뭐 이런 것들 다…]
조합 측에서 순찰을 돌고는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외부인이 몰래 버리고 가는 쓰레기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남아있는 주민 : 저희 집만 치우면 뭐 해요? 바깥에 냄새나고 쥐가 다니면.]
벌레가 들끓고, 악취 때문에 취재가 힘들 정도입니다.
음식 먹다버린 쓰레기들, 악취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파리도 굉장히 많이 날리고.
밤이 되자 지나다니는 사람은 아예 없습니다.
유일하게 영업 중인 한 모텔.
[모텔 사장 : 노래방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해야 손님들이 이렇게 오고 그러지. 나 혼자 딸랑 해갖고 귀신 나오겠는데 무서워서 누가 오겠어요?]
광주 북구청은 "현장 관리 주체는 조합이고 구청은 민원이 들어오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재개발 사업지인 부산의 감만지구입니다.
인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건물 외벽 곳곳에는 이렇게 빨간 색깔 글씨로 경고성 문구들이 적혀 있습니다.
아직 일부 주민이 살고 있어서 철거도 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가 되고 있는 겁니다.
이곳도 수십년 째 첫 삽도 뜨지 못한 곳.
이제는 160세대 정도만 남았습니다.
깨진 유리창, 활짝 열려있는 문,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까지.
문제는 이 폐허 중심부까지 누구나 아무 제약없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감만동 거주 83년 차 주민 : 앞에 문하고 부서진 데가 많아요. 그게 뭐 사람이 드나들었다는 결론 아닙니까? 겁이 나서 아예 저녁 되면 안 나가요.]
주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이 난장판을 통과해 등·하교하는 상황입니다.
[인근 중학생들 : {언제가 제일 무서워요?} 밤이요. 학원 끝나고 집 갈 때요. {보통 그때가 몇 시예요?} 7시. {7시만 돼도 많이 무서워요?} 불빛이 아무것도 안 들어와가지고…]
[초1 학부모 :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도 많이 없고 그래서 (아이) 혼자 왔다 갔다 하니까 겁도 나고…]
주민들이 입을 모아 무섭다고 말한 저녁 시간대.
취재진 다같이 동네를 돌아봤습니다.
이렇게 카메라 불빛이 없으면 사실 지금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문이 다 열려있어서 아무나 출입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부산 남구청은 주민 안전을 위해 사람이 살지 않는 구역 통행로부터 곧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가 진 이후에는 집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다."
이 동네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제게 한 말입니다.
불빛도 거의 없는 이 밤거리는 언제 좋아진단 기약도 없이 갈수록 더 스산해지고만 있습니다.
[작가 강은혜 VJ 김수빈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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