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임철수가 남긴 묵직한 울림 [인터뷰]

한서율 기자 2025. 7. 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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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순간 자체가 너무 설레네요. 지금이 배우 생활 중 가장 뜻깊고 뿌듯한 순간입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대중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기 위해 20년간 연기에 대한 고민과 공부를 쉼 없이 해 온 임철수는 천생 배우였다.

그동안 유쾌함과 먹먹함을 아우른 연기를 선보이며 '신스틸러'라는 호칭까지 얻은 임철수에게 '미지의 서울'은 자신의 가치관과 닮아 있는 작품이었다. 임철수는 "다양한 조연과 단역을 맡아 연기를 해왔지만 어느 순간 시선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다. 장면 속에서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고 싶었다"라며 "평범하지만 자연스럽게 인생을 함축해 놓은 시나리오를 보며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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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수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작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순간 자체가 너무 설레네요. 지금이 배우 생활 중 가장 뜻깊고 뿌듯한 순간입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대중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기 위해 20년간 연기에 대한 고민과 공부를 쉼 없이 해 온 임철수는 천생 배우였다.

지난 29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거짓말을 시작으로 서로의 인생을 바꾼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새롭게 마주한 상황에서 겪은 갈등을 통해 성장한 둘은 진짜 인생과 사랑을 찾아 나선다. ‘미지의 서울’은 주인공을 비롯해 극 중 다양한 인물들이 인생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그 가운데 임철수는 변호사 이충구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동안 유쾌함과 먹먹함을 아우른 연기를 선보이며 ‘신스틸러’라는 호칭까지 얻은 임철수에게 '미지의 서울'은 자신의 가치관과 닮아 있는 작품이었다. 임철수는 “다양한 조연과 단역을 맡아 연기를 해왔지만 어느 순간 시선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다. 장면 속에서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고 싶었다”라며 “평범하지만 자연스럽게 인생을 함축해 놓은 시나리오를 보며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의 배역인 이충구는 본인과 같은 편이 아닌 상대에게 물리적, 심리적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 변호사로서 승소를 위해 그가 행하는 일들은 자칫 악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주변 인물에게 조언과 힘을 보태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이충구는 단순히 악인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합적인 부분을 가진다.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처럼 다층적인 부분을 가진 캐릭터는 임철수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이충구라는 인물은 호기심을 넘어 관념처럼 받아들였던 기준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임철수는 “이 인물이 서글서글한 눈을 하고 있지만 말에 뼈가 있는 듯한 부분이 흥미로웠다”라며 “변호사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소를 하면 의뢰인과 본인에게는 선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무엇이 옳고 그르며 과연 선과 악으로 모든 걸 나눌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더라”라고 설명했다.

임철수


진중함 말고는 닮은 부분이 없는 변호사 이충구를 그려내기 위해 임철수는 재판 참관과 직업 자문을 받은 건 물론 연기 훈련과 스타일링의 변화까지 시도했다. 그는 “변호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드러낼 수 있게끔 음성적인 훈련을 받았다. 공적으로 말할 때와 사적으로 말할 때 압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고민하고 관찰하며 준비했다. 의상을 입을 때도 성격적인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서 거듭 회의를 거쳤다. 쓰리 피스의 정장, 뾰족한 카라, 조그마한 넥타이로 닫혀있는 듯한 이 캐릭터의 이미지를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또 임철수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인물의 시선과 동선, 관련한 장치에 대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항상 상대를 올려다 보는 입장인 이충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사람과 교감하는 방식에 대한 부분을 중점으로 두고 공부했다”라며 “휠체어를 타다 보니 동선에 제약이 생겨 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평생에 한 번쯤은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아 휠체어와 지팡이 모두 사용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집요하게 준비했지만 인물과 나누는 감정과 관계는 꾸미지 않았다. 상대 배우와 자연스러운 호흡을 통해 서사를 만들어 냈다. 임철수는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주어진 시나리오 안에서 즉흥성을 발휘해보고자 했다. 설정을 해야겠다고 한 건 아예 없었고 나 자신을 투영하면서 바라봤던 것 같다. 단정을 짓는 순간 연기도 그만큼 밖에 못할 것 같았다. 상대 배우와 교류하며 힌트를 얻었다”라고 전했다.

잔잔하고 이성적이던 이충구의 감정을 휘몰아치게 만든 건 변호사 후배 이호수(박진영)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는 순간 이충구는 대척점에 서서 방해 공작을 펼치며 이호수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노력한다. 임철수는 이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이렇게 까지 몰아세워야 하나, 이 정도로 독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물론 이충수가 하는 말이 틀린 건 없다. 그런 점은 공감이 되면서도 나와 이충구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이 부분을 납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임철수


다만 임철수는 이충구를 악역으로만 표현하진 않았다. 그의 연기에는 기승전결의 감정과 함께 ‘미지의 서울’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 보이지 않는 배려와 인간미도 있었다. 특히 미움과 애틋함을 동시에 느끼는 후배와의 관계 속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임철수는 “호수와 엇갈린 상황에서도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깨우쳐주고 싶었다. 또 그의 깊은 성격을 알기 때문에 말을 세게 하기보다는 웃는 얼굴로 갈등을 피하면서 나긋나긋하게 더 깊은 조언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다층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을 소화해 내며 필모그래피에 또 새로운 기록을 남긴 그는 뿌듯함을 드러냈다. 임철수는 “그동안의 배역을 사극으로 빗대어 표현해 봤을 때 궁궐에 못 들어가는 역할이었다. 이번 작품으로 궁궐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전문직과 같은 직업이 나에게는 먼 이야기지만 배우로서 그 사람들을 탐구하고 특성을 파악하는 건 재산을 얻는 것과 같다”라며 “이성적인 성격의 역할을 많이 안해봤는데도 이런 역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있어 뿌듯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이 끝났음에도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계속된다. 20년 동안 동료 배우, 작가들과 함께 스터디를 해 온 임철수는 부족한 부분을 되돌아보면서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는 “내 연기를 다시 볼 때면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더라. 스터디를 계속하는 이유도 그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라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만큼 나는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는 생각에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못했으니까 앞으로 더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친숙함과 낯선 모습을 두루 갖춘 배우 임철수. 앞으로도 그는 본인과 대중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길 수 있는 작품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물의 가치관이다. 내가 이 역할을 했을 때 보시는 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분량과 상관없이 맡아 연기하고 싶다”라며 “향후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 한 인물에 완전히 체화돼 그의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순간까지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라고 소망을 드러냈다.

임철수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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