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동아시안컵, '부자(父子) 국가대표' 탄생 의미와 기대 [박순규의 창]

박순규 2025. 7. 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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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홍명보호', 2025 동아시안컵 대비 첫 훈련
이을용 아들 이태석-이기형 아들 이호재 '관심 집중'...부자 국가대표 기대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 대표팀 이호재(왼쪽)와 이태석이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훈련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남종합운동장=남용희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첫 훈련을 가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선 두 명의 선수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이을용 감독의 아들 이태석(22·포항)과 이기형 감독의 아들 이호재(24·포항)가 3일 오후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나란히 대표팀 훈련복을 입고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섰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얼굴의 등장을 넘어, 한국 축구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는 본격적인 '부자(父子) 국가대표'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다가올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동아시안컵에서 이들은 과연 아버지들처럼 대표팀의 주력으로 성장할지, 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으로 거듭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껏 높이게 했다.

한국 축구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도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찬기-김석원 부자가 한국 축구 초창기부터 그 계보를 시작했으며, 한국 축구의 상징이자 전설인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며 '부자 국가대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이을용-이태석 부자는 이태석이 이미 2024년 1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세 번째 부자 국가대표 기록을 세웠고, 이제 이기형-이호재 부자까지 합류하며 한국 축구는 총 4쌍의 부자 국가대표를 배출하게 됐다.

이태석이 6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이러한 '부자 국가대표'의 탄생은 단순한 혈연 관계를 넘어서 아버지 세대의 축구 DNA가 아들 세대로 계승되고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오랜 시간 쌓아온 한국 축구의 경험과 기술, 투지가 새로운 세대의 젊은 피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의 깊은 뿌리와 밝은 미래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이제 한국 축구에도 ‘축구 가문’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게 됐다. 말디니 가문(체사레-파올로-다니엘), 클라위버르트 부자, 조지 웨아-티모시 웨아와 같은 사례가 더 이상 외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축구는 유전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 가족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조기 훈련, 마인드셋 전수가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때로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한국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아버지들의 명성은 아들들에게 넘어야 할 산이자 자신을 증명해야 할 책임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이들이 겪을 심리적 압박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압감은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동시에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다.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단순히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자신만의 기량과 잠재력으로 인정받으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실제로 대표팀에 처음 발탁될 당시 이태석은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호재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국가대표의 꿈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며 이루게 되어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수비수 이태석과 포워드 이호재가 이러한 중압감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지켜낼 때, 비로소 '부자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네덜란드 축구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는 "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였지만, 내 아들이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조지 웨아는 "내 유산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축구를 통해 배운 가치는 물려주고 싶다"며 아들의 성장을 바랐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여정의 시작이다. 특히 이태석, 이호재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게는 유럽파 선수들이 불참한 동아시안컵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들이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월드컵 본선 엔트리 진입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부자 국가대표'의 탄생은 한국 축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의미 있는 다리가 될 것이다. 아버지들의 명성을 이어받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두 젊은 피의 활약을 기대한다. 이들의 선전이 한국 축구에 또 다른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길 응원한다.

이을용과 이기형은 태극마크를 달고 누군가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이름이다. 그리고 이제, 그 아들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다시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하려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축구가 역사를 이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 아닐까.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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