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미국 현대문학엔 그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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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에는 필립 로스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작가들이 있다." 시카고트리뷴은 필립 로스를 이런 문장으로 상찬했다.
로스의 사망 직후인 2018년 한국에도 번역 출판된 책이다.
로스가 이 책에서 밝히는 화두는 '서술과 진실의 상관관계'다.
등장인물, 그리고 발생하는 사건엔 작가 자신과 그의 경험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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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에는 필립 로스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작가들이 있다." 시카고트리뷴은 필립 로스를 이런 문장으로 상찬했다. 예술가를 향한 존경의 언사가 이보다 멋질 수 있을까?
85세 나이에 심부전으로 사망하기까지, 로스는 수많은 걸작을 남긴 거장이다.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등은 문학 독자들에게 전설적 소설로 기억된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유명한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로스가 남긴 자서전은 한 권뿐이었는데 바로 '사실들(원제 The Facts)'이다. 로스의 사망 직후인 2018년 한국에도 번역 출판된 책이다.
'사실들'에는 거장의 고백이 자세하다. 자기 자신의 삶에 항상 내재했던 울분의 감정을 소설의 연료로 삼았던 심정, 그리고 쓰는 운명일 수밖에 없는 그의 내면적 이야기가 가득해 울림이 크다.
로스가 이 책에서 밝히는 화두는 '서술과 진실의 상관관계'다.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연료 삼아 쓴다. 등장인물, 그리고 발생하는 사건엔 작가 자신과 그의 경험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작가의 삶 그대로는 아니다. 변형되고, 왜곡되며, 조금은 비틀린다. 그렇다면 소설가의 서술을 진실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더 큰 차원의 진실이란 건 정말로 가능한 걸까. 로스는 이렇게 쓴다.
"서술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자신의 동기를 숨기고 있는 작가가 자기 생각을 제시하는 것은 상황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함인가, 아니면 말하지 않기 위해 말하는 식으로 무언가를 감추기 위함인가?"
작가는 이해되고 싶은 모습으로서의 나와, 결코 노출하고 싶지 않은 나 사이에서 갈등한 뒤 결과물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배제되고 변형된 결과물만이 소설화되는데, 그런 점에서 소설을 쓴다는 건 수많은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 나 자신의 원형을 잃어버리는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한다. 그건 진실한 '나'일 수 있을까.
"이 모든 조작은 진실로 무의식적인 것인가, 아니면 무의식적인 것처럼 꾸민 것인가?"
이 책의 또 다른 화두는 로스가 평생 소설을 쓴 창작 동인에 관한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로스는 아내와 불화했다. 둘은 최악의 관계였고, 서로를 완벽하게 등졌다. 아내의 존재는 자신을 평생 괴롭혔다고 로스는 쓴다. 하지만 로스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오는 불행까지도 소설 창작의 힘으로 사용하는 비범함을 보여줬다.
"그녀는 나의 최악의 적이었으나, 아아, 가장 위대한 창작 선생, 극단적 소설의 미학에 있어서의 탁월한 전문가이기도 했다."
작가는 소설을 쓰는 일을 하는 자다. 하지만 때로는 소설이 작가를 만든다. 필립 로스의 생애는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분명히 증명했다. 로스는 소설의 안팎을 거닐면서, 불행한 현실 속의 자신을 소설 안에서 수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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