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As if.......I’ 이하느리, “영감은 길게, 작곡은 신속하게…프로그램 노트, 아무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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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상점들이 속속 문을 닫기 시작하는 밤 9시.
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현대음악 기획공연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9시')는 이날 이하느리의 신곡 'As if.......I(1)'를 세계 초연하는 자리로서 일찍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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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상점들이 속속 문을 닫기 시작하는 밤 9시. 리사이틀홀 앞 로비는 유독 사람들로 북적였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유명인사부터 클래식 관계자, 그리고 작곡가 이하느리(19)의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였다. 하얀 비니를 써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하느리는 로비에서 내방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나눴다. 최근 클래식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의 젊은 작곡가로서 그의 인기가 실감됐다.
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현대음악 기획공연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9시’)는 이날 이하느리의 신곡 ‘As if.......I(1)’를 세계 초연하는 자리로서 일찍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곡은 지휘자 최수열이 직접 이하느리에게 ‘9시’에서 선보일 곡을 써달라고 부탁해 탄생했다. 특별히 타악기 연주자 김은혜를 위해 고안된 곡이기도 하다.

이하느리는 일찍이 곡 제목 ‘As if.......I’도 의미를 ‘전혀’ 담지 않았다고 소개해 놀라움을 안겼는데, 이날 공개된 프로그램 노트(당일 공연이나 음악에 대한 해설이나 연주자 프로필 등을 담은 설명)는 더욱 도발적이었다. ‘As if...I had a plan’ 단 한 문장으로 끝난 것. 클래식음악에선 한페이지를 가득 메운 프로그램 노트가 일반적이기에 역시 독특하기 그지없다.
뜻을 곧이곧대로 번역하자면 ‘내가 무슨 계획이 있었겠어’ 정도가 된다. 공연을 마친 뒤 만난 자리에서 문장이 의도한 바를 묻자, 이하느리는 “(예술의전당에서)뭐라도 써야 된다길래 썼을 뿐. 아무 의미도 없다”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어찌보면 ‘무계획’은 ‘무의미’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현대 예술이 으레 그렇듯 파격적인 연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조차 뛰어넘었다. ‘As if.......I’는 수미상관 구조를 취하는데, 연주자 김은혜가 여타 타악기들처럼 뉘어놓은 기타를 연주하며 시작하고, 끝맺는다. ‘500원짜리 동전’과 손잡이 없는 유리잔으로 기타줄을 뜯고, 누르고, 긋는다. 통영국제음악제(TIMF) 앙상블 연주자들은 각자의 현악기, 관악기 외에도 회전튜브(whirly tube)를 훠이훠이 돌려 공기를 진동시킨다.
또 중반 파트 이후에 김은혜만 제외하고, 현악기·관악기 연주자들이 다같이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뮤직박스(오르골)의 태엽을 돌린다. 이 뮤직박스 8개는 모두 이하느리의 개인 소장품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이하느리가 즉흥적으로 관객에게 깜짝 선물로 주겠다고 결정해 다신 없을 이 ‘굿즈’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에 본적없는 연주법은 물론, 악기들이 내는 생경한 소리에 어느새 적응이 되려하던 찰나, 채 10분이 안 되는 길이의 곡이 끝나버렸다. 곡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느냐는 질문을 또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이하느리는 “저는 이 곡에 어떤 텍스트도 안 넣었다”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어디서도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 초연한 소감으로는 “연주를 잘해주셔서 마음에 들었다”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이하느리는 작곡의 이를테면 ‘프리프로덕션’에 해당하는, 영감(inspiration)을 얻는 기간을 길게 갖고 작곡 자체는 신속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의 영감 수집 기간은 얼마나 걸렸느냐는 질문에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기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최수열 지휘자는 이하느리의 독특한 작곡법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들었다.
“음식이 정말 맛있어질 때, 특별한 조리법보다도 원재료의 신선함이 더 큰 영향을 미칠 때가 있죠. 이하느리의 작품이 딱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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