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피해 생존 여성들의 목소리 “모두 남성의 것이었다”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4.3융합전공은 4일 오후 제주대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4.3의 기억과 국가폭력의 문화 표상 : 목소리들과 신체들'을 주제로 한 제4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록되지 않은 4.3 피해 생존 여성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목소리들' 상영회와 대담에 이어 영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증언할 수 없는 입과 감각하는 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서강대 배주연 교수는 국가폭력에서 여성의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구조에 대한 견해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특히 여성의 성적 피해 경험이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는 것이 돼 침묵 당한 현실을 짚었다.
배 교수는 "마을에서 있었던 성폭력 사례를 증언하는 것은 공개 증언을 했던 생전 홍난선을 제외하면 모두 남자들의 것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성이 발화하지 못할 때 이를 대신하는 것은 언어를 가진 남성들이었고 여성들의 말하기는 몸짓과 한숨, 침묵으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의 피해 경험이 남성들의 언어로 대신 말해짐으로써, 이는 남성들의 피해 경험 혹은 남성화된 집단의 피해 경험으로 바꿔 말해진다"며 "그러나 여성들의 고통받는 몸은 집단 서사 안에서 회복되지 못한 채 흔적으로 발화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여성의 성적 피해 경험은 그 자체로 집단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는 것이 돼 침묵 당했다"며 "연구자 김상숙은 점령군에 의해 가해지는 여성에 대한 집단 성폭력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통해 점령지 복속을 확인하는 상징적 도구로 여겨진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살아 돌아온 여자들에 대한 의심이 '환향녀'들에 대한 멸시와 혐오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할 수 없고 남성들의 말을 통한 집단의 피해 서사로 귀속된다.
배 교수는 "영화에서 여성의 생환을 전하는 '살아 돌아온 여자가 있대'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은 단순히 소문을 전달하는 말이 아니라 침묵을 요청하는 수행문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여성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증언한 부분에 주목했다.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여성들의 자부심과 이를 피력하는 것은 고난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언어라고 주장했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 질서 속 끊임없는 의심을 받으며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근면성실한 삶의 자세를 무고함의 증거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때 여성들의 몸은 고통을 충분히 담고 있는 몸이자 자신의 무고를 증명해야 하는 몸"이라고 말했다.
베 교수는 "여전히 4.3에서 여성들의 피해 경험은 말하기 어렵다. 말을 해도 들을 수 있는 담론구조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그녀들은 말할 수 없다"며 "기록되지 못한 말들과 들려지지 못한 침묵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더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관련해 토론에 나선 한양대학교 김청강 교수는 "매우 고단하고 지독할 정도로 성실하게 살아온 그들의 생애 자체가 무고함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주정에 매우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존자들이 '말로 다 못할 이야기', '짐승처럼 일했다'는 등 말을 한 것은 자신들의 무고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존재의 형식, 혹은 고통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배 교수의 발표에 이어 '4.3 서사의 행위자, 음식 : 영화 지슬과 포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제주학연구센터 이정원 박사의 발표와 '공공선이라는 가면'을 주제로 한 한국방송통신대 김재형 교수의 발표가 이뤄졌다.
각 발표 토론은 한양대 김청강 교수와 제주대 이혜령, 제주대 윤한결이 맡았다. 3부에 걸친 학술대회 마지막 순서에서는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