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가로수길·뜨는 성수…상권도 생애주기가 있다

이정아 2025. 7. 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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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한때 트렌디한 상권의 대명사였다.

여기서 명동·홍대·강남은 전통 상권으로 '메가 하이스트리트', 성수·한남·도산은 신흥 상권으로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분류된다.

상권 발달의 일반적인 패턴을 따르지 않은 네오 하이스트리트에는 성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성수는 오랫동안 유아기에 머물다 급격히 성장해 상권 발달의 최고 단계로 들어섰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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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하이스트리트 김성순 지음 디자인하우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한때 트렌디한 상권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텅빈 상가가 더 눈에 띄는 ‘유령 거리’가 됐다. 올해 1분기 기준 공실률은 41.6%. 사람이 사라졌고, 브랜드는 떠났다. 왜 이 거리엔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을까.

신간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상권도 사람처럼 성장하고 늙는다고 말한다. 유아기·청소년기·성년기·노년기처럼 상권에도 생애 주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상권의 탄생은 대개 식음료(F&B)로 시작된다. 무엇보다 카페가 상권 형성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 ‘카페 없이 뜨는 상권은 없다’는 말이 업계의 정설일 정도다. F&B로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모이면 부티크 패션 매장과 개인 편집 숍이 들어선다. 이어 화장품 브랜드도 등장한다. 청소년기의 상권이 자신만의 개성을 키우는 시기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상권이 더 성숙해 성년기에 다다르면 국내 대기업 패션 브랜드가 진입하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줄줄이 입점한다. 임대료가 급격하게 오르고, 방문객 수와 소비 규모가 증가하면서 매장 규모도 함께 확장된다. 그러면서 상권의 특색을 이끌던 브랜드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난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이어 정점에 다다른 상권은 리테일의 최강자로 불리는 애플스토어 같은 대형 플래그십과 샤넬, 크리스챤 디올,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며 노년기를 맞는다. 평당 임대료 최고치를 찍는 시점이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부대표인 저자는 “가로수길은 상권 성숙의 최종 단계까지 발달했다가 급격히 쇠퇴하는 사례”라며 “팬데믹 이후 명동, 홍대, 강남 등 상권은 공실 문제를 해결했지만, 가로수길은 오히려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현재 가로수길은 팬데믹 시기의 명동처럼 최저점을 찍은 상태”라고 판단한다.

책은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오프라인 리테일의 현재를 여섯 곳의 ‘하이스트리트’로 짚어낸다. 여기서 명동·홍대·강남은 전통 상권으로 ‘메가 하이스트리트’, 성수·한남·도산은 신흥 상권으로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분류된다.

이어 저자는 ‘밸류애드(value-add)’ ‘앵커(anchor)’ ‘파사드(facade)’ ‘레이어(layer)’ 등 핵심 요소를 기준으로 각 상권에 내재한 사회문화적 자본을 실증적으로 들여다본다. ‘느낌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데이터로 그 안에 얽힌 구조를 읽는 저자의 시선에선 상권이 소비 공간을 넘어 도시 정체성의 단서를 품은 복합적 유기체로 보인다.

저자는 “문명화의 끝판왕이 상권이라 생각한다”며 “상권은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도시라는 연결망 속에서 다양한 요소와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열린 사회의 민감한 생명체”라고 말한다. 개별 하이스트리트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가 거듭 강조하게 된 배경이다. 상권 발달의 일반적인 패턴을 따르지 않은 네오 하이스트리트에는 성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성수는 오랫동안 유아기에 머물다 급격히 성장해 상권 발달의 최고 단계로 들어섰다”고 설명한다.

성수가 놀라운 도약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림창고와 같은 상징적 앵커, 디올 성수가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전략적 진입, 패션 플랫폼계의 공룡이 된 무신사의 오프라인 확장, 정보와 콘텐츠의 발신 미디어가 된 팝업 문화가 자리했다. 공장 건물주나 지역 토착 부동산 소유주들이 많은 성수는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상권 실험이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는 토대도 마련돼 있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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