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뱉는 말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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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해안 도시 카다크에서 스코틀랜드로 이사 온 갈라가 새 학교에 간 첫날.
갈라는 자신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선생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한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 수다쟁이에 쾌활한 성격이었지만 서툰 영어 때문에 세 마디 이상 말하기조차 힘든 탓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소피 캐머런의 청소년 소설 '단어 줍는 소녀들'은 우리가 뱉은 말들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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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캐머런 '단어 줍는 소녀들'

"우리 반에 오늘 ~~~~~~ 있어요. 갈라 빌라노바. 스페인 ~~~. 혹시 ~~~~~~ 줄래, 갈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해안 도시 카다크에서 스코틀랜드로 이사 온 갈라가 새 학교에 간 첫날. 갈라는 자신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선생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한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 수다쟁이에 쾌활한 성격이었지만 서툰 영어 때문에 세 마디 이상 말하기조차 힘든 탓이다. 친구들과 야야 할머니가 있는 내가 아는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만 싶다. 단어를 주워 자기 주머니에 넣는 나탈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소피 캐머런의 청소년 소설 '단어 줍는 소녀들'은 우리가 뱉은 말들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화가 났을 때는 단어의 가장자리가 딱딱하게 굳어 가고, 오래 떨어져 있던 단어들은 색이 희미하게 바래는 식이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언어 장애를 가진 나탈리는 재미있어 보이거나 색깔이 예쁜 단어를 주워 자신만의 단어 수집함에 넣는다. 크기, 색깔, 폰트가 다 다른 그 단어들로 시를 '만든다'. 갈라도 여기 동참한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두 소녀는 버려진 단어들을 수집해 시를 지으면서 마침내 "서로의 말을 진짜 듣게 됐다"고 느낀다.
두 사람만의 비밀도 생긴다. 전신 마취 수술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에일리에게 용기를 북돋는 시를 몰래 써서 보낸 후 친구들에게 시를 선물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쁜 단어들로 만든 시가 배달되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진범 찾기에 나선다.
말의 힘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를 물결무늬로 표현하거나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귀퉁이에 쌓여 있는 단어 떼들을 보여 주는 본문 편집도 재미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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