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와 크리켓, 흰옷에 깃든 영국 스포츠의 고집 [아하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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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가 한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흰색 복장은 윔블던 고유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 앤드리 애거시(미국)는 복장 규제에 대한 항의로 1989년, 1990년 윔블던에 불참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불만에도 윔블던은 오히려 선수들의 복장 규제를 더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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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가 한창이다. 선수들은 항상 그랬듯이 모두 하얀 복장을 하고 있다. 예외는 없다. 속옷, 밴드, 신발, 심지어 브래지어 끈까지 흰색이 아니면 경기 출전이 제한될 수 있다.
윔블던에서 흰색 드레스 코드가 의무화된 데는 품위를 중시하는 영국 귀족 문화와 역사에 뿌리를 둔다. 19세기 초반, 테니스는 상류층 여성의 사교 활동 목적으로 행해졌다. 당시에는 땀이 보이는 것을 매우 무례하거나 비위생적으로 여긴 탓에 땀이 덜 드러나는 흰색 옷이 선호됐다. 흰색 옷이 여름철 더위를 시원하게 해주는 면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흰색 복장은 윔블던 고유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윔블던은 4대 테니스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중 유일하게 초록의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데, 이때 흰색 옷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가장 오래된(1877년 첫 시작)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만의 정체성을 흰색 옷이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선수들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1949년 거투르드 모란(미국)은 흰색 복장을 하기는 했으나 짧은 치마 아래 레이스 장식의 속바지를 입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모란이 공을 치려고 점프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레이스 장식 속바지가 겉으로 드러나 대회 조직위원회인 올 잉글랜드 클럽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복장 규정은 더 강화됐다. 모란의 복장은 스포츠 역사에서 여성 스포츠복에 대한 자유와 표현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앤드리 애거시(미국)는 복장 규제에 대한 항의로 1989년, 1990년 윔블던에 불참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불만에도 윔블던은 오히려 선수들의 복장 규제를 더 강화해 왔다. 2014년부터는 선수들의 언더웨어도 흰색으로 통일해야만 했다. 이에 2017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비 오는 동안 노출된 분홍색 브래지어 끈 때문에 지적을 받아 경기 도중 갈아입어야만 했다. 빌리 진 킹, 주디 머레이 등 테니스계 전설들이 여성 선수들은 생리 기간 흰색 언더웨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올 잉글랜드 클럽은 2023년 규칙을 개정해 ‘반바지나 치마보다 길지 않은’ 어두운색 언더웨어를 허용했다.
윔블던만이 흰색 옷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크리켓 또한 국가 간 경기에서는 반드시 흰색 옷을 입어야만 한다. 국가의 색깔이 있는 모자만 유색이 허용될 뿐이다. 크리켓도 16~17세기 영국 상류층에서 시작된 스포츠라는 점에서 테니스와 닮았다. 윔블던이나 크리켓 모두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고 하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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