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F처럼 행동해 봐…한걸음 더 성숙해질 거야

한겨레 2025. 7. 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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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김영주의 마음대로4-MBTI 제대로 활용하기</span>
MBTI의 이론적 토대가 된 칼 융의 통합적 인간관에 따르면, 자신이 선호하지 않던 심리적 경향까지도 의식적으로 넓혀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성격적 성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가늠하곤 했지만, 요즘은 단연 MBTI가 대세입니다. 감정적으로 상대를 압도하거나 부담을 줄 때는 ‘F 폭행’,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대문자 T’라고 부르는데요. 이제 MBTI는 단순한 심리검사를 넘어, 젊은 세대에게는 함께 즐기는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MBTI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개발한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이들은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 심리적 선호 경향성(preference pair)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이라는 네 쌍의 지표는,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타인과 관계 맺을 때 어느 방향을 더 자주, 더 편안하게 사용하는지를 기준으로 성격유형을 구분합니다. 즉, MBTI는 개인이 평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선택하는 방향성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성격검사를 활용하는 흐름 자체는 반가운 일입니다. 심리검사가 우리의 삶에 점점 친숙해지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MBTI 유행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성격유형 검사가 ‘나를 이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고정하는 틀’로 사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네가 완전 J라서 그래”, “너무 E여서 어쩔 수 없어” 같은 말이 일상에서 쉽게 오가는 것도, 특정 성향 하나로 사람을 단정 짓는 단순화된 해석, 즉 ‘과잉 일반화’의 오류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여기서 MBTI의 이론적 토대가 된 칼 융의 통합적 인간관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융은 인간의 마음이 단 하나의 고정된 유형에 머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누구나 삶의 특정 시기에는 어느 하나의 성향을 더 자주 드러내고 선호할 수 있지만, 거기에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융이 강조한 진정한 ‘성숙’과 성격의 ‘발달’은, 자기 안의 다양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통합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이를 MBTI에 비유하자면, 자신이 선호하지 않던 심리적 경향까지도 의식적으로 넓혀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성격적 성숙’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내향적인’ 성향을 뚜렷하게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서는 외향성을 의식적으로 개발하고 발휘하려는 노력이 자기 성장의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ISTP야’처럼 특정 성격유형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 특성인 ENFJ의 성향까지도 점차 확장해 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선호 경향을 명확히 인식하며 안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심리적 경향성 역시 의식적으로 다루고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자기 이해를 넘어선 통합적 성장의 과정인 것이죠.

자, 이제 MBTI를 통해 ‘내가 선호하는 것’뿐 아니라, ‘나에게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방향’까지도 넓게 알아채는 연습을 해봅시다. 내가 ‘ISTJ’라면, ‘ENFP’ 성향은 아예 내 안에 없는 것처럼 여기고 그것은 다른 사람만 가진 것이라 여기는 태도는, 결국 성격유형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MBTI 유형의 경계를 넘어보려는 호기심과 여유일지도 모릅니다. 사고형(T)인 사람이 감정형(F)처럼 하루를 살아보려 애쓰고, 계획형(J)인 사람이 인식형(P)처럼 상황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보는 시도 속에서, 우리는 자기 확장과 내면의 통합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것이야말로 MZ세대의 현명한 MBTI 활용법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영주 온더함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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